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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9-14 17:46
ㆍIP: 115.xxx.86
베팅 (2회)
 

 “형님, 여기는 없는 것 같은데요.” 

 점박이가 손으로 입을 반쯤 가리고 그의 귀에 속삭였다. 세두는 인상을 

 쓰며 창가에 서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빌라 마당에 주차되어 있는 

 두 대의 승용차를 내려다보았다.

 “저기 있는 차 당신 차야?”

 중년남자를 향해 검은색 승용차를 가리켰다.

 “예, 예 제 찬데요.”

 이번에는 남자직원에게 물었다.

 “다른 한 대는?”

 “그 차는 제 건데요.”

 “그러면 그 차 키 좀 줘 바?”

 “그…. 그게. 어디, 어디 있더라.”

 남직원이 주머니마다 뒤지는 척하며 어물거렸다. 어느새 다가와 그의 

가슴을 향해 세두가 다리를 뻗었다. 그가 넘어가며 캐비닛에 머리를 

부딪치자 꽝하는 소리가 났다. 

 “지금 우리하고 장난 하냐.” 

 쓰러진 남직원의 멱살을 잡고 일으켜 다시 주먹질 하려는 칼자국 

어깨를 세두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아가씨도 물론 모르겠지? 그런데 어쩌나. 우리는 일하는데 있어 남, 여 

평등이야.” 

 “저…. 저기” 

 겁에 질린 여직원이 고개를 들어 눈을 위로 향했다. 이 모습을 놓치지 

않은 세두가 가냘픈 미소를 띠었다. 

 “빨리 옥상 가서 고 사장 잡아와!” 

 어깨들이 번개처럼 사무실을 나갔다. 쓰러져 있는 남직원을 부축해 

중년남자가 의자에 앉혔다. 세두가 담배 연기로 도넛을 만들어 다시 

여직원 쪽으로 날렸다. 

 조금 후 문이 덜컹 열리며 얼굴에 피투성이가 된 고 사장이 튕겨져 

들어왔다. 

 “아~ 나~ 이 새끼들. 때리지 말라 그랬지?” 

 세두가 고 사장의 얼굴을 보고 놀라며 어깨들에게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님, 저 새끼 좇나 독종 이예요. 글쎄, 각목을 들고 무협영화를 찍자고 

하잖아요.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고요.” 

 곱슬머리가 액션 흉내를 내었다. 

 고 사장이 흉측한 모습으로 바닥에 엎어져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고 사장님과 따뜻한 대화할 것이 있으니 정중히 소파로 모셔라.” 

 세두의 말이 떨어지자 어깨들이 그를 일으켜 소파로 짐 던지듯 내동기쳤다. 

이때 건너편 소파에 있던 중년부부가 나가려고 슬그머니 일어났다. 

 “아직 안 끝났으니 조금만 있다 가요.” 

 세두의 엄포에 다시 앉기는 하나 부부는 안절부절 못했다. 

 “원금 갚을 날짜가 지났으니 지금 6억을 다 갚던가. 아니면 우리가 

 제시하는 조건으로 하든가 결정을 하셔야 겠는데요.”

 세두가 1억짜리 당좌수표 6장을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

 “지금까지 매달 이자를 꼬박 꼬박 주지 않았습니까?”

 “물론 이자야 들어왔지만 이 당좌수표 지급일이 어제인 걸 몰랐어요?”

 “이자만 제 때 주면 지급기한을 연기해 준다고 했잖아요.”

 세두가 딴청을 피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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