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6-09-26 04:08

ㆍIP: 124.xxx.224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일은 병원에 가자고 약속하고 하루가 지났습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자마자 아내가 묻습니다.
“병원에 가야지.”
“무슨 바쁜 일이 있다고 이렇게 일찍 가서 오래 기다려?”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나자 이내 후회가 밀려듭니다.
그냥 듣기 좋게 대답하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는 바쁜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굳이 바쁜 사람이 모여드는 오전 이른 시간을 피하여 가는 게 옳은 일이 아니겠소.”
이렇게 말하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니면 그냥 간단명료하게 “오후에 갑시다.” 하였어도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가지고 그토록 모질게 대답을 하였으니 아내의 속인들 편안하였을 리가 없습니다.
두 사람의 사이가 지금처럼 아주 가깝지 않고 좀 먼 듯하였더라면 더 조심하였을 것입니다.
아주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이번 일은 분명히 한 판의 전쟁이 일어났음직한 상황이었습니다.
아니 입장을 바꾸어 내가 아내의 입장이었다면 전쟁이 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그 말씨가 그게 무엇인가? 사람을 아주 깔아뭉개는 말을 서슴없이도 하는구만...”
하고 한 바탕 난리를 피웠을 것입니다.
아내는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남자들은 참 속이 좁아요. 넓을 때 보면 대천 한바다처럼 넓은 것처럼 보여도 좁기로 들면 콱 틀어 막힌 굴속처럼 답답해서리...”
하면서 들릴 듯 말듯 알듯 모를 듯 서투른 독경 솜씨처럼 투덜거릴 때를 종종 보았습니다.
오늘 이 일을 겪으면서 조용히 나를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그때 그 말이 남자들이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바로 나 들으라고 한 말이었더란 말인가.
‘아! 그 때 아내는 나의 오늘을 예견하고 한 말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그 때 나는 아내에게 그렇게 낙인을 찍혀 있었단 말인가?’

나는 아내보다 훨씬 더 먼저 운전면허를 땄습니다.
그러나 차는 사지 않았고 우리 집에 자동차가 필요할 때쯤에는 아내가 운전을 해야만 하는 공교로운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별 수 없이 정말로 별 수 없이 부랴부랴 서둘러서 아내는 운전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2종 보통 면허를 받아 이내 중고 승용차를 구입하습니다.
아내가 조심스레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길을 나는 마치 강가에 난 비탈길을 철제 손잡이에 의지하여 걸어가는 노인과 흡사한 심경이었습니다.
조마조마 하고 불안하기만 한 나의 간이 콩 알만 하게 오그라들기를 수 없이 반복하면서 무심한 세월은 흐르고 또 흘렀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아내의 운전 솜씨는 급격히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고 이제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웬만한 길은 눈을 감고도 넉넉히 다녀올 만큼 일취월장을 하였습니다.
그 날 아침도 내가 운전을 하였더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일이었습니다.
그냥 차를 몰고 나가면 될 일이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 경력을 간직한 나의 장롱 면허도 이제는 늙어서 필요 없다고 반납을 하였으니 이러한 경우는 앞으로도 종종 있을 예정인 셈입니다.
이후로도 종종 반복하여 일어나고야 말 것 같은 불길한 예감들을 미리 점쳐볼라치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 다시 운전면허를 딸 수도 없고 달리 방법이 따로 있을 리 만무하니 이러한 생각을 할 수 밖에는 별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나처럼 기구한 운명을 가진 사람은 나 말고도 아주 없지는 않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부디 앞뒤 안 가리고 덤벙대지 말고 사려 깊은 행동을 하여야 후회 없고 안락한 노후가 보장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아무튼 누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일을 당하면 일단 멈추어야 합니다.
멈추어서 ‘이게 독인가, 약인가?’ 하고 상황을 살펴야 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까 내가 지금 이러이러한 일을 당하여 어찌할까 궁리하고 있구나.’
하고 그 상황을 생각해야 다음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이렇게 대처하면 될 일인가 안 될 일인가?’
‘아니 그게 아니라 저렇게 생각을 하여야 되겠군.’
하고 바른 해답이 무엇인지를 언제나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앞에서 내린 결론대로 실천을 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른 생각을 찾아내기만 하여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반드시 실행을 하여야 합니다.

나도 이렇게 간단한 방법을 알고는 있으면서도 그냥 건너뛰다가 실수를 하고 만 것입니다.
실수를 해도 엄청나게 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만에 하나 불행한 일이라도 벌어졌었더라면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발이 손이 될 때까지 ‘싹싹’ 빌어야만 해결될 기막힌 상황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니 바로 예방입니다.
미리 조심하면 그 비용이 훨씬 줄어듭니다.

백낙은 2016-09-26 20:09	이석희 작가님.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잘 배독했습니다. 이번 행사 때 뵈니 교장 선생님의 품위가 넘처나 보였습니다. 변변히 인사도 못하고 와서 죄송스러웠습니다. 좋은 글 자주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필 서재에서라도 자주 뵙게 되기를 간원합니다. 작가님과 가정이 늘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은안하소서.

김종근 2016-09-26 20:22	이석희 작가님 반갑습니다.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잘 보았습니다. 어느집이나 같은 상황일 것같습니다. 저도 반성해 봅니다. 짧게나마 만나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항상 건강에 유의 하시고 즐거운 저녁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이석희 2016-09-26 20:53	백낙은 작가님! 어제는 참 반가웠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었던 만남은 그게 아니었는데 정말 정신이 한 개도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짧은 만남이었어요. 마치 이산가족 상봉처럼 어리둥절하다가 그만... 하지만 이제 시작이겠지요. 쌀쌀해진 날씨에 건안하시기를 빕니다.

이석희 2016-09-26 20:57	김종근 작가님! 반갑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가 무엇일까 했는데 그게 바로 어제 우리의 만남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김 선생님은 역시 눈이 밝으십디다. 저는 안력이 안 좋아서 몰라 뵈었어요. 하마트면 지나칠 뻔하였어요. 다음에는 정신 차릴께요. 일기가 고르지 못합니다. 건안하시기를 심축합니다.

정찬열 2016-09-26 23:33	이석희 작가님! 어저행사후 무사히 잘 다녀 가셨겠지요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글을 배독하고 나니 꼭 나를 두고 쓰신 글인것 같아 스스로 얼굴이 붉어집니다. 저역시도 성격이 급하여 말을 함부로 하는 탓에 한번 내벧은 말을 주워 담을수가 없어 안절부절 할때가 많거든요 아무튼 작가님의 글을 읽고 다시한번 반성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의미깊은 글 잘 배독하고 갑니다. 항상 행운이 충만 하시길 빕니다.

이석희 2016-09-27 00:03	정찬열 작가님! 어제는 참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만나는 순간마다 웃음으로 챙겨주심에 선후진의 간격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의 졸작을 애독하시고 알뜰한 댓글까지 주시니 그 은혜가 한량 없습니다. 더욱 더 노력하여 좋은 글로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늘 편안 하시옵소서.

주응규 2016-09-27 13:04	이석희 작가님 좋은 글 재미있게 배독합니다 오늘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더니 가을비 내리는 날입니다 늘 좋은 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이석희 2016-09-27 16:04	주응규 작가님! 어제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참으로 의미깊은 상봉이었습니다. 모두 다 한결같이 밝은 얼굴로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 주셔서 아주 좋았습니다.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것을 약속합니다. 내내 건안하소서.

김경렬 2016-09-28 03:27	이석희 작가님! 신인문학상 수상을 감축 합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을 하여 작가님을 직접 뵙지 못하였습니다. 겨울 행사에 뵙겠습니다. ~~하지 말았어야~~ 장문에 후회를 배독하면서 미소 짓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남편들 80%는 그렇지 싶습니다. 어떤 모임에서는 부부가 살아가는 방법, 말하는방법, 싸우는 방법과 화해하는방법까지 배웁니다. 2박3일간의 여정이 끝나면 모두가 다시 태어나는 기쁨을 느낀답니다. 배움데로 실천하며 살아간다면 무슨일에도 어느 누구와도 거리가 생길수 없겠지만, 그러나 성인 군자가 아닌이상 쉽지는 않지요. 다만 작가님 처럼 깨달을수 있다는 것이 소중하다고 생각 됩니다. 작가님 마음에 한표 꾹! 합니다.

이석희 2016-09-28 03:50	《Re》김경렬 작가님! 이른 새벽이어서 더욱 더 반갑습니다. 제가 이 공간을 통하여 면을 익힌 모든 분들을 만나 뵐 수가 있었습니다만 선생님은 끝내 불발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으니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더군요. 남의 일 같지가 않았는데 이렇게 말씀을 듣고 보니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입니다. 그저 그런 있을 법한 일이기를 빌어 봅니다. 감동을 주면서 살고 감동을 주는 말을 하면서 살고 감동을 주는 글을 쓰는게 잘 되지는 않고 저의 희망 사항은 되었습니다. 언제쯤 그 희망사항이 실행사항으로 바뀔지 아득하기만 하답니다. 성현께서는 '마음으로만 남을 위하여도 복이 된다' 하셨답니다. 그리라도 하면 좋겠습니다. 항상 편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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