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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0-11-28 10:01
ㆍIP: 175.xxx.88
"금단의 땅 81년" 부평 캠프마켓 담장 밖 신촌에 부는 바람
"금단의 땅 81년"
부평 캠프마켓 담장 밖 신촌에 부는 바람

이 도 연

온종일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울타리 넘어 캠프마켓 은행나무도 가을비에 젖어 노란빛의 절정을 바람에 몸을 맡기며 수 없는 세월의 시간만큼이나 많은 이파리를 떨군다.

사람도 세월 속에서 매년 보내야 하는 가을을 살며 많은 욕심과 소유를 이파리처럼 날리며 황혼의 계절을 맞이하면 좋겠지만, 무엇이 그리 조급하고 불안한지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움켜잡으려 두 손에 옹이가 박히도록 시간을 놓지 못하고 산다.

수없이 많은 질곡의 순간을 금단의 땅 81년 세월이 캠프마켓에서 흐르고 변화하며 바쁘게 살아야만 했던 삶 속에서 잊힌 그 들만의 순간이 시간으로 흘러갔다.
그곳에서 함께 살고 동고동락했던 꿈결 같은 시간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의 한 페이지에 빛바랜 사진으로 기억하고 가슴에 묻고 사는 것이 대부분 이곳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그러한 추억의 편린을 하나하나 모아 소중히 간직하고 추억이 아닌 그 시절의 자화상을 음악과 그림으로 또는 누군가의 손 때 묻은 물건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최신식 음악 전용 앰프와 세월의 물결처럼 슬금슬금 돌아가며 추억의 소리를 재생해내는 아날로그 레코드판이 돌아가는 곳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펌 캠프마켓이 그곳이다.

애스컴 시티가 최절정에 달해 있을 무렵 부평 신촌의 거리는 말 그대로 별천지 신촌이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산실로 무수히 많은 가수나 음악인들의 꿈에 무대였으며 그로 인해 걸출한 가수나 음악인들을 배출한 명실공히 팝송이나 대중음악의 사관학교이며 대중음악을 유행시키는 산실 같은 공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에스컴 시티 안에 20여 곳과 신촌 일대와 주변에 20 곳 이상 클럽이 있었으며 클럽마다 모두 밴드가 있었다. 매년 오디션을 통과해야 에스컴 시티 클럽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으며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동경의 무대일 수밖에 없으며 또한 많은 음악인이 가난하고 어렵던 시절 생계를 위해 음악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으니 그만큼 더 치열한 삶의 무대였을 것이다.

음악인들이 넘쳐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악기점이나 악기를 수리하는 곳이 생겨났는데 지금도 명맥을 이어 나가는 악기점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는 것을 볼 때 그 시절 음악과 예술이 어우러진 화려한 골목이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펌 캠프마켓은 당시 이곳 클럽과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삶의 애환과 아련한 추억의 기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아담하게 꾸며진 실내에 들어서면 아날로그 선율이 디지털 시대의 음악보다 더 선명하게 들리고 가끔은 엘피판이 돌아갈 때 나는 지익거리는 잡음도 그리운 옛 추억을 소환하기에는 충분하다.

이 층으로 구성된 펌 캠프마켓은 여기저기 자연스럽게 진열해 놓은 옛날 책자나 소품, 부잣집 에 가야 볼수 있는 전축과 진공관 라디오, 빛바랜 추억의 사진들이 정겹게 반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좌측에 앙증맞고 귀엽게 생긴 풍금이 눈에 들어온다.
소녀의 감성과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많은 젊은 청춘들을 울렸던 가수 남궁옥분 씨가 어린 시절부터 쓰던 것을 기증한 것이라 한다.

이곳은 부부가 함께 이곳을 지켜오고 있다. 신촌 전성기의 다양한 사연을 기록하고 꿈과 애환을 간직하고 있으며 음악이 흐르고 추억을 손꼽는 장소에는 또 다른 공간이 별채에 마련되어 있다.
음악과 함께 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갤러리 공간이다.
시간이 좀 늦어 문이 잠겨 있었지만, 작가분께서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어 들어갈 수 있었다.
안에 들어서자 작은 화폭에 많은 작가의 다양하고 개성일는 기법으로 그려진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서 천천히 감상을 할 수 있는 행운을 즐길 수 있었다.

한집 걸러 마다 클럽이 있고 음악이 넘쳐나며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던 이곳 골목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평범한 거리가 되었지만, 언제부터 인가 이곳에 예술인들이 한 둘씩 모이면서 도예와 궁중 전통 자수, 가죽공방. 한지공예 등의 공방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예술인의 거리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요즘같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감성은 기계화될 대로 기계화되었다.
감성은 메마르고 냉철한 이성의 시대를 요구하는 우리에게 느림의 미학과 아날로그의 추억을 소환하여 훈훈한 감동의 공간이 생겨난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내 고장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금단의 땅 81년 캠프마켓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열린 공간의 작은 쪽문을 통해 들여다보았으며 그 공간이 신촌과 부평에 미친 경제 문화적 여파는 참으로 큰 것이었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가을날 갬프마켓의 담장 밖 사연들도 함께 돌아보며 걸어본 추억 여행은 따스한 감성으로 아련한 사연과 함께 행복한 걸음이었다.

8 1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신촌이 새롭게 변화할 미래를 본다.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잊혀가는 신촌 골목길에 불어오는 문화 예술의 바람이 예쁘고 아름답게 정착해 꿈과 행복이 있는 문화 예술의 공간으로 재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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