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길/ 김 종 덕

유월의 맑고 향기로운 날에 딸의 결혼식을 가졌다. 참 많이도 걱정했다. 아이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고등학교부터 타지에서 커 갔다. 항상 가슴 저리는 마음으로 뭔가 내가 잘못한 탓으로 아이가 타지를 돌며 세월을 보낸 것 같아 못내 마음 아파하며 보냈다. 진로를 어디로 할까의 고민은 아이를 더 숨차게 만들었고, 직접 나서서 아이를 데리고 마주친 적도 없는 대학원의 교수를 찾아가 이놈이 이 학교의 대학원에 들어오기를 원합니다. 가능 하겠읍니까를 타진했다. 정원은 정해져 있고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학생이 시험을 잘 치르는 것외는 길이없다는 답을 들었다.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왜 너가 대학원을 가서 너가 하고 싶은 길을 개척해야 하는가를 5시간 이상을 운전하여 집으로 올 때까지 필요성은 강조했다. 본인은 취업하여 부모님을 돕고 싶다고 했다. 나를 도와 주는 것은 너가 좋은 길을 선택하여 미래에 스스로가 참 잘했다고 하는 것이 나를 돕는 일이라고 깊은 속에 있는 감정으로 설득했다. 참으로 요행히 합격을 했다. 이것이 이아이의 삶을 결정하는 길이 되었다. 아버지로서 잘 한일 하나를 꼽는다면 방황할 때 같이 진로를 걱정해 준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가 고등학교 때 나를 따라 일 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할 때 아이는 죽어도 다시 미국에 올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게 아이의 뇌 속에 파묻혀 있었나 보다. 대학원을 마치고, 이제는 내가 취업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때 이놈은 박사학위를 하러 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고 한다. 말릴 수가 없었다. 딴은, 자식이 하고 싶다는 일을 부모가 능력이 안 되어 하지마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유학 서류를 만들면서, 이 놈이 대학원에서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에 나 스스로 놀라 그냥 내가 고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말을 내고 유학을 보냈다. 참으로 세월은 그렇게 흘러갔다. 난데없이 애 엄마가 이제 저애도 30이 넘었는데 결혼 시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나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고, 학위 받고 자리를 잡은 후에 결혼해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애 엄마가, 학위하고 자리 잡고하면 40이 넘을 텐데 시집못 가면 당신이 책임 질거요라고 눈을 쟁반달 같이 뜨고 달라든다. 곰곰이 생각 해봤다. 맞는 말 같았다. 여자 교수들은 나이가 들어도 혼자 사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그냥 두 손 들고 말았다.

그 다음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아마도 엄마의 지령이 아이에게 전달되었는 것 같고 아이가 인종 문제로 많은 아픔을 겪고 기숙사에서 있기 힘들 때 많은 도움을 준 사람이 있다고 전해왔다. 애 엄마는 나이도 있고 하니 결혼이 전제되지 않는 사귐은 절대로 해선 안된다는 지령을 엿듣기도 해, 그냥 내 일에 바쁘게 지냈다. 작년 여름 방학 때 잠시 귀국하는 길에 잠시 들럴 수 있다는 전갈이 와서 거의 기도로 시간을 보냈다. 혹시, 내 집 사람이 될 지도 모르는데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 수 있기를. 다행히도 예의 바르고, 인사성있고, 사근사근하고, 붙임성있어 일단은 나의 기도가 빗나가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바램은 절실해야 이루어지는 것 이구나하는 것을 이 나이에도 애잔한 생각이 들었다. 그 뒤 일 년 여름 방학에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더 고민이 되는 것은, 내가 어떠한 삶을 살아 왔는지에 대한 시험대가 되는 것이 모든 것을 생각하게 했다. 내가 주위에 얼마나 배풀고 살았는지, 다른 사람들의 애경사는 잘 챙겼는지, 주위 사람들과는 잘 조화되게 살았는지, 어마어마한 생각들이 스쳐갔다. 저 넓은 예식장에 나의 화객이 없어 텅 비면 어떡하나? 애의 결혼식이라기보다는 내 자신의 삶에 대한 점수가 더 크게 다가왔다. 겁이 났다. 다른 친구들의 결혼식에 가보면 엄청난 화환과 화객, 그 때는 생각이 별 없었다. 지금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 되었다. 지금까지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구나. 참 잘 못 살았구나하는 연민의 후회가 다가왔다. 민망한 생각이 온몸을 엄습해오곤 했다.

결혼식은 주례없이 양쪽 아버님의 훈화로 하기로 하고, 식은 짧게 끝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돈께서 훈화를 마침과 동시에 아들에게 유학가 있으니 자신의 소개를 영어로 하고 우리아이에게 통역을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몹시 당황했다. 그러나 사위는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홀이 울릴 만큼 큰소리로 한참을 말했다. 아이는 통역하지 않아 웃음을 자아냈고 재미있게 끝을 맺었다. 그리고, 사위와 딸의 부모님 전상서의 편지를 읽는데 깊은 속으로부터 짜릿한 눈물이 쉴 새없이 흘러나왔다. 애들로만 생각했는데 참 깊은 말로 마음속 깊이 까지 스며들었다. 다음은 내가 딸아이 결혼 할 때 연주해주려고 색소폰을 딸 모르게 4년 정도 연습해 왔다. 최백호 노래의 “애비”와 “사랑을 위하여”을 두곡을 연주했다. 정신없었지만, 무리없이 끝낼 수 있어서 참 자신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했다.

그리고, 참가하신 분들은 나의 생각과는 정 반대였다. 일주일 전에 아버님의 소천으로 주위에 연락을 몇 곳 하지 않았음에도 그 많은 분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 주셨는지 너무도 감사했다. 수십년 만에 나타난 친구, 선배님, 후배님, 생각지도 않은 먼 곳의 교수님들, 주변 동료들, 지나가며 눈인사만 한 분들도, 멀리서 산다는 이유로 집안의 대소사를 잘 챙겨보지 못했음에도, 이렇게 많이 찾아주셔서 속으로 많은 눈물을 삼키며 진심으로 감사함을, 이런 것이 사는 것이구나하는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잘 사는게 아니라는 것을, 내 삶의 모토를 이젠 바꾸어야 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삶을 가르쳐준 모든 분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