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7-03-07 06:05

ㆍIP: 124.xxx.224

세대 갈등

세대 갈등

우리 내외는 모두 70대입니다. 아들과 딸은 40대이지만 우리와 함께 살지 않기 때문에 가족들끼리의 세대 갈등은 문제될 일이 없습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어버이날과 삼복 그리고 연말 총회 등 행사가 있을 때마다 아파트 방송망을 통하여 경로당 소식을 접할 때가 있어도 항상 남의 이야기를 듣는 듯 생뚱맞은 기분입니다. 이날의 방송에 의하면 65세 이상이면 경로회원으로 대접을 받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런 행사에 일체 참여를 안 하니까 그 외의 연락은 없습니다. 사실은 내가 아는 많은 이들이 경로당에는 나가지 말라고 강하게 권유를 합니다. 요즈음은 80세나 되어야 겨우 노인 대접을 받을까 말까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거기에 가면 머슴 노릇하기 제격이라고 이야기를 해 줍니다.

사실은 대접 못 받을까 보아 그러는 게 아니라 갈등이 겁이 나서 안 가는 것입니다. 심부름이야 나이가 적으니 하여야 하고 경력이 짧으니 감내하면 되는 일이지만 소통이 안 되면 해결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곳에 나가지 않는 것입니다. 우선 대개의 노인들은 모든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려 들지 않고 우기기를 잘합니다. 그리고 자기만 아는 정치이야기 하기를 즐깁니다. 또 하나는 할 일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모여 앉으면 소위 치매 예방용이라며 10원이나 100원짜리 동전을 걸고 내기 화투를 즐기는데 나는 따 먹는 시합에 취미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 내외는 오래 살면 닮는다고 성격이 비슷하여 경로당 출입은 안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웃 사람이나 어떤 경우라도 같은 세대끼리도 갈등이 생길 염려가 없이 사는 편입니다. 가족들끼리도 세대 갈등이 발생할 일이 없습니다. 가족 전체가 만나는 일이야 일 년에 두세 번 정도이니 이렇다 저렇다 할 일이 없습니다. 어찌 보면 참으로 무미건조한 사람들인 셈입니다.

지금 당장 눈앞에 전개되는 수많은 문제들도 객관적으로 논리적으로 사실적으로 판단을 하여야 하는 문제들을 주관적으로 감성적으로 소문에 근거한 편협한 소견으로 접근하려 하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혼자서만 짐작하면 될 일도 자녀들에게 강요를 하면서 우기곤 하니 어느 자식이 수긍을 하겠는가 말입니다. 통상 우리 자녀들은 나보다 30년 정도 앞서 가는 사람입니다. 나는 그들보다 30년 늦은 사고방식으로 살아간다고 보면 뒤떨어진 내가 더 노력을 해야 함께 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지난 번 선거 과정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기는 하였습니다만 소위 ‘묻지 마 투표’ 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근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악습입니다.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 등으로 나뉘어서 무조건 투표하는 경향은 근절하지 않으면 안 되는 투표 문화입니다. 이러한 투표 문화도 신구 세대 간 이념 간 고정된 관념으로 인하여 바꾸지 못하는 적폐는 아닌지 심히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젊은이들 입장에서는 분명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데 지역 간 세대 간 이념 간 감정에 치우쳐 우기거나 일단 주관적인 판단부터 내리는 노인들이 그저 답답할 것입니다.

반면에 노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젊은이들의 태도도 기가 막히기는 한 가지입니다. 요즈음은 말대꾸는 물론이고 어른들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과거와 너무 다릅니다. 어른들 말을 탁탁 끊고 종 주먹을 들이대는 젊은이들의 버릇없음은 가히 모욕적이기까지 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상전 모시듯 하면서, 노인들 보면 냄새 나는 오물인 듯 슬슬 피하고 외면하는 자식이나 손주들에게서 받은 상처도 크다 말합니다. 어디를 가도 어른을 대접해 주는 곳은 없습니다. 기계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굼뜨고 말도 통하지 않는 어른들까지 챙겨줄 만큼의 여유 자체가 없습니다. 나 하나의 문제만으로도 버거우니까요.

어린 시절 영어 배울 기회 자체가 별로 없었거니와, 한국말도 가물가물한데 어떻게 영어까지 외우겠는가. 자식들 아파트 이름까지 영어로 쓰는 세상은 아예 노인들을 따돌리려 작정을 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렇게 소소한 일들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의 대립이 정치적 이슈 때문인 듯합니다. 하지만 속을 들추어 보면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에서 온 원망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양 쪽의 상처받은 마음을 잘 다독이고 파국을 막을 진짜 어른들이 꼭 필요한데 아쉽게도 존경할 만한 원로들은 번잡한 세속에 몸을 담그고 싶지 않아 그런지 말씀 없이 숨어 사시는 것 같습니다. 대신 어른답지 못한 가짜나 자기 잇속 챙기기에만 계산속 빠른 정치인들이 앞에 나와 엉뚱한 말과 유치한 기행을 되풀이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약자가 따로 없는 세상, 강과 약이 함께 행복한 세상, 신세대와 구세대가 갈등하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선후는 없겠지만 굳이 이야기를 하자면 나 자신이 노인이기에 노인의 입장에서 말합니다. 인생 경험이 더 많은 우리가 먼저 양보를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해 달라 하기 전에 존경받도록 살아야 합니다. 존경까지는 어렵다 할지라도 무시당하지 않을 만큼의 노력은 하고 살아야 합니다. 어째서 어른이 양보를 하여야 하는지 묻습니다. 어른이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손해 보라는 말이 아닙니다. 어른다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요즘 휴대전화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휴대전화에 가족들의 이름 정도는 주소록을 만들고 전화가 오면 “응 손자구나!” 하여야 합니다. 부재중 전화가 왔을 때에는 전화를 걸어서 “우리 며느리가 전화했었구나.” 하여야 합니다. 70세 넘으신 어른치고 이 정도 하고 사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이렇게만 하고 살아도 무시당하지는 않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무시당하지 않습니다. 잘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잘하려고 노력은 하여야 합니다. 노력하는 어른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참으로 아쉽습니다.

정찬열

2017-03-07 20:09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작가님! "세대 갈등"
공감가득한 좋은 글에 쌍수를 올립니다.
저야 박수를 처도 소리를 낼수 없기에
댓글로나마 박수를 크게치렵니다
짝!짝!짝!짝!짝!짝!하고 말입니다.^^
저역시도 작가님 보다 못한 턱걸이 하는
나이입니다만 아직 노인회관이 어떻게
돌아간줄도 모르는데 작가님을 통해서 실상을
잘알았습니다. 말씀대로 지금은 나이로 월권 하거나
통제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귀감가는 글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조석으로 고르지 못한 기온에 건강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이석희	반갑습니다. 작가님! 응원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용기를 주시니 더욱 더 감사합니다. 날씨가 널뛰기를 합니다. 건강하세요.	3/7 22:04

김종근

2017-03-08 08:29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세대 갈등~ 감사히 배독합니다.
세대 갈등은 요즘만의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수천 년 인류의 역사 속에서 세대차이와 갈등은 계속 되어 왔으며,
나이에 따라서 서로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겠지요.
요즘은 쌍둥이도 세대차이가 난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세상이 풍요로와지고
십인일색에서 일인십색으로 조석으로 사고가 바뀌는 다양성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러한 덕분에 세상이 발전하는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날 되세요.


이석희	김종근 작가님! 반갑습니다. 밭갈이 하느라고 허리가 휘이도록 바쁘실터인데 여기까지 찾아오시다니요. 격려하여 주시니 고맙습니다.	3/8 11:24

김종덕

2017-03-10 13:30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평안하신지요? 작가님께서는 부지런하시기도 한데, 그 위에 그렇게 갈고 닦으시니 무슨 세대의 갈능을 느끼겠읍니까? 옆에서 뵙기 너무 좋습니다. 배려 및 솔선 수범은 갈등을 해소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이라 생각합니다. 요즈음은 밥상머리 교육어 없어진 후로 젊은이들의 행동이 참 어렵게 되어 가고 잇읍니다. 어른답게 사는 것이 정말로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서로의 물성을 지켜야 겠지요. 변화무쌍한 날씨에 몸 잘 추스리시길 바랍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이석희	정성어린 격려의 글 감사합니다. 제가 무슨 존경받을 그럴 자격이나 있겠습니까? 그저 딱 한가지 뿐입니다. 모든 결과의 원인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고 믿고 그것을 찾기에 노력 하는 것이지요. 물론 잘 안 됩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노력은 하려고 합니다. 이제 그럴 나이도 되었지 않아요? 75년째나 살고 있으니까요.	3/10 13:52

김강좌

2017-03-12 22:19

작가님의 넉넉하고 깊으신 마음씀
그리고 배려와 열정이 많으신 모습에
세대갈등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듯 합니다~^^
저희 어렸을때와 요즘 세대의 차이는
너무 동떨어져 생각이나 행동까지도 비슷한점이 없더라구요.
해도 저는 속없이 좋은게 좋은거다 생각하고 허허거리는편이라
아직은 애들과도 크게 부딛치는 일은 없었다. 생각합니다^^
간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고
햇살처럼 찬연한 날들 만나시길 빕니다~^^


이석희	반갑습니다. 김강좌 작가님! 과찬의 말씀이고요, 부족한 점이 많아서 항상 뒷북을 자주 쳐서 후회를 할 때가 많습니다.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살려고 합니다.	3/12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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