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7-03-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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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씨름대회

장사 씨름대회

해마다 ‘전국장사 씨름대회’가 전국 각지에서 열립니다. 대통령기 쟁탈전을 비롯하여 추석 설날 각 지자체 등 대회가 다양하게 열립니다.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황소도 힘자랑을 하는 신기한 일도 벌어집니다. 상금도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억대에 이를 만큼 다양합니다. 힘! 하면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으니 역도나 레슬링 선수도 결코 뒤지지 않는 완력의 소유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기는 사람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내용이 비약하여 엉뚱한 곳으로 흘렀습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여기서 육신의 힘을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의 힘 또는 마음의 힘이 센 사람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힘을 이야기 하자면 정신의 힘이야말로 진정한 힘일 터이니 그렇습니다. 어찌하여 그런가 하면 육신을 지배하는 것은 바로 다름 아닌 정신 또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육신은 그저 정신의 심부름꾼에 불과합니다.

세상의 어느 누가 마음먹지 않고 행동 먼저 하는 경우가 있을까요? 없습니다.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마음으로 생각하고 실행하지 않는 경우는 혹시 있을 수가 있지만 생각하지 않고 몸부터 움직이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생각 또는 마음은 주인인 셈이고 육신은 머슴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원인은 마음이고 행동은 결과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든 일을 평가할 때에 결과만을 가지고 왈가왈부 합니다. 어떤 일을 당하여도 과정을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과정이야 조금 좋지 않더라도 결과만 좋으면 그만인 세상이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렇듯 혼탁한 세상이 된 것도 그 답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조금 잘못 되어도 눈 감아 주는 사회 풍토 말입니다. 장관 청문회나 고위 공직자 인사 청문회 국회의원 후보 검증에서 익히 보아왔습니다. 몇 가지 결격 사유는 오히려 필수 과목이 된지 이미 오래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결과가 어떠하였는지는 이미 우리가 다 겪고 있지 않습니까?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조금 잘못하였을 경우 그 아이가 평소 공부를 잘하면 선생님은 기꺼이 눈 감아 줍니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기를 때에도 이 원칙은 거의 이대로 이어집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혹시 나도 그런 부모였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내가 대구에 살고 있을 때 한 지인의 경험담입니다. 이 분은 고모님 댁에서 기거를 하고 있었습니다. 고모부는 대구의 모 대학교 교수였고 고모님은 서문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외판원이었기에 집에 있는 시간이 더러 있었습니다. 4촌 동생은 남자 아이로서 당시에 초등 5학년이었습니다. 아침이면 엄마가 가정 학습 시간을 정하여 신신당부를 하고 등교시키고 시장으로 향합니다. 오후 세시쯤이면 하교를 하고 집에 옵니다. 엄마는 오후 일곱 시면 집에 당도합니다. 그동안 만화 영화에 구멍가게 게임이며 여유 시간을 있는 대로 활용하고 6시 50분이면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습니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합니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열심히도 공부하지.” 감탄을 하면서 입맞춤까지 해줍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은 이미 현장 검증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학교에서 시험만 보면 단연 1등을 놓친 기억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학기 말이고 학년 말이고 가릴 것 없이 백발백중 1등을 도맡아 하고 있으니 아무도 제재하지를 않았고 또 그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물론 그 후 나도 대구를 떠나 왔고 더 이상 그들과 만날 수가 없었기에 그 뒤의 모습은 알 길이 없습니다. 오늘 이 시간도 밖은 촛불 시위로 매우 시끄럽습니다. 물질 만능주의와 능력 지상주의 그리고 성과 제일주의가 갈 길은 이미 오래 전에 예정 되어 있었습니다. 세상에 원인이 없는 결과가 어디에 엤겠습니까? 그 일이 어떤 일이든 결과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원인은 반드시 결과를 만들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씨앗을 뿌렸으니 내가 거두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열매에는 반드시 씨앗이 있었고 모든 씨앗은 반드시 열매를 맺고야 맙니다. 그러므로 늦었더라도 원인을 찾아서 고쳐야 나중에라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 것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비웃기도 합니다만 그렇게라도 하여야 다시 소를 잃는 아픔을 겪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가 어찌 소에게만 한한 일일까요. 매사가 모두 다 그럴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이 세상에 가장 힘이 센 사람이 누구일까요. 씨름판에서는 다른 사람을 이기는 이가 바로 힘이 센 사람입니다. 다른 모두를 이긴 사람만이 최고의 강자가 되어 월계관을 쓰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오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강자는 정신의 강자입니다. 자신을 이기는 자가 가장 강자입니다. 사람은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나쁜 일은 안 배워도 잘도 합니다. 화투치기나 도둑질하는 법 거짓말 하는 법을 책 보고 배우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전문으로 가르치는 학교도 없습니다. 그래도 잘만 합니다. 그냥 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입이 귀 밑에 걸립니다. 도둑질로 돈 벌고 그 돈으로 회사 차려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일찍이 들어본 바가 없습니다.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쓸 수가 있어야 합니다. 자기를 이기는 그 사람이 가장 힘이 센 사람입니다. 내 마음을 내 마음대로 쓰기를 습관 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말은 이렇게 쉬워도 실행이 어렵습니다. 고쳐야 한다고 말은 쉽게 하고 시작도 쉽게 합니다. 잘못인 줄 몰라서 잘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습관이 문제입니다. 마음먹은 대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욕심나는 대로 행동을 하고 맙니다. 그러고 보니 욕심이 화근인 셈입니다. 물욕만 욕심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려는 마음도 욕심입니다.

나의 경험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 흉보는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이런 사람은 나 말고도 더러 있을 것입니다. 이게 작심삼일이 안 되도록 하려고 기록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위반할 때마다 카드에 날짜를 기입합니다. 벌써 3년여가 지나갔지만 아직도 도로 아미타불인 편입니다. 묵은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하면 그것은 성현 군자나 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성현 군자도 하는데 나라고 해서 못할 일은 없습니다. 성현 군자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백낙은

2017-03-21 21:05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장사 씨름대회라는 제목을 보고 진짜 씨를대회 이야기를 하시려나보다 라고 생각했지안 아니었네요.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하는 엄마의 힘" 이라는 말씀과 "욕심이 화근"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박힙니다. 그리고 정신의 힘을 말씀하셨는데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우리 기독교에서는 몸은 정신의 지배를 받지만
정신은 영혼의 지배를 받는다고 생각한답니다.
육, 혼, 영이 건전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리오며 멋진 봄날 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위원장님이 안 계셔서 서재가 썰렁하였었답니다. 참 반갑습니다. ㅎㅎㅎㅎ 제가 장난을 좀 쳤지요. 좋은 글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21 21:45

김상화

2017-03-21 23:18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가 괴으른 것도 있고 조금 바빠서 서재를
자주 들리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전에 해외를 다녀오느라 더더욱
들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작가님께서는 언제나 신선한 메세지를 담아
아름답게 글로 표현해 주시니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힘의 논리에 대해 빚어내신 함축된 글속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님 늘 감사합니다
오늘도 밤이 깊어가네요 고운 꿈 꾸시고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작가님!


이석희	정말 오랜만입니다. 안 계시니까 서재가 텅 빈 느낌이었습니다. 겸하여 여행까지 다녀 오셨군요. 이젠 꽉 차 보입니다. 자주 만날 수 있겠지요?	3/22 00:38

김종근

2017-03-22 08:37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장사씨름대회 감사히 배독하였습니다.
정신 마음이 건강하고 깨끗한 사회에 대하여
전적으로 공감합니다.세상이 물질 만능 시대로 변질되니
어떻게던 돈만 벌만되고 어떻게던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사고가 만연하여 이토록 타락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좋은 지적 가슴에 새깁니다.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이석희	반갑습니다. 19일 행사에 반가운 해후를 기대하였지만 바쁘셨지 싶었습니다. 농군 노릇하기 힘드실텐데 좀 쉬엄쉬엄 하세요. 건강을 해치면 큰 일 납니다.ㅎㅎㅎㅎ 좋은 글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3/22 09:03

김종덕	이석희 작가님, 오늘도 평안하신지요? 자신의 마음을 마을대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 더없는 공감을 느낍니다. 인과응보를 모두가 느껴야 한다보 봅니다. 원인없이 일어나는 일이 있겠읍니까.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가하는 것은 실제로 가르치고 있는 저에게는 사명감으로 다가섭니다. 과정을 생략한 성공은 아마도 작가님께서 언급하신 도둑질이나 사기꾼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삶에도 과정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는 개인의 역사가 될것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감사합니다.	3/22 12:56

이석희 2017-03-22 17:28	김종덕 작가님! 보내주신 사진 감사히 잘 받아 저장해 두었습니다. 저는 생각도 못한 일이었기에 어찌나 고마운지 모른답니다. 그날 제 내자 혼자 참석하였기에 사진 찍는 일을 마땅히 해줄 사람이 없었거든요. 내 진작 이러실 줄 알았습니다. 글에 작가님의 성격 일면이 엿보이거든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는 귀가 밝아야 더 지혜로운 삶을 산다고 믿고 있습니다. 항상 배려하는 미덕을 갖추신 님에게 감히 참 좋으신 분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정찬열

2017-03-23 19:59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지난 행사때 반가웠습니다.
저역시도 '장사씨름대회를 관망하시고 글을
올리신줄 로 만 생각하며 배독했습니다.
감동깊은 좋은글을 배독하면서 이런 발상도 해보았습니다.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의 뜻"을 말입니다.
"물질 만능주의와 능력 지상주의 그리고 성과 제일주의가
갈 길은 이미 오래 전에 예정 되어 있었다는 말씀에 제일 공감 하며
또한 깊은 감사드립니다. 늘 건안 하시길 빕니다.


이석희	19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역시 같은 길을 걷는 벗이었기에 반가운 해후였습니다. 정성어린 말씀 감사합니다. 결과보다 더 소중한 것은 과정입니다.	3/23 22:21

김경렬

2017-03-24 03:15

먼저 시인 문학상 축하 드립니다.

씨름판에 한판 붙으셨나 했더니
깊은 의미의 글을 펼치셨습니다.
공감의 박수를 보냅니다.ㅉ!ㅉ!ㅉ!
자주 인사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감사합니다. 시인님! 바쁘신 중에도 짬을 내시었군요. 이른 새벽에... 경로당에는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에 큰 도움이될 듯합니다. 선진 여러분의 배려와 협회 임원들의 덕분이지요. 꼭 보은하려고 합니다.	3/24 06:30

긴 병에 효자 없다.

장어와 함께 노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