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석희
ㆍ작성일	2016-08-31 14:07

ㆍIP: 124.xxx.224

달맞이꽃과의 대화

달맞이꽃과의 대화

65세 이상 된 노인들에게 간단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덕택에 1주일에 이틀씩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는 날이면 쉬는 시간에 모여서 차도 한잔 마시고 싱거운 이야기에 너털웃음도 곁들이니까 참 즐겁습니다.
나는 유달리 농담을 잘하는 탓에 이 시간을 온통 다 차지하고 입담 자랑을 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며칠 전 그 날은 휴식 시간에 우연히 달맞이꽃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달이 떠오르는 시간이 다르듯 달맞이꽃도 그 시간에 맞추어 피는 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꽃은 이름처럼 벌들이 활동을 쉬는 밤중에 꽃이 필 것 같은데 무슨 수로 열매를 맺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 때 내가 나서서 그 문제의 해답이 되는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하여간 대답을 내어 놓았습니다.
“그게 말입니다. 달맞이꽃은 밤중에 피었다가 밤중에 지는 것이 아닐 거예요.
아, 글쎄 그게 새벽에 피었다가 아침나절쯤이면 시들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확실하게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불쑥 나서서 허튼 수작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래요, 그게 맞을 것 같아요.”
나의 이야기에 그만 다들 맞장구를 치며 한 바탕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달맞이꽃과의 대화를 통하여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달맞이꽃이여! 그대의 이름을 들으니 보름달이 생각나고 보름달을 생각하니 하얀 색이 떠오르는데 어찌하여 노란색을 띠었느뇨?]
[호호호...그건 그대의 생각일 뿐이고요. 그러니까 진리의 뜻이 오묘하다고 하는 것이랍니다.
성현님께서는 무위이화 자동적으로 된 것이라고 하시던데요.]
[하! 그럴 듯 합니다. 그런데 그대는 후손 만대에 자랑스러운 유산을 어찌 전하려고 밤중에 꽃을 피웠다가 그 밤이 다 가기도 전에 꽃의 일생을 마감하시는지요?]
[뭘 잘 모르시네요. 우리는 밤중에 꽃을 피우는 게 아닙니다.
늦잠 자느라고 게으름 부리는 인간들보다는 한 발 앞서서 꽃을 피워요.
그러고선 세상만사 시작종 울리기 직전에 하루 일과를 씻은 듯이 마감한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그대는 어찌하여 환한 대낮을 피하여 꼭두새벽에 꽃을 피우나요?
그리고 죄 없는 벌들에게 꿀맛 같은 아침잠을 깨우는 건가요?]
[무슨 천만에 말씀을 다 하실까? 벌도 사람처럼 즐길 것 다 즐기고 사는 줄 아세요?
벌들은요, 사람들이 일할 때에는 당연히 바쁘게 일하고 일을 쉴 때에는 더욱 부지런히 일을 하여 한시 반시 쉴 틈이 없이 일을 한답니다.
그렇게 쉬지 않고 바삐 일을 하기 때문에 맛있는 꿀로 주인에게 보답을 할 수가 있답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여럿이 모여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 수가 있는 것은 온전히 우리 주인님의 배려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보은할 길을 연구하며 산답니다.]
참 거침이 없습니다.
[한 마디 더 할까요? 그리고 벌들은요. 맛있는 꿀을 주기만 할 뿐 바라는 것은 전혀 없어요.
이 꿀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소중한 식량입니다.
죽음을 각오하지 읺으면 이 꿀을 이렇게 드릴 수가 없어요.]
그의 말을 들어보니 미안하여 할 말이 없습니다.
공연히 말을 꺼냈다가 본전도 못찾는 형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라도 하여야 힘 없는 우리들이 모여서 재밌게 살 수 있게 해 주신 우리 주인님께 빚을 갚을 수 있다고 믿기에 이렇게 하는 거랍니다.]
[아하! 그렇군요. 그런데 그대는 겨우 하루 밖에는 살지를 못하니 우리 사람들처럼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는 건가요?]
[그런 생각이 있고 없고 그 자체가 없습니다. 그게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니까 달게 받아 들여야 하지요. 그저 주어진 만큼만 할 일 다 하고 마치면 나의 의무는 다하니까요.]
들으면서 나를 생각해 봅니다.
[나의 모습이 비록 초라하고 보잘 것은 없습니다.하지만 그 짧은 하루의 삶을 통하여 인간에게 달콤하고 맛있는 꿀과 인간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씨앗을 선사하고 떠나갑니다. 어떻게 산들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비교하고 애타하며 살아갈 이유도 없지 않아요? 나에게 주어진 나의 삶이 따로 있으니까요.
하루만 살아도 그게 천수요, 열흘을 피워도, 한 달을 꽃 피워도 그게 우리들 꽃의 천수랍니다.
그런 당신들은 오래 살고 싶다고 그게 어디 뜻대로 다 되던가요?
사람의 생명도 우리의 천수라는 생각과 별반 다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참 거침이 없습니다.
겨우 하루만 반짝 피었다가 숨을 거두는 저 달맞이꽃 에게도 저런 당당함이 있다니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부지런한 벌들이 있어서 새벽에 잠시 문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가 아침이면 문을 닫는 저 달맞이꽃도 저렇듯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수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서 무심히 피어 있는 저 꽃들도 우리 사람과 똑 같은 하나의 원리에 따라 변화하고 있으니 바로 진리 그 자체임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주응규 2016-08-31 16:23	달맞이 꽃과의 대화 좋으느 글 배독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유석희 작가님 기온차가 심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을 축원합니다

이석희 2016-08-31 20:44	주응규 작가님! 벌써 여러 차례 오셔서 격려를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좋은 9월 행복한 가을 맞이하소서.

김경렬 2016-09-01 07:08	달맞이 꽃과의 대화! 색다른 구조의 글 배독하며 미소가 번집니다. 미소 한바구니 놓고 갑니다. 건안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이석희 2016-09-01 07:17	김경렬 작가님! 풍요로운 이 가을을 건강한 마음과 함께 즐기시옵소서. 감사합니다.

정찬열 2016-09-01 20:38	달맞이꽃 하나에도 그토록 좋은 글담을 풀어주셨군요 감사히 배독하고 갑니다. 이석희 작가님! 늘 건안 하시고 행운이 충만한 9월이 되세요

이석희 2016-09-01 21:21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격려의 글 주셔서 더욱 고밉고요. 항상 건강한 나날이 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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