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7-01-3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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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유감

명절 유감

명절 증후군이 세계적인 현상은 아니라고 합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명절을 보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인 현상을 말합니다. 실체가 있는 병도 아니고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도 아닙니다. 다만 심리적으로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이라는 증상이 있을 뿐입니다. 여성의 경우 명절에 필요한 음식 장만 및 뒤처리와 같은 가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사실 남성의 경우야 육체적인 현상에 있어서만큼은 무슨 큰 문제가 되겠습니까? 명절 하면 주로 여성의 경우가 큰 고민거리겠지요. 음식 장만을 하였다고 해서 끝이 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형제간이 많거나 하면 남자들은 둘러앉아서 먹고 이어 놀이에 빠집니다. 거기에 더하여 손님이 오게 되면 오는 수만큼 술상이다 밥상이다 안주다 하고 덮이고 데우고 하기를 거듭하다 보면 파김치가 되는 것은 순간입니다. 어른이나 남편의 격려가 며느리의 무거운 어깨를 가볍게 해 줄 수 있지만 무심한 사람은 부아를 돋우는 경우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명절에는 모든 사람이 즐거워야 하지만, 대부분의 주부들은 이번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미리 짐작합니다. 다른 식구들이 쉬고 있을 때도 차례 준비와 친척 모임을 위해 엄청난 양의 음식을 준비하느라 진땀을 흘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통 시대 차례나 제사를 위해 음식을 많이 장만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제사는 돌아가신 조상들에 대한 효의 연장이고 친척간의 결속을 강화한다는 의미 외에도 먹거리가 충분하지 않던 시절, 육류위주의 단백질을 소비할 수 있는 드문 기화가 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식생활 문화도 이젠 많이 변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두 세끼 먹을 정도로 적당한 음식을 준비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주부들의 일손도 덜 수 있고 또 음식물 낭비도 줄일 수 있습니다. 제사에서 으뜸 되는 예는 정성입니다. 조상들도 형식적으로 차린 많은 음식보다는 주부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정성스레 준비한 몇 가지 음식을 더 즐거워하지 않을까? 조상님에게도 정성을 으뜸으로 하는 제사 문화로 바꾸어 가고 가족끼리도 서로의 아픔을 인정하고 격려하고 함께 하고 인간관계에 정성을 쏟아가는 인정이 넘치는 명절을 만들어 가도록 바꾸어야 합니다. 이러한 일을 누가 주로 만들어 가야할까요. 정답은 물론 없습니다. 가족 모두의 합작품이어야 함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어른이 앞장을 서야 합니다. 그리고 남자가 더 앞장을 서서 이끌어 가야 합니다.

명절 증후군은 이렇게 찾아옵니다. 명절도 되기 전부터 두통에, 몸살은 아닌데도 몸살처럼 팔다리가 쑤시기 시작합니다. 귀성하는 차량만 타도 소화가 안 되고, 명치 밑이 꽉 막히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자주 만나지 않는 시댁 식구, 특히 시댁 어른들을 찾는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또한 손윗동서의 시집살이가 힘들거나, 반갑지 않은 시누이가 몇 있으면 이 증상이 더하기 마련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스트레스가 두려울 정도가 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명절 하면 아이들은 떠들썩한 분위기와 맛난 음식을 먼저 떠 올리기 마련입니다. 부모님은 오랜만에 보는 자손을 생각하고, 남편들은 푹 쉴 수 있는 연휴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며느리들은 이런 행복한 상상만 할 수 없습니다. 명절이 여자, 그중에서도 며느리들에게 ‘고난의 시기’가 된 지 오래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론이다 말합니다. 이러한 괴로움은 생각에 그치지 않고 병적 증세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명절을 맞는 며느리들은 흔히 두통이나 불면증을 호소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신체적 통증이 악화되고 자신감이 없어지며, 심할 경우 우울하고 원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가족 내에서 자신의 위치와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문제로 갈등을 겪으며 허탈감과 굴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내는 노래를 잘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노래 부르는 곳에 가는 것을 즐깁니다. 거기에는 노래 이상의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비슷한 연배의 노인들이 넓은 강당에 모여서 함께 웃으며 손뼉치고 떠들고 소통하는 것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나도 아내의 입을 통하여 비슷한 또래의 명절 분위기를 파악하기도 합니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위에 열거한 사례처럼 꽉 막힌 가정은 별로 없다고 말합니다. 요즈음처럼 밝은 세상에 저런 환경에서 쥐 죽은 듯이 고분고분 시키는 대로 시어머니의 명령에 복종하는 며느리가 있겠느냐며 도리어 나에게 역정을 내기도 합니다. 그런 고리타분한 소리는 집에서나 하고 나가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아주 오금을 박습니다.

오히려 장 보고 전 부치고 하는 힘든 일은 할 일 없는 시어머니가 혼자서 며칠 전부터 천천히 조금씩 미리 준비하여 며느리 힘들지 않도록 배려하는 집이 더 많다고 합니다. 더 많이 배우고 영특한 며느리들이 요령을 부리어 일이 이처럼 되도록 수단을 유감없이 부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가 이렇게 전개되다보니 이에 어느 말이 진실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내의 말로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보다는 중늙은이들이 시어머니인 경우 서로 수 싸움을 하다가 방송에나 나올법한 희한한 경우가 있나보다 하고 말하기도 합니다.

결국 며느리 증후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명절 때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여자들이 갖게 된 마음의 앙금은 대화로 푸는 게 좋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명절연휴 동안의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잘못은 솔직히 인정하는 태도입니다. 상대방의 불편이 자신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있다면 다툼이 잦고 그 앙금이 오래 갈 것입니다. 전부터 알고 있는 상식대로 ‘당연한 일인데 뭘?’ 하면서 대충 넘기는 일은 없는지 자신을 뒤돌아보아야 합니다.

백낙은

2017-01-31 11:20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요즘 무슨무슨 증후군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옛날에는 없던 신조어인데 별의 별 것이 다 있네요.
우리 시대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거나 홧병으로 고생을 했지요.
사회가 더욱 복잡해 지니 이제 큰 문제인듯합니다.
가족은 있는데 가정이 없어지고 있으니 걱정입니다.
늘 즐거운 나날 되시고 행복하세요.


이석희	반갑습니다. 그랬었지요. 어찌 보면 옛날 어른들이 보면 칭얼거린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참을 건 참고 견딜 건 견디지만 아니다 싶은 것은 고쳐야 하지요.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이 높아진다면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거든요. 시대에 맞는 해결책을 이마를 맛대고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덧글 주심에 감사합니다.	1/31 12:41

김종덕

2017-01-31 13:26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처음 뵙습니다. 평안하시죠? 예, 명절은 밝아야합니다. 모두 함께 밝아야 합니다. 작가님의 말씀대로 함께하며 배려와 이해가 필요할 것이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번 명절의 플래카드입니다."에미야 어서와라. 이번에는 외식이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석희	김종덕 작가님! 반갑습니다. 등단을 축하합니다. 저도 이제 겨우 반년짜리 햇병아리입니다. 이렇게 찾아주시고 정성어린 댓글까지 올려 누시니 더욱 더 감사합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잃지 않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1/31 15:32

김상화

2017-02-01 01:22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큰 명절을 치르고 나면 어느 집이나
여자들은 심한 스트레스가 오게 마련이지요
많은 일을 해보지 않은 데서 오기도 하겠지만
일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가
더 많다고 합니다.
제가 의학적인 상식이 짧다 보니 혹시
스트레스로 생기는 압박감을 증후군이라
하지 않는지요?
이석희 작가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늘 좋은 글 많이 생산하시어 기쁨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반갑습니다. 추위 속에 오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더하여 격려해 주시니 더 고맙고요. 용기 잃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2/1 01:44

김종근

2017-02-01 10:26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명절은 잘 지내셨는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명절 유감 통감 합니다.
저희 집도 종갓집이라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시대가 변해 가니 조금씩 바뀌어 가겠지요.
저도 아들세대엔 이러한 문화를 물려 주지 않을 작정입니다.
감사히 봅니다. 건강하세요.


이석희	반갑습니다. 종갓집! 말만 들어도 안 보아도 비디오입니다. 여자분들 고생이 참 많으십니다. 끊고는 싶지만 내 의지대로만 되는 일이 아닐테니 큰일이지요. 저는 집안이 단촐해서 오래 전에 아주 간편한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우선 우리 내외부터 시신을 기증하였습니다. 그리고 시신 반환받아 화장해서 밥에 비벼 새 먹이로 날리라 하였습니다. 할아버지부터 위로는 1년에 날잡아 하루에 합동 제사로 하고요. 아들 내외가 아주 좋아합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건강하세요.	2/1 15:01

김경렬

2017-02-02 07:02

명절 유감 단숨에 배독하고
다시한번 천천히 새기며 재독 하였습니다.
모든 시어른이 작가님 같다면 가족이 모이는것은 즐거움이지요.
저는 마음먹기 달렸다고 생각 합니다.
제 후배가 요리는 거의 사다먹을 정도로 소질이 없어요. 그런데 며느리를 보더니
몸도 약하고 아무것도 모르니 자기가 아들네 가서 음식을 해서 명절을 보낸다는겁니다.
속으로는 반찬집에서 미리 사다 놓은 반찬을 가져가는것을 알기에 웃음이 나오는것을 참았답니다.
동서간에 고부간에 조금씩 배려하면 즐겁게 지낼수 있는것이 명절 입니다.
일을 하기싫어 나온 증세이며 음식을 할줄몰라 스스로 받는 증세이기도 합니다.
저는 시댁에가면 아들과 사내 조카들을 설겆이 부대로 만듭니다.
모두 40대가 되었어도 시원시원 여자보다 더 깨끗이 합니다.
여자들은 음식 정리 그릇 정리만 하면 됩니다.
음식도 전 부치기와 만두나 송편 빚기는 남자들이 꼼꼼히 잘합니다.
서로 만든 모양보고 자랑하며 웃으며 즐겁게 하지요.
명절때면 손자 손녀들에게 몇개씩 먹을 꺼냐고 물으며 직접 만들게 합니다.
만드는 재미도 느끼고 제가만든것은 따로 담아주면 않먹던 아이도 그것만은 잘 먹습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 하기 달렸다고 생각 합니다.
맏 동서의 성품 도 중요 하지요.
저희시댁은 며느리가 네명인데 큰동서는 음식 재료준비.
요리는 둘째와 세째인 제몫이고 막내 동서는 설겆이였지요.
지금은 질부들이 사이좋게 잘 하고요.
작가님 덕분에 저희집 명절을 펼쳐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석희	반갑습니다. 그렇습니다. 시어머니의 역할이 대부분을 차지하지요. 하지만 많은 시어머니들이 '사랑과 전쟁' 드라마에서 배우지 싶습니다. 배워서 고쳐야 하는데 그렇게 실행하는 것을 배우는 것 같아요. 저의 아내는 하나뿐인 아들에게 고등학교때부터 음식과 밥 짓는 법 등을 스스로 하도록 가르쳤습니다. 앞날의 남편은 그래야 한다면서요. 요즈음 과천 본사로 발령이 났는데 혼자서도 식사를 거뜬히 해결하는 모습을 봅니다. 사서 먹는 일도 하루 이틀이지 길면 밥 냄새가 나거든요. 그저 남탓 말고 나부터 고치는 게 상책입니다.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2 07:25

박목철

2017-02-05 11:15

명절이 싫은 사람도 상당히 많다는 생각입니다.
제 딸도 명절이면 시댁 가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더군요,
아직 남자 위주의 사회 풍토가 이땅을 지배하고 있나봅니다.
제사에 대한 생각도 저는 부정적 입니다. 조상의 혼이 음식 드시러
오리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귀신이 배가 고플리 없지요,
결국 조상을 기리는 마음의 표시인데, 요즘 세대는 먹지도 않는 음식을
장만하느라 고생 한다는 사실, 좀 더 현실적인 효도의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작가님의 좋은 글 읽고 많이 생각했습니다.
명절 증후군, 이런 말이 사라지고 다같이 즐거운 명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석희	박목철 작가님! 감사합니다. 명절 제사는 정성입니다. 저는 이미 오래전에 제물을 차리지 않습니다. 우선 아내와 며느리 그리고 아들 모두 좋아합니다. 먹을 만큼만 준비하니 즐겁지 않을 일이 없습니다.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라도 개선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2/5 14:24

장계숙

2017-02-05 13:03

우선 기쁜 마음으로 이 글을 읽습니다.
명절날엔 모두가 즐거워야 하는데
여자들도 남자들도 그리 즐거운 마음은
아닌듯 합니다.
여자들의 심리를 어쩜 그리도
완벽하게 이해하고 계신지요. 존경스럽습니다.
뭔가 변화를 말하기는 조심스런 문제입니다.
집안의 어른들이 먼저 나서 주셔야
가능한 일입니다.
며느리 입장은 그저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가족들의 마음을 살피고 챙겨주기에 급급합니다.
속으로는 좀 단순하고 간편하게 할수 없나
생각도 해보지만 먼저 말을 꺼낼 처지는 아닌듯 합니다.
세상이 변했으니 전통도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틀에서 조금만 간소화 되었음 좋겠습니다.
마음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각 가정의 몫이란 말씀 공감합니다.

늘 좋은 글 뵐 수 있어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행복 가득 느끼며
즐겁게 배독했습니다.
편안한 휴일 되셔요.


이석희	장계숙 시인님! 찾아주시고 정성이 담긴 글 주시고... 감사합니다. 여자들의 심리를 잘 안다기보다 알려고 애를쓰는 중입니다. 남 눈치 보느라 마음 고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게 맞는 방식과 내 생각과 가족들의 견해에 따라 합의를 하여 실행하면 된다고 봅니다. 아는 사람이 그리고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먼저 실천하면 됩니다. 제사는 정성이 최고의 덕목이니까요.	2/5 14:30

꽃샘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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