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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2-19 13:40
ㆍIP: 121.xxx.180
슈킹 (124회)

 “이 정도로 구상일 씨를 검찰에 구속 품신을 올리면 기각이 되거나 재수사

지휘가 내려올게 뻔해. 일단 돈을 인출한 여자들은 불구속으로 송치하도록

하고 구상일 씨는 보강 수사를 더 하도록 해. 구금 시간 48시간 내에 처리

안 하면 내보야하니 빨리 빨리 서둘러.“

 이때 하 형사의 명령을 받고 밖에 나갔던 조 형사가 2개의 USB를 손에 쥐고

회의실로 들어섰다. 건너편에 있던 하 형사가 USB를 건네 받고 노트북에

꽂으며 팀장과 동료들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구상일 씨가 진술하기를 돈이 인출된 26일 오전 11시 정도에 박 부장이라는

사람에게 연락이 와 J은행 통장을 하나 더 만들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오후 2시 정도에 다시 연락이 와서 그 통장을 분실했다며 대출사무실 근처

J은행에서 다시 통장을 재발급 받아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조 형사가 통신사에 의뢰해 갖고 온 통화 내역입니다.

다른 하나는 같은 날 구상일 씨가 J은행 앞에서 박부장을 오후 1~3시 사이에

두 번을 만나 통장을 주었다고 했는데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은행에 설치된

USB입니다. 이것을 보면 그의 진술이 사실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설마 이것까지 우리가 조사할꺼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겁니다.

 모두의 눈빛이 모니터를 향해 집중되었다. 하 형사가 마우스로 여러 번

클릭하자 통화내역이 들려왔다.

 첫 번째 통화한 시간은 11시 5분으로 박 부장과 바지의 대화음이 나왔다.

두 번째 대화는 1시 52분이었다. 모두 바지가 진술한 내용과 똑같았다.

 팀장과 형사들의 얼굴에 실망의 표정이 역력했다. 하 형사는 자신의 추측이

빗나간 것에 쑥스러운 듯 고개를 연신 저었다. 다음 USB에서 J은행 앞의

모습이 나왔다. 바지가 은행 문을 나와 등을 보이고 있는 박 부장에게 통장을

건네는 장면이 나타났다. 이때 시간이 오후 1시 30분이었다. 2시 55분에

대출사무실 부근의 J은행 앞에서 바바리 깃을 올리고 비스듬이 서 있는

박 부장에게 바지가 통장을 주는 장면이 또 잡혔다.

 박 부장의 형체는 정면으로 찍힌 것이 없었기에 형체를 특정짓기가 어려웠다.

 이 시나리오는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처럼 ‘바지 구하기’로 현우의 작전 중

하나였다. 현우는 경찰로서 바지 진술의 진실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그날의

그의 통화내역과 행적이 찍힌 CCTV가 유일한 단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다행히 그의 예상이 보기좋게 적중했다. 감독도 좋았지만 주연인 바지의 연기도

훌륭했다.

 이로써 바지의 진술은 모두 사실임이 밝혀짐과 동시에 그의 말에 신빙성이

더해졌다. 순간 형사들이 조롱의 눈빛으로 하 형사를 쳐다보았다. 그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에 우물쭈물 거렸다.

 실망한 형사들이 우르르 팀장 방을 빠져 나가려 할 때 예리한 조 형사가

외쳤다.

 “잠깐만요, 구상일 씨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한 번 해보지요.”

 이 말에 가장 기뻐한 사람은 바로 하 형사였다. 그는 아직도 바지를 이 사건의

공범이라는 미련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아니, 형사 생활 10여 년을 넘은

자신만의 촉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큰소리 쳤던 통화내역과 CCTV의

오판으로 강력히 주장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평소

자신을 잘 따르는 조 형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었으니 와락 안고 뽀뽀라도

해주고 싶었다.

 팀장의 허락을 받은 하 형사는 거짓말 탐지기가 있는 본청인 서울 경찰청으로

갈 준비에 바빴다. 곧 자신의 판단이 증명될 것으로 확신하며 신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건으로 소환된 참고인과 불구속된 여자들이 한 명씩

지능팀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마지막으로 그만 혼자 덩그라니 남았다. 그는

사무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태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처럼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형사 중 누구 하나 그에게 사건 진행에 대해 일절 말이 없었다. 그에게

피 말리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그의 등 뒤로 식은땀이 맺혀

흐르고 있었다. 그는 그 순간 가족을 떠올렸다. 큰딸의 등록금과 대학 갈

아들의 입학금을 준비해 놓아 부모로서 책임을 다했다는 것만이 자신을 위로해

주고 있었다.

 동인이 현우에게 3천만 원의 수당을 주기 전에 동수가 그를 만나 1억을 주고

돌아왔었다.

 “자, 구상일 씨 본청으로 갑시다.”

 몽롱한 상태의 바지를 하 형사가 불렀다. 그리고 그에게 거짓말탐지기

조사서에 동의를 받았다. 대기하던 경찰차에 바지와 하 형사, 조 형사가 동행하여

본청으로 출발하였다.

 바지는 앞이 캄캄했다. 현우에게 여러 가지 대처요령과 방법 등을 교육

받았지만 거짓말 탐지기는 자신도 그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그는 곧

체념하여 앞으로 일어날 일을 하늘의 뜻에 맡기기로 작정했다.
이름아이콘 주응규
2014-02-20 18:52
회원사진 		가슴에 아늑히 번지는 좋은 글 가슴에 담습니다
봄향이 스물스물 불어 오는 듯합니다
작가님의 글 향도 봄꽃같이 향기를 더하기를 소원합니다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03-03 18:53
회원사진 		《Re》주응규 님 ,
주 작가님의 변함없는 관심과 격려에  고마움을 전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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