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3-03 18:48

ㆍIP: 121.xxx.180

슈킹 (125회)

거짓말 탐지기실의 의자에 앉은 그의 가슴, 배, 팔, 손가락에 마치 심전도 검사

하듯이 센서가 부착된 밴드가 붙여졌다. 하 형사가 심문할 내용을 요약한 용지를

검사관에게 전했다.

거짓말 탐지기는 신체의 자율신경계의 원리를 이용한 기계이다. 예를 들면

자신이 아무리 땀을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여름에 매운 음식을 먹으면 땀이

나는 원리로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한 혈압과 맥박, 호흡 등 변화의

심리생리학적 요소를 검사하는 것이다.

감정을 가진 사람은 거짓말을 하게 되면 심리학적으로 흥분, 갈등, 초조, 불안,

공포 등의 긴장상태가 발생한다. 이런 상태는 혈압, 호흡, 맥박, 땀의 분비 등에

영향을 주어 그래프로 변화로 나타나게 된다. 사건과 관련된 질문을 하고

대답과 반응의 그래프가 갑자기 치솟거나 이상한 모양을 그리면 거짓말을 한

것으로 추정한다. 차트 분석에서는 결과의 동일성 여부에 따라 진실, 거짓,

판단불능으로 결론을 내린다. 차트 분석 결과를 피검사자에게 알려주고 거짓일

경우 심문을 실시하여 자백을 유도한다.

검사관으로부터 십여 개의 질문이 바지에게 물어오기 시작했다. 사건과

관련된 질문 4개와 심리를 파악하는 질문 4개, 일반적인 질문 4개가 중간 중간

섞여 던져졌다. 이런 작업이 서너 번 이어졌다. 이렇게 같은 질문을 조금씩

말을 바꿔하는 이유는 바지의 긴장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것이 있는

그대로 사실이라면 굳이 뭘 생각할 필요없이 답하면 되겠지만 거짓인 경우라면

‘아까 뭐라고 했더라?’ ‘이게 아까 질문이랑 같은 거였나?’ 라고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같은 질문에 대답이 달라지면 검사자의 진술이 거짓말로

증거가 되는 것이다.

거짓말 탐지기의 정확도는 70~90%라고 하나 100% 정확성을 가진

만능 수사기기는 아니다. 사람의 생리적인 변화를 보고 사람이 간접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 오류가 생길 수가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머리

좋은 범죄인의 경우 혀를 깨물어서 통증을 일으켜 일부러 교감신경을 흥분시킬

경우 진실을 말해도 거짓을 말해도 둘 다 거짓으로 탐지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또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너무 긴장하거나 죄책감을 느껴서 반응하는 사람까지

가려낼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거짓말 탐지기 검사는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참고로만 활용할 뿐 증거로는 채택되지 않는다.

검사관이 첫 번째 질문을 했다. 그는 최대한 침착하려 저음으로 대답했다.

거짓말 탐지기의 그래프 파동이 기준을 초과하며 위아래로 치솟았다. 다음

질문이 이어졌다. 그가 일부러 다른 생각을 하며 말했다. 이번에는 처음보다 더

높은 파동이 그려졌다. 이런 작업이 두어 시간에 계속 진행되었다. 그는 포기한

듯 점점 지쳐갔다.

인간 대 인간의 싸움은 정신력으로 버티며 자신있었지만 첨단 과학 앞에는

어쩔 수가 없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의적으로 반사하는 신체의

자율신경계를 어찌 의지만으로 조정할 수 있단 말인가!

그의 거짓말 탐지기 결과는 대부분 거짓말인 양성 반응으로 나왔다.

“봐, 내가 뭐랬어. 저 친구도 공범이라고 했잖아.”

하 형사가 승기를 잡은 듯 조 형사에게 주먹을 불끈 쥐여 보였다.

경찰서를 돌아온 바지는 하 형사에게 다시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거짓말

탐지기의 양성 결과를 토대로 전세가 역전된 상황에서도 바지의 진술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일관했다. 어느덧 용의자를 잡아 둘 구금 시간도 8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이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풀어줘야 한다.

그런데 바지는 자기의 진술을 조서에 그대로 기재를 안 하면 날인을

거부하겠다고 강력하게 나오고 있었다. 이제 다급하게 된 것은 하 형사와

지능팀이었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하 형사는 결국 그의 뜻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수사보고서에 그 내용을 적고 거짓말 탐지기 결과 서류와 함께

진술조서 뒤에 첨부시켰다. 이렇게 본다면 바지의 결정적인 유죄의 증거는

거짓말 탐지기 결과 외에는 딱히 없는 것이다.

바지의 구속 품신 서류를 갖고 조 형사가 쏜살같이 검찰청 당직실에 서류를

접수했다. 이때 시간이 오후 7시 였다. 11시가 되면 자신 출두한 바지를

석방해야 한다. 이제 4시간만 무사히 지나면 바지의 판정승이 되는 것이다.

경찰서에서 가슴을 조이며 검사의 판단을 기다리는 두 사람이 있었으니

바지와 하 형사였다. 한 사람은 자유를 위해 다른 사람은 명예를 위해서였다.

저녁을 마치고 검사실로 돌아온 당직인 박 검사는 관할 경찰서에서 올라온

책상 위에 수북히 쌓인 조서들을 하나씩 검토하기 시작했다.

진술조서 앞장에 ‘피의자 구상일.’ ‘죄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법률위반(사기)‘이 기재되어 있는 서류를 박 검사가 읽기 시작했다.

이 죄명은 사기 편취 금액이 5억 이상이므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만약 50억 이상이었다면 더 가중처벌되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이다.

박 검사가 대충 보고는 습관적으로 구속란에 서명을 하며 중얼거렸다.

‘음, 이 놈들 머리가 비상하구만. 이런 머리를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할 생각은

안 하고 말이야. 그런데 나머지 공범들은 흔적이 없어 인적사항에 미상이라고

적혀 있으니 귀신같은 놈들이네.‘

당직실에서 구상일의 서류를 초초하게 기다리던 조 형사가 검찰 직원이

한 움큼의 서류를 책상 위에 놓자 자기 경찰서의 서류를 부리나케 찾았다.

그리고 구상일의 서류 결과를 급히 하 형사에게 알렸다. 이때의 시간이

10시30분으로 바지는 30분을 넘기지 못하고 구속이 되었다.

정찬열 2014-03-04 14:57	거짓말 탐지기 를 생각하면 저의 직업상 갖고 있는 멀티 테스타기 역시 오옴*1000에놓고 점검봉 을 양손에 하나씩 쥐면 역시 흥분하거나 땀이 많은 사람이 오옴이 더많이 올라 가드라구요 그 원리가 생각나는 글에 머물다 갑니다 더욱 좋은 작품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임정수 2014-04-01 14:57	저도 전기과 출신(전기 자격증..)이라 정찬열 작가님처럼 예전엔 멀티 테스트기로 실험을 많이 해봤답니다.ㅎㅎ 그때는 100볼트 200볼트 전기는 손으로 가지고 놀 정도였었는데... 요즘은 전기를 많이 타는 편이라서 1.5 볼트에도 깜짝 깜짝 놀란답니다. ㅎㅎㅎ 안녕하세요, 이인철 작가님! 건강히 잘 지내시고 계시온지요? 저는 그동안 무척 바쁘게 뛰어 다니다 보니 이제서야 겨우 시간을 내어 서재엘 들어와보았습니다. 자주 들어와서 서재를 지켜야 하는데... 사는게 뭔지... 자주 인사를 드리질 못하더라도 이해를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사월에도 좋은 작품 많이 빚으시고 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

이인철 2014-06-01 07:18	《Re》임정수 님 , 너무 늦게 답글 드림에 미안합니다. 저도 한동안 여기를 떠나 있었습니다. 졸작방에 머물다 가신 임작가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인철 2014-06-01 07:22	《Re》정찬열 님 , 바쁘신 중에서도 저의 서재에 들려주심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정작가님께서도 멋진 글 많은 작품활동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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