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7-01-11 00:57

ㆍIP: 124.xxx.224

토인비의 ‘청어 이야기'

토인비의 ‘청어 이야기'

세계적 역사가 토인비박사가 즐겨 하던 이야기이다. 북쪽 바다에서 청어 잡이를 하는 어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먼 거리의 런던까지 청어를 싱싱하게 살려서 운반하는가의 문제였다. 어부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배가 런던에 도착해 보면 청어들은 거의 다 죽어 있었다. 그러나 꼭 한 어부의 청어만은 싱싱하게 산채로 있는 것이었다.

이상히 여긴 동료 어부들이 그 이유를 물어 보았으나 그 어부는 좀체 그 비밀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마침내 동료들의 강요에 못이긴 어부가 입을 열었다. “나는 청어를 넣은 통에다 메기를 한 마리씩 집어넣습니다.” 그러자 동료 어부들이 놀라 물었다. “그러면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지 않습니까?” 어부는 말했다. “네, 메기가 청어를 잡아먹습니다. 그러나 놈은 청어를 두세 마리밖에 못 잡아먹지요. 그러나 그 통 안에 있는 수백 마리의 청어들은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계속 도망쳐 다니지요. 런던에 올 때까지 모든 청어들은 살기 위해 열심히 헤엄치고 도망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니 먼 길 후에 런던에 도착해 봐도 청어들은 여전히 살아 싱싱합니다.” 메기로부터 살아나기 위한 몸부림이 결국 청어들을 건강하게 살아 있게 한 것이다./인터넷에서 인용

문제의 답은 너무나 가까운 데에 있습니다. 자력입니다. 자기 스스로의 힘을 자력이라 합니다. 나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나 혼자의 힘만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버ㅜ정할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부모의 도움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배우는 일은 바로 이 자력을 기르자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배울 일만 있다면 굴기하심하고 배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배우는 그 순간만 그를 스승으로 알자는 말이고요. 그러기에 정해진 스승은 없다 한 것입니다. 역경도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배움으로 활용할 수가 있습니다. 위의 일화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내가 학교에 근무하면서 아이들에게 이 자력을 길러야 한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엄마들에게도 간절히 말하지만 귀담아 듣는 엄마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교사의 말을 경청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지켜보았습니다. 지금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는 불과 몇 걸음 안 됩니다. 실지로 나는 중학교 때 10킬로미터를 걸어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요즈음 아이들은 교실 입구까지 자가용 등교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순전히 엄마의 뜻입니다.

걷는 것은 운동입니다. 유산소운동이라고도 합니다.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도 빠른 길입니다. 나는 오늘도 남한강 강둑을 걷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엄마가 운동을 못하게 가로막는 형국입니다. 자녀들을 허약한 아이로 몰아가는 셈입니다. 운동하는 모습을 안쓰러워서 못 보는지 모릅니다. 등하교 간에 친구도 사귀고 장난도 치고 밀고 당기고 달리기도 하면서 우리의 어린이가 자라는 것일진대 무슨 이유로 그 소중한 학습의 기회를 가로채려 하는지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걷는 일 하나도 아이의 마음대로 못하게 윽박지릅니다. 자기 뜻대로 하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이렇게 하여 가지고 언제 자력이 길러 지겠습니까?

나는 어려서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몇 가지의 짐승들을 길렀습니다. 이들 중 유독 닭은 집에서 새끼를 길러서 어른 닭을 기르고 달걀을 낳게 하여 용돈을 마련하고 생계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미닭이 되어 한 달 쯤 알을 낳고 나면 저도 새끼를 기르고 싶다고 수탁을 멀리하고 방을 정하여 아주 들어앉습니다. 안방을 만들어 주지 않으면 평소 알을 낳던 편안한 장소를 스스로 골라서 하루 종일 먹는 것도 관심이 없다는 듯 앉아서 꼼짝도 안 합니다. 새끼를 기르고 싶다는 갸륵한 뜻을 눈치를 챈 어머니가 혀를 끌끌 차면서 달걀 한 이십여 개를 넣어주면 지극 정성을 다하여 알을 품고 굴립니다. 잘 들어보면 알 굴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참 신기한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본능이겠지요.

그렇게 정성을 들인지 한 이십여 일이 지나면 ‘삐약’ ‘삐약’ 하는 소리와 함께 노오란 보물처럼 앙증맞은 병아리가 고물고물 나오기 시작합니다. 며칠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여기에도 낙오자가 보입니다. 어미닭이 알아서 껍질을 쪼아서 출산을 돕습니다. 하지만 조급증이 난 주인의 손이 가는 날에는 사람의 도움을 받은 놈은 필경 그 명을 오래하지 못하는 불행을 맞이하게 됩니다. 병아리가 태어나는 것도 스스로의 힘이 가장 위대한 힘이 되는 셈입니다.

많은 수의 자녀들을 거느린 엄마 닭은 모처럼 소원을 이루었으니 이제는 엄마 노릇을 하느라고 바쁩니다. 바쁘기만 한 게 아니라 온갖 정성을 다 동원하여 헌신합니다. 자세히 보노라면 정말 신기합니다. 엄마 노릇을 저렇게 하는 줄을 어디서 배웠을까 싶습니다. 엄마 닭은 ‘꼭꼭꼭꼭’ 하면서 알 듯 말 듯 하는 말을 하고 병아리들은 알았다는 듯이 졸졸졸 따라가면서 ‘삐약삐약’ 외치고 또 외치면서 따라갑니다. 엄마 닭은 어디로 가야 먹잇감이 많은지 다 알고 앞장서서 나갑니다. 밤이 되면 새끼 병아리들이 춥지 않도록 날개 이불로 덮어줍니다. 낙오자가 하나도 없도록 품어 줍니다.

이러다 보면 어느 덧 이별의 날이 찾아옵니다. 밤이 오면 새끼들은 그 동안 따뜻했던 엄마 품을 찾아 고개를 날갯죽지에 쑤셔 박으며 파고듭니다. 엄마는 부리로 쪼아 버립니다. 영문을 모르는 병아리는 어리둥절합니다. 난생 처음 겪는 역경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엄마는 절대 그럴 리가 없어!” 하며 다시 찾아듭니다. 이번에도 엄마는 매정합니다. 아침이 되어도 한낮이 되어도 매 한 가지입니다. 이렇게 해서 엄마와의 포근했던 날은 추억으로 남고 각자의 험난한 길로 아름다운 이별여행이 시작됩니다. 자력으로 살아라하는 지고한 사랑입니다. 자력 양성이 사랑이라는 말입니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도 잘못하는 거룩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흔히 어리석은 사람을 ‘닭대가리’라 합니다. 맞는 말일까요? 역경은 자력을 기르는 지름길입니다.

김경렬

2017-01-11 05:10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의미가 깊은 글 배독합니다.
정작,숙고하여 깨우쳐야 하는
만물의 영장은 맹목적인 자식사랑 입니다.
작가님의 채찍을 달게 받겠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김경렬 작가님 ! 반갑습니다. 물론 본능이라지만 너무도 아쉬워서 하는 말씀입니다. 참 아쉽습니다. 춥습니다. 격려에 감사합니다. 건안하시기 바랍니다.	1/11 17:43

백낙은

2017-01-11 17:16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청어 이야기 잘 보았습니다.
저도 가끔 인용했던 이야기인데 작가님이 풀어 놓으니 더 새롭습니다.
자식의 일은 누구도 장담을 못합니다만
한화 재벌의 셋째 아들, 최순실의 딸 등등을 보면
오냐오냐 하며 키운 자식이 결국 가문이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오늘날엔 부모의 간섭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 세대이기 때문에 내일이 걱정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늘 건안, 건필하심을 기원합니다.


이석희	백낙은 위원장님! 반갑습니다. 지금 현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이렇게 힘들게 죽을 쑨들 후진들이 가진 능력으로 과연 얼마나 효과적으로 헤쳐나갈 능력을 갖추고는 있는지 확신이 서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저항 세력이 만만치 않아서 더욱 더 그렇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1/11 17:42

김종근

2017-01-12 11:50

`이석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청어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자력 스스로 일어나는 힘을 길으라는 교훈 가슴에
새깁니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삐뚤 삐뚤하면서
서툴기만한 아이들을 잘 기르려고 하는게 오히려
자립심을 망치는 결과가 오겠지요.
추운날 감기 조심 하세요.


이석희	김종근 작가님! 반갑습니다. 그런가 봅니다. 부모들은 조급증이 심합니다. 그리고 내 자식이기에 더 욕심이 많은가 봅니다. 기다려줄 줄을 모릅니다. 기울어진 시각으로 바라보고요. 격려해 주시고 공유하여 주시니 감사합니다. 추위에 건강하세요.	1/12 14:45

김상화

2017-01-17 11:58

이석희 작가님
역시 교편생활을 하신 작가님이시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어느 집이나 부모들이 자식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쩜 핵가족으로 인해 빚어지는
형상이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옛말에 자식 사랑은
속으로 하고 겉으로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했습니다
자식 교육은 부모의 책임이 제일 큽니다
두 번째가 사회인 것 같습니다
너무도 조리 있게 잘 정리해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좋은 글 배독하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향필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김상화 작가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오늘의 사회를 보면서 자식 교육의 정도를 알려주는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라고 무릎을 칩니다. 공부만 잘한 사람들, 능력만 출중한 사람들, 출세만 하면 그만이라는 사람들... 그게 얼마나 초라한 결과였는지를 증명합니다. 추위에 건강조심하시기 바랍니다.	1/17 12:45

조한직

2017-01-17 13:21

이석희 작가님 의미 깊은 청어이야기 잘 읽어보았습니다.
메기의 곁에서 두려움에 발버둥치는 청어가 살기 위해 쓰는 안간힘이 그들을 살 수 있게 하는군요.
진리는 같은가 봅니다. 희망이 없으면 우리는 살 수가 없으며 또한 살 필요를 느끼지 못하지요.
꿈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 참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우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향필을 기원드립니다.


이석희	지회장님! 그동안 많이 애쓰셨습니다. 지회 활동도 안하는 저에게까지 오셔서 격려해 주시니 더욱 감사합니다. 저의 졸작이지만 믜미 깊게 읽으셨다 하니 고맙습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1/17 15:41

장계숙

2017-01-17 22:04

청어 이야기도
자력 양성의 사랑도 모두
부모로서 가슴에 파고드는 이야깁니다.
되도록이면 그리 키우려고 노력합니다만
공부하는 시간이 빠듯 하여
늘 시간에 쫓기니
아이들의 시간도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사소한 일에도 자력으로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맘 써야겠습니다.
교훈이 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작가님.
늘 건강하셔요.


이석희	장계숙 시인님! 정말 감사합니다. 어찌 노력을 하지 않겠습니까? 해도 해도 안 되니까 걱정이지요. 세상이 그런가 봅니다. 그래도 노력하며 살아야지요. 날씨가 널뛰듯 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다.	1/18 00:22

방심 [放心]

못난 자식이 더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