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6-12-16 19:50

ㆍIP: 124.xxx.224

배려

배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알려 드립니다. 102동 앞에 주차하신 차량 번호 ○○ 가 ○○○○ 차주께서는 지금 즉시 다른 곳으로 이동 주차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차량 브레이크가 잠겨서 다른 차량이 운행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하고 나서 한 번 더 방송을 합니다. 다른 곳에 사시는 분이 일이 있어서 왔다가 일어난 일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희한한 것은 이런 방송이 나가면 이내 조용 해 진다는 것입니다. 방송이 거짓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모두가 일하는 낮 시간에야 자신들만의 문제이니 탓할 일은 없습니다. 이런 일이 반드시 낮 시간에만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낮에 그런 사람이 밤에는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야간에 일을 하고 주간에 쉬는 직장인에게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임에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새벽에 전화를 거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이가 70대 중반인 남자 어른입니다. 이 분은 농사를 짓기 때문에 밤이면 많이 피곤합니다. 저녁식사를 하면 곧 잠이 듭니다. 일찍 잤으니 일찍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 분은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사는 줄 아는 모양입니다. 인생의 결실기에 이른 사람이 이러한 실수를 하고 사니 참으로 난감합니다. 가르칠 수도 충고를 할 수도 없습니다. 하루는 새벽에 문자 오는 소리가 납니다. 시계를 보니 4시 57분입니다. 예의 그 분입니다. 모르는 것을 묻는 내용입니다. 그냥 일어났습니다. 답장은 7시 정각에 하였습니다. “지금에서야 일어났습니다.” 하고 답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제발 이러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도서관에서도 이런 방송은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도서관은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공간입니다. 침묵을 제일로 치는 곳입니다. 그야말로 숨 쉬는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합니다. 흔히 쥐 죽은 듯 하다고 말들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무언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현상이 종종 생깁니다. 방송 내용은 뻔합니다. 주차장의 차량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게 주차를 한 얌체족 때문입니다. 얌체족은 자신이 얌체족인 줄을 모르지 싶습니다. 아무도 말은 안 합니다. 말은 고사하고 표정도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안 보아도 보입니다. 보여야만 합니다. 안 보이면 보이도록 살아야 합니다.

아파트의 초인종이 울려 댑니다. 대체로 그냥 못들은 체 하지만 나가서 문을 여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밤에 자는 잠도 설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무슨 고민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고민 자체가 없습니다. 고민될 일이 있을 턱이 없습니다. 그래도 그렇습니다. 자연스럽게 낮잠을 자야 하는 경우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게 원인이 되어서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새벽 두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악순환이라고 합니다. 대낮이지만 딱히 할 일도 없으니 졸려서 누웠는가 싶은데 초인종 울리는 소리가 납니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부비면서 나가보면 종교 선전원이거나 우유 판촉사원 주부 면접사원 등일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 분들에게는 생업일 일이니 탓할 수도 없습니다.

신문에서 읽은 내용입니다만 대문 앞에 세워둔 검정색 고급 승용차를 부숴버렸다가 분쟁이 붙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 준비를 하고 대문을 열려고 하는데 문이 안 열립니다. 그 대문은 공교롭게도 밖으로 밀어서 여는 철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이 열리지를 않습니다. 집안에 세워둔 차량이 나갈 수가 없습니다. 담을 넘어서 나가 보니 자동차 안에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를 않습니다. 출근을 하여야 하는 사람은 담장을 넘어서 겨우 나갈 수가 있었으나 차량들은 한 대도 나갈 수 없어 하루 종일 집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후 늦게 퇴근을 한 후까지도 연락이 되지를 않아 화가 난 집주인은 쇠망치를 들고 나가서 차량을 부숴 버렸습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경찰의 신세를 졌다고 합니다.

내가 아는 분에게 직접 일어났던 이야기입니다. 대문을 잠그고 나갔다가 돌아오니 승용차가 대문을 가로 막고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자동차 앞 유리에 붙은 번호로 전화를 하여도 받지를 않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 분은 그의 차량을 대문에 세워둔 차량이 나가지 못하게 세워두고 담을 넘어서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마의 긴 시간이 흐른 후 연락이 안 되던 차량의 주인이 차를 빼 달라고 전화를 하였던 모양입니다. 수십 차례의 전화가 와도 전화를 안 받았습니다. 이 사람도 화가 머리끝까지 났었나 봅니다. 드디어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용용 죽겠지?” 이 분은 비교적 여유가 있으신 분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한 이야기들은 내가 직접 경험하였거나 보았거나 들었거나 읽은 내용들만 모아 놓은 것이니까 이 세상에서 일어난 웃지만은 못할 희극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가 몰라서 저지른 일이 결코 아닐 것입니다.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거나 챙기는 마음이 모자란 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은 일이라 하여 가볍게 생각하기가 쉽지만 남에게는 큰 아픔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놓지 말고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으로는 참으로 쉽기만 한 이 배려가 우리들에게 아쉬운 덕목으로 자리를 잡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배워 아는 것으로만 그치고 실천을 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모든 사람들 대부분이 나는 배려를 참 잘 행하고 있다고 믿는다는 데에 있습니다. 지금 당장 곁에 있는 사람에게 [그대는 배려를 하는 편이냐?] 고 물어 보십시오.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이 고개를 크게 끄덕일 것입니다.

[내가 못 당할 일은 남도 못 당하는 것이요, 내게 좋은 일은 남도 좋아하나니, 내 마음에 섭섭하거든 나는 남에게 그리 말고, 내 마음에 만족하거든 나도 남에게 그리 하라. 이것은 곧 내 마음을 미루어 남의 마음을 생각하는 법이니, 이와 같이 오래오래 공부하면 자타의 간격이 없이 서로 감화를 얻으리라.]

김상화 2016-12-16 23:42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석희 작가님 오늘은 올들어 가장추운 날씨인 것 같습니다. 배려라는 제목의 글 매우 흥미롭게 배독했습니다 누구든 상대를 생각해 조금 양보하고 배려하면 모두 편안한 기분이고 서로 돈독한 마음이 생길텐데 현실은 그렇이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인성교육이 잘못된 탓이라 해야겠지요 작가님 많이 배워갑니다. 고운 밤 되세요

정찬열 2016-12-16 20:49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우리주위에 너무 흔하게 직접 보고 듣는 경우가 많아 단숨에 배독 했습니다. 자기주위의 사고방식 나만 편하고 남을 생각하지 않은 사고방식이 선진사회라는 말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공감하는 "배려" 가슴에 와닿는 좋은글 행여 무심코 그런실수를 하지 않을까 가슴에 세겨 갑니다.감사 합니다. 늘 강건 하시길 빕니다.

백낙은 2016-12-17 11:50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배려 잘 보았습니다. 제가 대경지회 카톡방에 가입했었는데 약주 한 잔하고 새벽에도 서로 카톡을 하여 어렵게 이룬 단잠을 깨워 놓는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탈퇴하고 말았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가 남을 배려하는 예절을 좀 잘 익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평안하시기를 빕니다.

이석희 2016-12-16 22:38	《Re》정찬열 작가님 ! 날씨도 차가운데 부지런도 하십니다. 이렇게 찾아주시고 격려를 해 주시니 용기가 납니다. 앞으로 보답하는 길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석희 2016-12-17 03:35	《Re》김상화 작가님 ! 반갑습니다. 배우시다니요, 부끄럽습니다. 지금 열심히 공부하는 중입니다. 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독감도 돌아다닌답니다. 건강하세요.

김경렬 2016-12-17 05:34	웅변대회 한장면을 떠올리게 하셨습니다. 열광의 박수를 보냅니다.ㅉㅉㅉ 추운날 감기 조심하세요. 행사장에서 뵙겠습니다.

이석희 2016-12-17 10:10	《Re》김경렬 작가님 ! 반갑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대전에서 뵙겠습니다.

이석희 2016-12-17 13:31	《Re》백낙은 목사님 ! 반갑습니다. 이것 때문에 맘 상한 분들이 참 많을 것입니다. 다 알고는 있지만 막상 일을 당하면 실천이 안 되니 그렇지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김경렬 2016-12-18 22:38	작가님 제가 얼마나 찾았는데 어디 숨어 계셨어요? 시집 한권 드리려고 했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어두워서 제대로 알아뵙지 못했습니다. 집주소를 알려 주시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쉽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2016-12-19 04:35	《Re》김경렬 작가님 ! 아이고, 이를 어쩌나? 사회자가 작가님의 성함을 부를 때 안 나오시기에 오시지 않은 줄 알고 조금 일찍 나왔어요. 밤 운전이 힘들어서요. 이토록 감사할 수가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주소는 이메일로 보내 드렸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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