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길 / 김 종 덕

이탈리아 안에는 세 나라가 있다. 이탈리아, 교황이 있는 바타칸 공화국, 그리고 절경인 산마리노 공화국이 있다. 산 마리노는 이탈리아 인접의 해양 도시인 리미니로부터 버스로 간단히 갈 수 있다. 처음으로 놀라는 것은 이 공화국이 절벽위에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절벽을 오르지 못하면 이 나라를 정복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나의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1975년도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영화 새벽의 7인(Operation Daybreak)에서 나오는 행글라이더를 타고 나는 곳이 이곳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떻게 저 절벽위에 저런 성을 세울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인구는

32,000명 정도의 국가로 61.2km2(약 18,000평: 서울의 1/10 정도)의 면적을 갖고

있으며, 소득이 세계 8위 정도의 잘사는 나라이다. 특이 하게도 주위는 모두 평원으로 되어 있고 이 성만 바위 절벽으로 서 있는데 그 위에 성을 세운 것이다. 성의 가장 높은 곳에는 전 사방 경계를 할 수 있어 밑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 지를 알 수 있을 정도의 높은 곳에 경계 및 포탄을 쏠 수 있게 되어 있다. 말 그대로 요새이며, 치밀하게 계산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사방을 경계하는 창틈으로 아래를 보면 그야말로 자연이 그린 자연주의의 화폭이다. 이건 사진이라기보다는 아주 세밀하게 그린 풍경화이다.

버스에서 걸어 올라가는 길가에 부터는 대부분의 기념품을 파는 상점이 들어서 있고 이 가게들을 살펴봄으로써 이 성의 사람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다. 이 공화국의 특성을 나타내는 물품들이 이외로 많아 수입품이 아닌지라고 물어보면 자신들이 수공예로 만든 거란다. 내부로 들어가 보면 의외로 통 큰 나무들을 이용하여 천장을 만들고 있다. 콘크리트라기보다는 돌을 많이 사용하여 건축되었다. 험악한 절벽에 비교하여 많은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고, 가을의 단풍은 솟아난 성 주위로 둘러싸고 있어 동화 속에 나오는 예쁜 성을 떠오르게 한다. 높은 곳으로 갈수록 미로로 형성되어 있어 이 공화국도 이전에는 아주 많은 핏박을 겪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돌로 만들어지진 창틈 사이에 #자 형태의 쇠로된 창문이 그 간의 고통의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보면 그저 참 아름다운 성이구나 하는 것만 떠오른다.

얼마 되지 않는 땅위에 갖출 것은 거의 다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살아남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도 보여 진다. 산 마리노 헌법은 고대 로마 공화국의 전통을 이은 집정관이 이끄는 회의제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회의를 거쳐 결정을 했을까하는, 제1차 세계 대전 때인 1915년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선전포고를 했으나, 산마리노는 중립을 지켜 살아날 궁지를 만들었을 정도이다.

안에서 밖으로 보면 수많은 도로가 나있는 것으로 보아도 이 공화국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하는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것은, 우리나라가 옛날에 당했던 역사의 이면이라서 그럴까. 그런 땅을 잘 지켜 내어 지금은 아주 예쁘게도 꾸며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오래된 건물과 쌓인 낙엽들은 그 옛날을 이야기 하듯 아주 조화롭게 다가오고 있다.

그 비좁은 성안에서도 그간의 선조들의 전쟁으로 지켜냈던 역사를 전시하고 있다. 투구, 철갑옷, 로봇이 걸치고 있는 형태의 쇠로된 방어 도두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와 형태가 다른 양날을 가지 긴 칼, 대포, 성을 쌓을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도르레, 긴 장 총, 이 총으로부터 상체를 보호하기 위한 많은 방어 도구들이 가지런하게 전시되어 있어 이들의 옛 영광을 추억하게 한다. 외국의 군사들은 나라를 위하여 희생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의 유물 전시를 보면 그들의 용감했던 역사들이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조금 아쉬운 감이 들기도 한다. 어느 나라라 할지라도 자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자긍심을 갖고 살고 있다.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사는 필요에 의해서만 챙겨지는 것이 못내 아쉽다. 역사는 공부해야하고 시켜야 한다. 그래야 그 나라의 국민이 될 수 있다. 어찌 수능이 국가보다 소중할 수 있겠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조그마한 나라도 개인적으로 살았다면 없어졌을 것이다. 회의를 통하여 방법을 찾고, 대책을 강구하여 오늘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국경을 들어서면서 보게 되는 것은“고대 자유의 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이다. 얼마나 영광스런 지킴인가.

이 나라도 최근에는 더욱 정신 차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검은 돈을 받아주는 나라에서 점점 밝은 나라로 빛을 되찾아 가고 있다. 아마도 자기들의 고유한 역사 및 전통에 선조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검은 돈으로부터 독립하고자 애를 쓰고 있는 그야말로 조그마한 나라이다. 평화롭게 정의롭게 살기위한 몸부림은 우리가 좀 더 살펴야 하지 않을까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