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종덕
ㆍ작성일	2017-06-12 19:55

ㆍIP: 168.xxx.229

들 꽃

물 길 / 김 종 덕

들에 나가면 그냥 기분이 좋다. 맑은 공기가 좋고, 번져나가는 녹음이 좋고, 녹음 속의 노래 소리가 좋고, 마음 둘 곳 없는 마음이 자리를 찾는다. 인간은 항상 자기 자신의 능력보다 많은 것을 이루려는 희망, 요구 때문에 갈등을 그리며 산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 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살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짜증을 부리곤 한다. 이것이 다른 생명과 다르기 때문에 인간이라 이를까?

단순한 생명 일수록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살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식물을 보면 그 자리에서 태어났으면 그 자리에서 살아야 한다. 왜 움직이고 싶은 스트레스가 없을까. 더구나, 기생충들이 괴롭히고, 덩굴이 온몸을 옥죄어 오면 얼마나 벗어나고 싶을까? 어떤 덩굴들은 아예 일조차 않으면서 자신의 몸에 뿌리를 내리고 영양분을 빨아 먹고 사는데 어떻게 미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사람을 위하여 일생을 바치는 동물 또한 스트레스에 죽고 싶을 것이다. 아기 송아지가 태어난 후 조금 있으면 생이별을 해야 하고, 또 도축장에 끌려갈 생각을 하면 살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을 것이다. 동물은 감정을 가지고 있음을 안다. 인간과 다른 점은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자살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생명들도 스스로를 죽이지 않는데 인간은 무슨 특권으로 이 일을 하는가! 동물보다 나아서 인가?

염소를 키우는 농장에서는 다음 날 손님에게 제공되어야 할 염소에게 목에 띠를 둘러 표시해두어 빨리 도축할 수 있게 한다고. 그 염소는 밤을 어떻게 지낼 것이라 인간은 생각하는가. 그래서 인간은 참 편리한 동물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동물이나 식물보다는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참 사람은 알 수 없는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자신을 이길 수 없는 종족이 인간이다. 인간은 어디서, 무엇으로부터라도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들에는 참으로 많은 들풀들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가 각자의 이름이 있어 그 이름이 대외적인 자신을 표하며 산다. 들풀도 각자의 이름을 가지고 있다. 참으로 예쁜 이름들이 많다. 그렇게 정다운 이름이 많은데도 사람들은 들꽃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다. 아니 부르고 있다, 이름 모를 꽃이라고. 그래서 사람은 참 편리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상대를 만들어 가는 아주 고집스런 아집을 가지고 있다.

나 또한,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왜? 편리한 인간이니까. 들에는 너무도 많은 예쁜 풀과 꽃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불러줄 수 있는 이름은 또끼풀, 제비꽃, 붓꽃, 참나리, 자운영, 작약 등 몇 가지가 되지 못했다. 참 미안했다. 옛날에는 약용 식물이라고 엄청나게 외우고, 보고, 성분까지 외웠었는데 이제는 무관심으로 아는 것이 거의 없어졌다. 나도 참 편리하게 살아온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 누가 그 많은 들풀의 이름을 다 알고 지내겠는가.

자그마한 들꽃은 너무고 귀엽고 앙증스럽고 손으로 똑 따서 셔츠 주머니에 넣고 싶다는 생각외는 이 풀이 어떻게 살아 이렇게 예쁠까는 생각하지 못했다. 계절을 벗어나서 지는 꽃도 있었고, 사람의 손에 찟겨져간 꽃잎도 수두룩했고, 꽃봉오리만 잘려나간 것도 많았다. 이들이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큰 아픔을 소리쳤을까를 생각해 본다. 들풀도 그 자리에서 씨앗을 틔우고 싻이 나고 할 때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큰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참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을 것 같다.

들풀은 시간의 지남을 그렇게 까닭 없이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다. 싻이 트는 기쁨, 날마다 다가오는 태양의 맑은 보살핌을 받으면서 그렇게도 청순하게 꽃을 피우고 자식을 만들고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고 산다. 인간은 자기가 다하지 못한 책임을 시간의 흐름에 원망하고 산다. 들풀은 자신이 왜 이 자리에 낳는가를 탓하지 않는다. 민들레를 보라, 그렇게 사람의 발에 짓밟히고 짓이겨져도, 또 피어나고, 결국 홀씨를 만들어 자신이 고생했던 장소에서 멀리 날아가서 새로운 자리에서 터를 닦도록 가르치고 있다. 인간은 자식을 손에 안고 어떻게 잘 살게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들풀은 주위에 영양분이 있는 땅을 찾지 않는다.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도 보라. 거기에 들풀이 없는가를. 사람들은 능력보다는 가문을 따지고 출신지를 따진다. 이렇게 한다고 꼭 자식들이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들풀은 자기 능력 이외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자신의 능력으로 뿌리를 내리고 물이 있는 곳을 스스로 찾아가 생명을 유지한다. 또, 들풀은 항상 충심으로 기다림으로 성취한다. 아무리 가물어도 하늘에 대한 믿음으로 비를 기다리고 다가와 준 비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도 화답을 한다.

눈앞의 일로 갈피를 못 잡는 인간들은 조금은 들풀의 생존 방식을 받아 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들풀은 자연이므로. 우리가 자연에 혜택을 입는 만큼 우리도 이제 자연에 대답할 때가 되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백낙은

2017-06-13 09:38

물 길 작가님.
왕성한 집필 활동에 박수를 보냅니다.
들꽃 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이 우리의 이웃이며
인간을 살리는 존재이며 의사이기도 하지요.
인류가 자연을 등지고 자연과 대결을 시작한 후부터 인간 사회가 삭막해 졌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자연에 혜택을 입는 만큼 우리도 이제 자연에 대답할 때가 되었다."는 말씀에
공감의 박수를 보냅니다. 즐거운 나날 되소서.


김종덕	백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자연은 서로 베풀도록 짜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사람들도 자연에 베풀어야하는데 항상 러지럽히기만합니다. 사람의 편리를 위해서 말입니다. 조금은 정신차려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6/15 14:00

정찬열

2017-06-13 21:08

물길 작가님! 그래서 인간은 자연에서
따라 배우고 자연에서 터득한다고 생각해봅니다.
조금만 자기 뜻에 어긋지면 짜증내고 신경질부리는건
우위를 선점하는 특권이너 봅니다."들꽃" 작가님에
멋진글에 숙연해짐을 느껴 갑니다. 감사합니다.


김종덕	정찬열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사람도 니이가 들어 가듯이 자연도 세월이가면 힘들어 질 겁니다. 사람이면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시기에 도달했을 겁니다.자연은 서로 베푸는 것을 원하고 있을 겁니다. 우리도 챙겨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6/15 14:01

이석희

2017-06-14 09:34

김종덕 작가님~~~
참으로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동물이라고 어찌 스트레스가 없겠어요. 요즘 조류나 소 돼지 등에서 나타나는 병들은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라는 이론도 만만치 않을만큼 많습니다. 많이 움직여서 체중을 줄이려는 사람이 있듯이 동물도 그렇습니다. 동물은 체중이 줄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공간을 최소한으로 줄입니다. 드디어 병이 생깁니다. 그러면 인간은 가차없이 산 채로 생매장을 합니다. 죄는 사람이 짓고 벌은 동물들이 받습니다. 인간의 죄가 더욱 더 무거워질 것입니다. 불가에서 육식을 금한 이유는 잔인해 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육식을 할 때에는 우선 그 동물에 감사하고 죄를 지어 미안하다는 마음 정도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 봅니다. 좋은 글에 감사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김종덕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동물도 감정을 가지고 있어 눈물을 흘립니다. 당연히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겠지요. 사람은 자신을 알면서 저 동식물들은 이해하려하지 않습니다. 이기적인 동물이지요. 이젠 보살필때가 된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6/15 14:03

주응규

2017-06-15 12:49

김종덕 작가님 들꽃 공감가는 좋은 글 찬찬히 배독하고 갑니다
더워지는 날씨에 건강하시고 두루 평안을 빕니다
이번 여름행사장에서뵙겠습니다.


김종덕	주응규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날씨도 무척 더워지고 있읍니다. 사람들은 짜증이라도 내는데, 저 동식물들은 그냥 인강의 눈치를 보고 잇는 것 같습니다. 이젠 우리가 나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6/15 14:05

장계숙

2017-06-15 22:12

가끔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하등한 존재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언어가 생겨난 것도
맘에 들지 않습니다.
동물이나 자연은 가장 짧은 소리로 소통하거나
침묵으로 대화 합니다.
어쩌면 인간과 다른 주파수를 사용하는지도
모를 일이구요.
자연 속에 들어가 풍경을 바라보면
문득 지구상에서 인간이
왕따가 된 기분도 듭니다.
자연은 모두 마음으로 소통하고
서로를 소화하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들꽃의 삶을 시인님의 글 속에서
아름답고 멋지게 느껴봅니다.


김종덕	장계숙 시인님, 안녕하십니까? 여기까지 찾아 오실 줄은 몰랐읍니다. 시인님께서도 생각하듯이 저도 인간이 이세상에서 가장 하등동물은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세균은 단세포로 살아도 인간을 대상으로 잘살고 잇읍니다. 사람은 자연에서 받은 것 만큼의 은혜를 갚지 않는 유일한 종족인것 같습니다. 매일 파먹기만하고 돌려주지 않는 유일한 족인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6/16 15:08

김상화

2017-06-16 00:19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들꽃에 대한 글을 읽으며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쩜 그렇게 섬세하게 마치 들꽃과 교감하면서
글을 쓴 듯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아마 동물이나 식물도 표현만 못 할 뿐이지 인간과
희로애락이 똑같지 않나 싶습니다
작가님 이번 행사 때 뵙고 싶었는데 혹시 못 갈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감동을 받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김종덕 작가님!


김종덕	이상화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전번에 오신다기에 저도 표를 끊어 두었는데 아쉬울 수 있겠읍니다. 산 정상은 아니더라도 시내 어디에서 막걸리 한잔 할까고 생각하고 있었읍니다. 자연은 은혜스럽습니다. 인간에게는 참으로 최선을 다하여 돌보아주는 것 같은데 사람이 항상 문제이지요. 갚지를 낭ㅎ으니까요.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6/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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