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 -시 (詩)

ㆍ작성자	雲悲/박종영
ㆍ작성일	2008-02-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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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 여인
정육점 여인 / 雲悲박종영

바람이 접혀진 채로 불어와 내 살갗에 박혔습니다
가을비는 자작나무 숲 저편으로 달아나고
방금 책장을 넘긴 여인이 다시 손가락에 침을 바릅니다
여인의 눈은 책장 좌에서 우로 보이지 않는 사선을 열심히 긋고 있고요
그 무슨 사연 있었기에 단풍잎 같은 빨간 울음으로
울어대는 소쩍새의 분신이 참으로 처량하게 가을밤을 수놓습니다
볏가리처럼 애증이 논바닥에 쌓여 있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몸짓으로 책벌레들이 책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심한 가을 앓이가 머릿속에 흐를 때면 책갈피처럼 두툼해져 가는
안경알이 빠져 방바닥에 굴러다닙니다
눈 감으면 희미하게 보이는 당신의 얼굴이
하얀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사랑하는 사람의 냄새도 인기척도 그렇게
내 가슴의 심장처럼 들렸으면 참 좋겠습니다
눈꺼풀을 열고 닫아 깜빡거려 청소를 하고
칭얼대는 갓난 동이를 둘러업고 책방을 지킵니다
포대기에 업혀있는 아이가 빈 젖꼭지를 빨고 있습니다
칭얼대던 책들이 업혀 입 벌리고
여인의 등에서 얼굴이 반쯤 접혀 찌그러진 채로
코를 골며 쌔근쌔근 맛있는 잠을 잡니다
바코드에 찍혀 팔려나간 삼겹살들이
여인의 손놀림에 잘려 이름 모를 행성으로
검은비닐 봉지라는 우주비행선을 타고 떠나갑니다
빛과 어둠의 경계는 어디일까
낯 장의 마음들이 애달프게 타오르고 책 속에는 비곗살처럼
와 닿지 않은 글들의 공백이 깊어가는 가을의 끝에 서 있습니다
별이 돋고 눈썹달도 우주에서 아름답게 활짝 피어 떠오르면
가슴속에 굳게 닫았던 마음의 들창도 활짝 열어 둘까 합니다
빼곡히 그 여인이 그어놓은 사선이 책 속에서 바다를 건너고 있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촉촉하게 물기가 배어있고
중년이 반쯤 접혀져 바람에 펄럭입니다
저만치 지나가는 한 중년의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젊음의 서투른 젓가락질로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이 석쇠 위에서 뒤척이고
검은 비닐봉지 속에 저당잡혀 팔려나가는 책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여인의 어깨는 축 처져 먼지만 폴폴 날립니다
한잔의 술에 안주 삼아 먹는 책들이
겨울 속으로 들어가고 비닐봉지에 담긴
내 삶의 방정식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글자들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그 뒤를 바짝 따라가는
여인의 눈이 아직도 책장 속에서 밑줄을 긋고 있고요
먼 곳에서 추수를 끝낸 빈 뜰이 가을 앞에 넘어져 있습니다
혼자 바람에 펄럭여도 시원치 않을 바람이 옅은 안갯속처럼 불어오고
수많은 여인이 넘어져 책방에서 마음의 병을 치료받고 있습니다
햇볕 하나가 도시 전체를 끌고 갑니다
아무도 자신을 흔들지 못합니다
나 자신이 자기의 살집을 감출 수 없듯이
햇볕에 몸을 내밀고 서서히 끌려갈 뿐입니다.

산월/최길준: 박종영 시인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잘 지내시죠?
오늘이 정월 대보름날 이네요
오곡밥에 맛있는 나물 많이 드셨는지요
정육점 여인....아무도 자신을 흔들지 못합니다
나 자신이 자기의 살집을 감출 수 없듯이
햇볕에 몸을 내밀고 서서히 끌려갈 뿐입니다
좋은 글에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건안 하시고 행복하세요^^* -[02/21-15:43]-

안백수: 운비 박종영 시인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오늘은 정육점 주인님과 많은 대화를 하시었네요.
귀한 집에서 땀으로 산 고기를 석쇠에서 행복을 굽는동안
침이 많이도 넘어 갑니다.
깊고 깊은 주인의 마음이나 시인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으니
오늘 밤 조용히 달을 보며 생각좀 해 볼랍니다.
늘 강건하시고 복된 날 되시길 빕니다. -[02/21-20:02]-

류영동: 안녕하세요
박종영시인님
새해 장시앞에
인사 드림을 영광입니다.
멋진 시로 더 많은 활동기대하며
건강과 행운을 기원드립니다
-[02/21-20:21]-

박 걸주: 생활의 한 단면이
감출 수 없이 오롯이 배어남을 느낍니다.
고운 글에 젖어 갑니다.
편안하세요. -[02/22-08:36]-

오종환: 박종영 시인님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찾아뵙네요.. (*__);;

시인님께서도 오곡밥 맛나게 드셨겠지요..? ㅎ^^ㅎ

오늘은 제법 봄볕 같은 날씨네요..^^;;
내려두신 마음에 감사드리며 고운 시어에 머물러 갑니다.
오늘도 행복한 시간들로 채우시길 바랍니다.. ^m^* -[02/22-10:18]-

정채균: 정육점 여인의 일대기를 보는 듯합니다
건필 강녕하시길 바라며 감사드립니다 -[02/22-15:08]-

김 희 진: 시인님 아주 긴- 장시를 세번이나 보았네요.^*^
공부 많이하고 다녀갑니다.
늘 건안 하소서.. -[02/22-16:52]-

최 평균: 검은 비닐 봉지에 담겨
시인의 마음도 암울하게
우주 그 어디론가 팔려 가는 듯 합니다.
정육점 중년 여인의
뒷 모습에 실려서요.
박종영 사무국장님 잘 계시죠?ㅎㅎㅎ
오늘 밤에는 시인님의 정육점에서
제 살집들이 머무는 기분이군요.
행복한 꿈길에 머무는 이 밤 되세요. -[02/22-23:25]-

소정 김미애: 박종영 사무국장님 잘 계시지요?
정육점에서 만난 여인으로 인해 삶의 잔잔한 일상을
그려내셨네요.
늘 생각케하는 깊은의미의 글...
소설을 읽듯 가슴에 담아갑니다.
주말도 행복으로... -[02/23-10:50]-

김 영진: 박종영 시인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그간 잘 계시지요?
어제 남해에 왔어요.
이런저런 일들로 바쁘다 보니
서재에 들리는 게 쉽지가 안네요.
정육점 여인의 마음 밭에 밑줄을 긋다가 갑니다.
늘 건안하시고 행복하세요. -[02/23-12:31]-

雲悲/박종영: 소중한 발걸음하신 시인님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최길준 시인님
안백수 시인님
류영동 시인님
박걸주 시인님
오종환 시인님
정채균 시인님
최평균 시인님
김희진 시인님
김미애 시인님
김영진 시인님
바쁘신 일상에도 이렇게 방문해주신
시인님들의 발걸음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알찬 한 해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02/24-20:06]-

신 영: ~.~*
고맙습니다, 雲悲 시인님!

"바코드에 찍혀 팔려나간 삼겹살들이
여인의 손놀림에 잘려 이름 모를 행성으로
검은비닐 봉지라는 우주비행선을 타고 떠나갑니다"

雲悲 시인님!
너무도 오랜만에 뵙는듯 싶습니다.
오랜만에 서재에 들렀어요.
시인님의 시편이 많이 그리웠는 것을요.
ㅎㅎㅎ,,,
평안하셨는지요?
언제나 내려주시는 시편들은 늘 감동입니다.
오늘도 하늘이가 '감동'을 가슴 가득 담아 갑니다.
오늘도 평안하시고 행복하소서!
.....ㅎㅏ늘.

-[02/26-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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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단상(斷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