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7-01-18 00:24

ㆍIP: 124.xxx.224

방심 [放心]

방심 [放心]

작년 11월 17일 치러진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돼 수험생이 4명이 집으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부산시 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수능 1교시 국어영역을 치르던 재수생 A씨의 도시락 가방 속에서 어머니 휴대전화가 10초 동안 울렸다. 감독관은 1교시가 끝난 이후 A씨에게 자술서를 제출받고 올해 수능시험에서 더 이상 응시할 수 없다는 의견을 통보했다. 이날 2교시 수학영역 시험을 치르던 수험생 B군은 책상 위에 놓인 시험문제지에서 3개 문항을 먼저 풀었다가 들켜 귀가조치 됐다. 또 문제 1개를 미리 풀거나 가방 속에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던 수험생 2명도 잇따라 부정행위로 간주돼 집으로 돌아갔다. /인터넷 인용

작다면 작은 단 한 번의 실수가 원인이 되어 너무나도 큰 열매를 거두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큰일에는 준비도 잘하고 일을 당하면 더 잘합니다. 인생길에서 가장 큰일이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흔히 ‘생사대사’라고 입을 모읍니다. 혹은 ‘인륜지 대사’라 하여 혼인을 꼽기도 합니다. 태어나고 죽는 일이 가장 큰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잘 나서 잘 살다가 잘 죽는 일이 가장 큰일입니다. 그리고 배필을 잘 만나야 일생이 행복하니 이 또한 작은 일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나고 죽고 배필을 만나는 이러한 일들은 길고 긴 우리네 인생길에서 딱 한번 뿐입니다. 두 번은 다시 없는 일이기에 크다 하는 그 말이 더욱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 작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커다란 사건이라야 큰 실수 또는 큰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결코 큰 실수는 아니었지만 이로 인하여 앞으로 몇 년이나 재수를 하여야 할지 그 횟수를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의 미래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재수를 하면 다시 재기를 할 수가 있을지도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이보다도 더 큰 문제는 기가 죽을 대로 죽어버린 그의 마음이 되살아 날 수가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자괴감이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의 친구들의 얼굴을 어떻게 바라볼 수가 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이 문제는 작은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그 결과도 원인과 같이 작을지 아니면 엄청나게 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A군의 어머니는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들의 얼굴을 볼 낯이 없을 터이니 말입니다. 아무리 후회를 하여도 부족함이 없겠지만 후회를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온갖 정성을 다하여 빌고 또 빌며 가르쳤고 길렀지만 한 순간의 작은 헛발질이 이토록 후회스러운 일이 되고 말았으니 무슨 말로도 이 질곡을 헤치고 나아갈 방도가 없음에 죽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B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로 죽고 싶은 심경이 아닐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부모님을 어떻게 마주하며 선생님은 또 어떻게 바라본단 말입니까? 형제간의 얼굴도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그 밖에도 더 있습니다. 한 개의 문제를 먼저 풀이를 한 사람도 그렇고 본인의 휴대폰을 가방 속에 간직한 사람도 똑 같기는 매 한 가지입니다. 어찌 보면 위에 열거한 몇 가지 사례들은 그다지 큰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큰 시험 작은 시험을 가르지 않고 그저 평상의 일이라면 단 한 번의 주의로 매조지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시험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쇼트트랙 경기를 영상으로 방영하는 모습을 본 일이 있습니다. 출발선상에 도열한 선수들이 심판의 출발 총성에 맞추어 출발을 합니다. 하지만 부정 출발의 경우가 발생을 하게 되면 다시 합니다. 두 번째의 경우에도 부정 출발을 하게 되면 그 선수는 실격을 당한다 합니다. 부정 출발이 무엇인가? 남보다 먼저 출발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기회를 공정하게 사용하지 않은 선수에게 내리는 벌입니다. 본질을 말하자면 규칙을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규칙은 무엇이냐 하면 함께 정한 원칙입니다. 그러한 원칙에 따라 경기하겠다는 약속이 전제되었기에 그 경기에 출전한 셈이기 때문입니다.

수학능력시험에 참여하여 실력을 겨루겠다는 수험생의 경우도 이와 하등의 다름이 없습니다. 그 때에 내가 그 장소에 함께 있지 않았다 하여도 나도 알고 있습니다. 세월이 아무리 많이 흘렀어도 그 원칙만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날 예비 소집이 있었을 터이고 주의 사항을 숙지시켰을 것입니다. 심지어 입실 시각 본인의 좌석과 화장실의 위치 등도 다 알려 주었을 것입니다. 열아홉 살 씩이나 잡수신 어른에게 너무 과할 만큼 자세한 일정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매년 이 시험 때가 되면 수험표를 경찰관이 오토바이를 몰고 맹렬한 질주 끝에 겨우 시험에 응시하는 모습을 말입니다. 또 학교 교문을 닫는 순간에 대문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기이한 모습들을 심심찮게 구경하면서 맨입으로 포복절도할 웃음거리를 관람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일을 당하기 전에 그저 마음을 한번만 챙기면 됩니다. 어제 나누어 주었던 주의사항을 읽으면서 하나하나 한 가지 또 한 가지 체크하면서 챙기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는 일은 초등학교 1학년 아이도 할 수 있는 단순 작업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렇게는 안 합니다. 가소롭다 이겁니다. 간단하다 이겁니다. 너무나도 쉬운 일이기 때문에 다시 챙길 필요는 당연히 없다는 자신감입니다. 일을 당할 때마다 건방 떨지 말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빼 놓지 말고 원리 원칙대로 순서 있게 준비를 하게 된다면 무엇 때문에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 고민 할까요?

이렇듯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을 放心이라고 부릅니다. 방심을 하고 성공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방심을 하게 되면 서 있다가도 넘어집니다. 자동차 운전 사고의 원인을 기계 결함이니 졸음 운전이니 하지만 사전에 정비를 소홀히 한 것도 실은 방심이요, 졸리면 쉬어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어긴 것도 방심입니다. 그토록 중요한 시험에 시간을 지키지 못한 일이나 수험표 분실 각종 위반 사항을 미리 점검하지 못한 일 등이 모두 다 방심입니다. 운이 없다고들 합니다. 둘러대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 마음만 챙기면 되는 일을 방심하여 버려놓고 운 타령 팔자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게 바로 한심한 사람입니다.

백낙은

2017-01-18 10:17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별고 없으시지요.
저도 학창시절 더러 곁눈질을 하기도 했답니다. ㅎㅎㅎ
그런데 요즘은 컨닝이 기계화 되었나 보네요.
작가님이 말씀 하신대로 예비소집일 때 모두에게 공지했을 것인데
수능시험장에까지 전화기를 가지고 들어 갈까요.
분명히 방심이 아니라 한심함이라 여깁니다.
그런 한심함이 결국 이화여대 부정입학이라는 편법이 나온 것이라 여깁니다.
6~70년 전 일까지 생각나게 해 주셔서 오늘은 깊이 회개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기성세대가 바른 삶을 보여 주어야 할 때인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올해는 더욱 알찬 한해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은안하소서.


이석희	위원장님! 편안하신지요? 지금 돌아가는 형세를 보면 참 걱정이 많습니다. 국민 모두가 방심하고 살았지 싶습니다. 능력만 좋으면 다른 모든 것은 잘못하여도 용서하는 풍토가 지도층의 부도덕으로 이어졌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지도자부터 어른들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위원장님 말씀 새겨듣겠습니다. 새해에도 더욱 더 간강하시고 좋은 가르침 주세요. 감사합니다.	1/18 11:25

김상화

2017-01-19 12:29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안녕하세요
사람이 살아가는 대는 별의 별 일이 다 있지요
방심으로 인한 조그마한 실수가 때로는
평생을 망치는 일이 되나 봅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래서 매사에 조심하고 신경써야 살아가는데
후회 없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교육적인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석희 작가님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김상화 작가님! 좋은 말씀 주시어 감사합니다. 저 자신부터 방심하지 않아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1/19 14:15

김종근

2017-01-19 19:33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방심~ 잘 배독하였습니다. 무심결에, 조금 더 나은
점수 얻으려고 하였던 실수가 뼈에 사뭇치게 되는군요.
너무 가혹한 형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안별로 즉석에서
선처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득권들은 실수가 아닌
사기도 많이 치고, 고약한 많은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버젓이 살아가는데. 삶에 보약이 되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이석희	김종근 작가님! 반갑습니다. 보잘 것 없는 글에 알뜰한 답글 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어찌 시대의 병을 바룰 수가 있겠어요. 이건 아닌데 할 뿐 방도가 없습니다. 다만 이러한 현상이 우리 대에서 마지막 종을 울렸으면 하고 빌어보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	1/19 20:23

정찬열

2017-01-19 22:21

이석희 작가님! "순간의 방심"
고귀한 글을 배독하면서 느낍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필수가 되버린
자동차 운전에서 말입니다.
저역시도 1975년부터 지금까지
자동차핸들을 놓는 해가 없이
1종대형까지 갖고있으며 운전을 합니다만
운행중 순간의 방심으로 큰사고야 내본일이
없습니다만 앞차와 사소한 접촉사고를지금까지
네번정도 냈을까 합니다만 모두가 순간의
방심에서 가져온것을 느꼈습니다.
의미깊은 글 감사히 보고 갑니다.
늘 건안 하시길 빕니다.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그동안 편안하셨는지요? 모든 인류가 모두 다 방심 않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중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입니다. 누구라도 마음을 항상 챙기면서 살자는 뜻이지요. 알뜰하신 댓글 주시니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1/19 22:45

김경렬

2017-01-20 06:08

방심이 낳은 안타까운 일!
해마다 절절한 사연이야 있는일이지만,
가슴 아픕니다.
살아보니 매순간이 긴장의 연속 이었던것 같습니다.
방심은 여러면에서 불이익을
초래 한다는 것을 깨달으며 살아갈 것입니다.
부디 그 아이들에게 전화 위복의 기회가 되기를 기원 합니다.


이석희	그렇습니다. 한 순간의 잘못이 영원한 그것으로 이어진다면 너무 가혹 하지요. 그런데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거든요. 그것을 복구하고 만회하는 데는 심각할 만큼 큰 힘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늘 살피면서 살아라 하겠지요. 격려의 글 감사합니다.	1/20 10:11

겨울 풍경

토인비의 ‘청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