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02-14 08:03

ㆍIP: 121.xxx.180

슈킹 (122회)

“오전에 전화가 와서 통장 하나를 더 만들어야 한다며 운전면허증을 갖고

오라고 해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하 형사는 그래도 미심쩍다는 듯 그에게 틀림없느냐고 재차 물었다.

“사무실에 총 몇 명이 있던가요? 박 부장이라는 사람부터 인상착의를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사무실에는 3명이 있었습니다. 박 부장은 나이가 30대 후반 정도로 머리가

곱슬이고 피부가 검은 편에 속했으며 광대뼈가 조금 나왔습니다. 키는 중간

정도에 체격은 보통이었습니다. 그리고 강 실장이라는 사람은...“

그가 진술하는 세 명의 인상착의는 정확했다. 만약 다르게 표현한다면 곧이어

줄줄이 소환될 대출손님들과 돈을 인출한 여자들의 진술과 대조하면 금방 들통

날 것이다. 그러면 그 이후로 그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지고 의심을 받게

된다. 물론 현우의 돈을 찾은 여자들의 진술은 새로운 가공인물을 만들어

내겠지만 말이다.

잔뜩 불신에 찬 눈으로 하 형사가 반단정적인 말를 던졌다.

“구상일 씨, 사전에 범인들과 공모하고 작업한 거 맞지요?”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빈정거림의 말투였다. 그러면서

조금 후에 올 참고인들의 진술을 대조하면 이 사람이 공범이라는 증거를 캐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하 형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바지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형사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저도 엄연한 피해자입니다. 제가

사정이 급하여 빨리 대출이 대출이 된다기에 그쪽에서 시키는 대로 한 것밖에는

없습니다. 몇 억이 입급된 통장을 그것도 10여개를 보여주며 이런 식으로

실적을 쌓아 대출을 해준다는데 안 믿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저도 지금에야

깜박 속은 걸 알았지만 그 사람들이 열흘 안에 대출이 나온다는 말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이제 저도 낭패란 말입니다.“

그는 하 형사의 공모란 말에 흠칫 놀랐지만 얼토당치도 않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펄쩍 뛰었다. 그의 목소리가 꽤나 흥분되어 있어 도리어 하 형사가

머쓱해졌다. 조사가 길어질수록 그의 완강한 저항에 비례하여 하 형사의 기세는

점점 약화되어 갔다.

만약 이 사람이 범인이 아니라면 피해자 중 한 사람인 것은 그도 수궁했다.

그렇다면 지금 자기는 쓸데없이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바지는 표정 하나 흐트러짐이 없이 하 형사가 묻는 말에 대답하고 있었다.

하 형사는 그의 얄미울 정도로 침착함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그의 얼굴에는 두려워하는 빛이라곤 손톱만큼도 비치지 않았다.

일단 심문을 받게 되면 어느 용의자라도 열이면 열 모두가 불안한 빛을 감추지

못하는 법이다. 하 형사는 그의 침착한 행동을 부수기 위해 결정타를 던졌다.

“구상일 씨는 통장을 재발급 받을 때 분실된 통장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습니까? 나는 그게 아직도 이해가 안 됩니다. 한양금융에서

통장을 만들고 그쪽에서 갖고 갔는데 말입니다. 공범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게

아닙니까? 구상일 씨는 대출손님인데요.“

하 형사는 탐색하듯 그의 얼굴의 작은 경련까지 주의 깊게 살폈다.

“그건 제가 대출사무실에 갔을 때 박 부장이라는 사람이 통장을 재발급

받으려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며 적어 준 것입니다. 저는

통장을 빨리 만들어야 대출이 열흘 안에 나온다는 말에 온 신경이 쏠렸지

그 사람들이 계좌번호나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저와 상관없었습니다.“

그는 머뭇거리지도 않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

그의 대답에 오히려 하 형사가 벌레 씹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진술 내내

하 형사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조금 후 남대문 경찰서에 고려금융과 대양금융, 서울금융의 사건 신고가

접수되었다. 한양금융과 유사한 이 사건들은 수사과 지능팀으로 배당되었다.

아침이 되니 지능팀 사무실은 이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이 줄소환되어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조사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 신속히 진행되고 있었다.

한쪽은 대출을 받으려고 왔던 손님들이고 다른 쪽은 작업한 돈을 인출했던

여자들과 마지막은 바지처럼 잔고업체에 서류가 접수되고 그와 같은 행동을

한 작업손님들이었다.

이렇게 수사가 본격적으로 빠르게 착수된 것은 슈킹 당한 한양금융의 전주

중 큰손이 이 경찰서의 고위층에게 특별히 부탁을 하여 지능팀 전 직원이

동원되었다. 사무실 안은 형사들의 고함과 대출손님의 탄식과 한숨소리가

뒤섞여 마치 시장통처럼 소란스러웠다.

통장을 만들고 돈을 인출한 여자들을 조사하고 있는 박 형사는 처음부터

그녀들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었다.

“자백이 빠를수록 아주머니에게 유리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면

얼마든지 정상참작이 될 겁니다. 부탁치고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겁에 질린 여자는 얼른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지금 형사님의 말씀을 들으니 잘못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그 사람들이 비자금

세탁을 하는데 통장을 빌려 주는 것이 이렇게 큰 죄인 것은 몰랐어요.“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지금 자기가 처한 어려운

형편을 이야기하며 수고비에 눈이 멀어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되었다고

자초지종을 말했다.

가만히 듣고 난 박 형사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울며 사정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명의대여자 광고를 보고 작업에 가담한 14명의 여자들이 심문를

받고 있었다.

주응규 2014-02-14 09:03	작가님 안녕하세요? 좋은 글향 마음으로 안습니다 오늘이 정월 대보름 보름달에 소원 실어보는 날 되시고 늘 행운을 빕니다 요즘 독감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강건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이인철 2014-02-17 08:15	《Re》주응규 님 , 주 작가님의 관심과 격려에 늘 고마움을 전합니다.^^

슈킹 (1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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