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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도연 소설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도연
ㆍ작성일 2022-11-12 09:28
ㆍIP: 118.xxx.116
오사카성 풍경 앞에서
오사카성 풍경 앞에서

이 도 연

하루의 여정이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멀리 보여도 가까이 있는 것 같은 성은 크고 위압적이며 아름다웠다
오사카성이로구나 내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를 보러 왔구나!

성을 이루는 돌의 크기는 무겁고 엄청나서 두려웠으며 돌의 질감은 사납고 거칠었다
그의 성을 둘러싼 해자는 깊고 넓어서 그의 크기를 헤아리기 어려웠다

암청색 물길이 높고 견고한 성벽을 이중으로 둘러쳐 있는 깊고 깊은 중심에 그의 성이 있었다

성은 높고 가팔라서 오르기 어려웠고 아무도 그를 쳐다보기 어려웠을 것이며 그를 두려워했을 것이나 그는 이 땅에 없고 나는 그의 성 앞에 서 있다

그들의 땅을 통일하고 반도를 범하는 우를 서슴지 않아 살육으로 이루어 놓은 성의 위용은 아름다웠지만 슬펐다

사람의 귀를 베고 코를 잘라 소금에 절여 황금과 권력으로 바꿔주겠다 지시한 그는 불안했을 것이다
해자가 깊고 성이 가파르게 벽을 이룬 것만큼 그의 불안도 깊었으며 두려웠을 것이다

그는 깊이 숨어들어야 했다
성의 웅장하고 아름다움 속에 감추어 놓은 풀잎같이 나약한 그의 두려움이 웅장한 성과 해자에 고여 있음을 본다

고색창연하고 화려한 성 앞에서 나는 가슴이 답답해서 마른기침이 났다
긴 숨을 토해내며 바닷물을 마시는 듯한 느낌에 가슴이 쓰리게 벅차올랐다

바다를 넘어 대륙을 넘보던 그들의 영웅
그의 성지와 풍경과 건축물을 바라보며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고 이곳 세상을 읽고 있구나
늙은 나무는 단풍을 각혈하듯 토해낸다

능선에 걸려있는 노을도 덩달아 붉게 물들어 하산길에 저무는 가을이 계절을 지나가고 있다
성의 풍경 사이로 한줄기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어온다

어깨 뒤로 낙엽이 바람에 날리는 풍경이 아름다울수록 마음에 베인 상처는 가시처럼 돋아난다
아름다워도 이토록 슬플 수 있다는 이유를 애써 감추며 역사의 언덕을 걸어 내려간다.
이름아이콘 박목철
2023-03-07 10:17
회원사진 		저도 일본을 자주 방문해 일본의 많은 성을 보았습니다.
나즈막하고 목말을 하면 닿을 듯 한 성벽의 높이, 도움닫기로 건너뛸 것 같은 실개천 해자,
우리의 성은 여긴 넘지마! 하는 애교스런 우리 성에 비해 견고하고 살벌한 일본의 성을 보며
작가님과 같은 감상을 느끼곤 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이름아이콘 최하정
2024-01-02 20:58
회원사진 		안녕하십니까
이도연 작가님 반갑습니다
12월에 등단하여 작가서제에 머물게되어
인사차 작가님의 멋진글에 들려 인사드립니다
감동적인 멋진글 배람하며

자주 뵈러 들어오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집필하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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