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7-02-28 07:40

ㆍIP: 124.xxx.224

누명

누명

21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 입은 누명으로 인하여 그 당시의 선생님을 살해한 끔찍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37세의 중년으로 자라난 사람이 행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인 것입니다.
‘나는 억울하다, 나는 그 때 컨닝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선생님은 나의 해명을 듣지 않았고 나를 처벌하였다’
‘나는 이 원수를 꼭 갚고야 말겠다.’

이렇게 결심한 그 사람은 수소문 끝에 그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를 알아내었고 학교에 가서 낙서를 통하여 그 선생님을 비난 하였다고 합니다. 그 낙서를 본 교사는 신변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자기 집보다 널리 알려지지 않은 부모의 집에서 출퇴근을 하였다고 합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짐작이 갑니다. 불안하기 그지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복수의 칼날은 그 선생님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그 청년은 선생님을 살해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무서운 인과입니다.

청년은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도 어느 누구 한 사람과의 대화도 나눌 수 없을 만큼 외로움을 벗 삼아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까요? 이렇도록 복수심에 가득 차 있는데 어찌하면 좋을까 조언을 나눌 만큼 가까운 친구 한 사람도 없었을까요? 모든 일을 혼자서 해결하는 이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고 밖에는 달리 변명을 할 수조차 없습니다. 요즈음 흔한 유행어가 되어버린 ‘혼밥’ ‘혼술’이라는 생경한 단어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들이 오버랩 되어 나의 머리를 어지럽게 합니다.

선생님도 그렇습니다. 도둑을 맞으려면 우리 집 개는 물론이요 옆집 개도 짖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그렇게 옹졸한 마음의 소유자였을까요? 단순한 생각으로만 살펴보아도 적어도 엄마와 울을 트고 상의를 하였어도 비켜 갈 수 있는 길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료 교사도 있을 터이고 교장 선생님도 계셨을 것입니다. 설혹 용기가 없어서 들어내 놓고 말할 수 없었다고 칩시다. 나 자신에게 만이라도 조금만 더 솔직하게 고백하였더라면 내가 그 때 잘못 알고 그랬노라고 내가 실수를 하였노라고 독백처럼이라도 말을 못하였을까? 진솔하게 고백하고 그 제자와 상생의 환경을 왜 만들지 않았을까요?
선생님이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였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 아닐까요. 선생님의 지혜가 무척이나 아쉬운 대목입니다.

어느 글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오늘날은 완행열차가 없어졌지만 40년 전만 하여도 있었습니다. 증기 기관차였지요. 이 완행열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왕래를 하였지만 특히 대도시 학생들의 등하교시간에 맞추어 달리는 통학차라는 게 있었습니다. 가난하디 가난한 농촌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는 참으로 큰 고마움이었습니다. 이 열차는 통학차라고도 불렸으며 직장인들은 통근열차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몇 닢 안 되는 기차 요금도 못 낼만큼 가난한 아이들은 때로 무임승차를 하였다가 도착을 하면 용케도 개구멍으로 도망을 치기도 했던 웃지만은 못할 추억이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학교를 마치고 취직을 하여 지내던 어느 날도 이 사람은 여전히 이 통근열차의 단골 고객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옛날 지었던 그 빚이 생각이 났습니다. 떼어 먹었던 그 빚을 갚아야겠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는 창구에서 목적지까지의 열차표를 수십 장씩 여러 날을 구입하여 찢고 또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더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묵은 빚을 이렇게 갚는 길도 있습니다. 빚이라는 것은 반드시 돈으로만 짓는 것은 아닙니다. 엄밀하게 평가하자면 숨을 쉬고 사는 것 자체가 공기에게 지은 빚입니다. 물도 마찬가지고요 땅도 그렇습니다. 부모의 은혜 동포에게 지은 빚도 한 가지입니다. 빚 아닌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를 뒤집어 보면 빚은 은혜입니다. 없으면 살 수가 없으니 은혜인 것입니다.

사람이 나이를 먹고 철이 들고 인격이 갖추어 지게 되면 세상에 잘 적응하는 시기가 도래합니다. 그 옛날 어린 시절의 그 인격은 이제는 다 사라지고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을 합니다. 이렇게 다 자란 후에도 알게 모르게 죄를 지으면서 살아갑니다. 아마도 어쩌면 죄를 하나도 짓지 않고 나이 먹고 늙고 그리고 병들어 죽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뉘우쳐야 합니다. 반성하여야 합니다. 돌아보아야 합니다. 참회를 하여야 합니다. 회개하여야 합니다. 지었던 죄가 다 없어지지 않는다 하여도 최소한 이렇게라도 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은 얼굴도 다릅니다. 마음이 편안하니까 얼굴도 편안합니다.

사람은 누구라도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잘못 할 수도 있습니다. 죄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잘못을 다시 저지르면 안 됩니다. 아닙니다. 두 번 세 번 저질러서는 더욱 더 안 됩니다. 횟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합니다. 내가 나의 잘못을 용서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파야 합니다.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아픈 사람의 마음을 모른다고 합니다. 대개의 경우는 나에게는 후합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일수록 남에게는 엄격합니다. 그럴 수는 없다고 한답니다. 이러면 안 됩니다. 그 반대여야 합니다.

김경렬

2017-03-01 12:03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고교시절 컨닝의 누명!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그억울함을 복수로 끝낸 잘못된 인성도 암적 현실 입니다.
인성 교육의 절실함을 새삼 느끼게됩니다.


이석희	기본 소양의 부족을 절감합니다. 문제를 순리로 풀어내지 못하는 어른의 문제도 있습니다. 소통의 부재도 없다 할 수 없지요. 어디서부터 손질을 하여야 할까 심히 우려스런 대목입니다.	3/1 16:27

김강좌

2017-03-01 16:52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바르지 못한 인성으로 씻을수 없는
죄를 범하고 말았네요. 가슴아픈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기도 하는데 털어내지 못하고 그렇게 끄달리는
좁은 생각의 틀이 두렵기만 합니다.
두루 아우르는 넓은 마음과 배려가 필요한 시대라 봅니다.
이석희 작가님~ 새롭게 시작되는 3월
봄내음속에 늘 건안하시고
옥필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


이석희	그렇습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젊은이가 인생을 망쳤지요. 한 생각이 원인이 되어 아쉽습니다. 밝게 자라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강좌 작가님!	3/1 20:50

정찬열

2017-03-01 21:28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억울한 누명으로
그것도 제자와 스승간에 있어서는
않될 불행한 사실을 적나라하게 지적해주시고
좋은 예도 올려주심에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미련은 앞서고 후회는 뒷따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전 전생에 타고난 운명이요 숙명이라고
결론짓고 싶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늘 건안 하시길 빕니다.


이석희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꽃 피고 새 우는 춘 삼월입니다. 늘 행복한 날 되소서.	3/1 22:50

김종근

2017-03-02 08:06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누구든 한번쯤은 억울한 누명을 으로 가슴 아파할
일들이 있겠지요. 속을 뒤집어 보일 수도 없고,
누명이란 평소에 스스로 그렇게 행동해 온 것에 그렇게 보여진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되어 집니다.누명을 쓰지 않도록
바르게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월요일 같은 목요일이군요.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응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제 더욱 바빠지시겠습니다. 밭이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행복이 넘치는 3월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3/2 10:04

김종덕

2017-03-02 11:12

이석희 작가님, 평안하시지요?
작가님은 항상 미래를 안겨주는 좋은 말씀으로 다가오십니다. 物性을 존중하지 않아서 이와같은 일이 일어 났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성은 또 책임을 동반하는 것이어서 참으로 아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겹게도 증기기관차, 통학차가 다가오네요. 어쩜 꼭 같은 모습인지 모르겠읍니다. 증기기관차의 연기에 여름철의 교복이 검게 되어 가던 때가 어쩜 그리 살갑게 다가옵니까. 항상 곁에 게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 하시옵고.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같은 시대에 자랐고 또 같은 시대에 살아가니 경험과 사유가 비슷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공유해 주셔서 더욱 더 감사합니다. 평안한 3월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3/2 11:17

최병도

2017-03-04 15:39

봄 향기 가득한 주말입니다
들로 산으로 무작정 나서고 싶도록
날씨가 너무 좋읍니다
이석희 작가님 건강조심하시고 편안한 주말잘보내세요
작가님의 좋은 글 ' 누명 ' 잘 보고 갑니다


이석희	최병도 작가님! 반갑습니다. 바쁘실 터인데 오시고 또 댓글까지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3/4 15:55

박목철

2017-03-05 11:37

별 일 아니라고 스치듯 잊는 일상이 때로는
상대방에게 평생의 한으로 남기도 한다는 교훈입니다.
소운도 교편을 잡으며, 무서운 선생님으로 애들을 가혹하게
다루기도 했습니다. 잘 기억을 더듬으면, 컨닝 정도의 실수는
있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제자들을 잘 만난 셈입니다.
죽이겠다고 찾아오는 제자가 없으니, 글을 읽으며, 선업을 쌓아야
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이석희	소운님! 안녕하셨어요? 그 옛날이야 무서운 선생님 참 많았었지요. 선생님에게 매맞고 나서는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었어요. 도리어 잘맞았다는 핀잔 듣기가 일쑤였으니까요. 그래도 그 시절 선생님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정성스런 댓글 감사합니다.	3/5 12:28

김상화

2017-03-06 00:04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작가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저는 항상 가슴이
뿌듯합니다. 왜냐고요~^^
많은 것을 배워가기 때문입니다
제자와 선생의 사이에 오해로 빚어진
살인 사건의 해법 제시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든 묘미라든가 또 비전을 제시해
주는 날카로운 글이 참으로 좋습니다
작가님 이제 3월이 되었습니다
머지않아 아름다운 꽃도 피고 나비 날겠지요
매일매일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그렇쟎아도 요즈음 뜸하십니다.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헤헤 너무 과찬이십니다. 송구스럽습니다. 이제 봄인가 봅니다. 그래도 오는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리 큰 추위야 아니겠지만 눈 소식도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3/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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