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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김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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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화 수필가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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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자 |
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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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
2019-09-14 0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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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비선대를 바라보며 (비선대 제2편)
설악산 비선대를 바라보며
(비선대 제2편)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비선대를 향해 걷다 보니 벌써 이마에선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고즈넉한 오솔길 사이로 싱그러운 6월의 향기가 날아온다. 나뭇잎에 살짝 눈길만 주고 떨어진 황금 햇살을 밟고 걸으며, 비선대의 절경도 그려보기도 하고 산울림 가족의 즐거워하는 표정도 그려본다. 은은하게 들려오는 새소리는 어찌 그리도 아름다운지 비선대의 허공을 수놓는다. 그리고 필자의 고독한 마음마저 씻어낸다. 옆 개울에서 흐르는 물은 자장가를 부르듯 조용히 흐른다. 어떤 곳에선 불만이 있는지 화풀이를 하듯 큰 소리를 내며 흐르기도 한다. 그런데 얼마나 맑은지 마치 방금 먼지를 닦아낸 명경(明鏡)과 같다. 나뭇잎 하나 띄워놓고 그곳에 태고의 전설을 싣고 정처 없이 흐른다. 물은 이곳에 온 등산객들의 근심 걱정도 싣고 간다. 한참을 흐르던 물은 필자의 고독한 마음을 아는지 친구 되어 놀다 가라 한다. 어쩌다 산울림 가족과 떨어져 고독을 씹으며 걸을까? 향기로운 대화를 나누며 함께 걷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래도 옆에 오세용 친구가 있기에 참으로 다행이다. 필자 혼자였다면 이 외로움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단둘이서 진땀을 흘리며 전력을 다해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자갈길과 바윗길 걷기를 반복한다. 간혹 폭포처럼 물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올 땐 나도 모르게 시선은 벌써 그곳을 향하고 있다. 흐르는 물은 바위를 만나면 그리도 좋은지 정겹게 부딪혀 본다. 부딪치자마자 기분 좋다고 절묘한 소리를 내며 하얗게 포말 되어 부서진다. 부서진 물방울은 햇살의 도움을 받아 잠시나마 영롱한 무지개가 되어 곡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환상적이다. 직접 보지 않고는 그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다. 신께서는 우리의 영적인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려고 수없이 많은 형태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역시 자연은 오묘하고도 신비롭다. 자연의 오묘한 현상을 감상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비선대의 절경이 보고파 물소리와 새소리의 위안을 받으며 걷는다. 간혹 호랑나비도 춤을 추듯 날아다닌다. 쏟아지는 따가운 볕은 솔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더위를 몰고 간다. 오솔길 양옆으론 크고 작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었다. 시원한 그늘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또 피톤치드란 향기까지 보내준다. 자연이 주는 고마움을 우리는 잊고 산다. 신께서 자연을 만들 때 우리 인간은 자연의 고마움을 잊고 살라고 했나 보다. 그러나 아주 많이 잊지 말고 가끔 생각이 나면 고마워하며 즐기라 한다. 오늘은 숲이 주는 고마움이라도 알고 싶다. 어느 산을 가든 숲이 우거져 있으면 나도 모르게 신선함을 느낀다. 숲은 우리 삶에 있어 눈에 띄지 않게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숲의 공익적 기능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면 2014년도를 기준으로 한 해 동안 그 가치가 무려 126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국민총생산의 8%에 해당하며 1인당 250만 원에 상당하는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오세용 벗님과 자연을 즐기며 걷다 보니 비선대(飛仙臺)가 보인다. 알림판에는 기암절벽 사이로 한 장의 넓은 바위에 못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계곡 쪽에서는 미륵봉(일명 장군봉), 형제봉, 선녀봉이 보이며 미륵봉 등허리에 금강굴이 보인다고 쓰여있는데 필자는 보지를 못했다. 와선대에 누워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던 마고선 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비선대라고 부른다. 하늘 높이 솟아오른 신비로운 비선대를 바라보며 연신 감탄사를 퍼부어 댄다. 어찌 이리도 신비롭고 아름다울까? 자연이 주는 신비로움에 취해 정신이 몽롱해진다. 기념사진을 찍으며 생각해도 하느님이 너무도 고맙다. 금강굴을 가려고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공원 지킴 터"라고 쓰여있는 작은 집이 한 채 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는 천불동계곡을 지나 대청봉으로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금강굴을 지나 마등령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탐방로가 있다.
와선대의 비밀이 있다. 옛날 마고선(麻故仙)이라는 신선이 바둑과 거문고를 즐기며 아름다운 경치를 너럭바위에 누워서 감상하였다고 하여 와선대(臥仙臺)라고 부른다. 숲이 울창하고 기이한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가히 절경이라 할만하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너럭바위 흔적은 사라지고 지금의 모습만이 남아 있다.
옛날에는 방명록이 큰 바위였나 보다. 옛 선조들의 방명록이라고 하는 금석문(金石文)이란 알림판을 보았다. 지금은 예식장이나 조문을 하러 가면 누가 다녀갔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방명록에 기록한다. 그러나 옛날에는 이러한 문화가 없었기 때문에 자기가 다녀갔다는 증표를 남기기 위해 바위에 새겨 놓았다. 이것을 금석문(金石文)이란 돌이나 금속 등에 기록한 문자나 기호, 그림을 말한다. 예부터 설악산에는 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감상하며 암반 위에 자신들의 직책과 이름 등을 새겼다. 암반 위에 새겨진 많은 글자 중 특히 비선대(飛仙臺)라고 쓰여 있는 각자(刻字)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금석문(金石文)이며, 조선 후기의 서예가이자 문신인 윤순(尹淳, 1680년~1741년)이 쓴 것이라고 양양읍지(襄陽邑誌)에 기록되어 있다.
설악동에서 천불동 계곡 방면으로 50여 분을 가면 와선대가 있다. 와선대에서 계류를 따라 약 300m 정도 올라가면 비선대에 이른다. 경치가 뛰어나게 아름답지만, 지금은 비가 내리지 않아 볼 수 없다. 이곳은 비가 많이 내리면 비선대 반석 위로 흘러 몇 번이나 꺾이는 폭포를 이룬다고 한다. 그래서 비가 많이 내려야만 볼 수 있는 기이한 장면이다. 연속된 바위에 폭포를 이루는 광경은 흡사 우의(羽衣) 자락이 펄럭이는 것 같으며 마고선(麻姑仙)이 이곳에서 하늘로 승천하였다고 하는 전설에 따라 비선대라 하였다. 봄이 오면 산속의 이름 모를 꽃들의 향기가 골짜기를 메운다고 한다. 여름이면 녹음방초(綠陰芳草)에 신선미를 느낀다. 필자 역시 경이로울 정도로 신선미를 느끼며 오늘을 힐링한다. 가을이면 오색 단풍에 물들고,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설화(雪花)가 골짜기를 장식하니 외설악 가운데 으뜸가는 절경이라 할 수 있다. 개화설경(開花雪景)은 유달리 빼어나 금강산의 만폭동을 무색게 하는 설악산의 대표적 명승지이다. 이곳은 사계절 모두 와서 감상하여야 그 진가를 알 것만 같다. 필자역 시 올겨울에 사랑하는 집사람과 함께 이곳에 와서 아름다운 설경(雪景)을 감상하고 싶다.
공원 지킴 터까지는 누구나 편히 걸을 수 있도록 길이 잘 다듬어져 있다. 그런데 공원 지킴 터를 지나면 바로 깔딱 고개가 시작된다. 위험한 길은 아니지만, 깔딱고개라서 땀을 흘리며 금강굴을 향해 올라간다. 올라가는 오솔길은 바위와 자갈이 깔려 있어 걷기가 매우 힘들다. 돌길이라 잘못해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다. 그래서 발을 옮길 때마다 조심해야 한다. 너무도 힘들어 조금 가다 쉬기를 반복한다. 그때마다 우리는 사진기에 아름다운 절경을 담아낸다. 힘은 들어도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볼 때면 힘들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린다. 8부 능선까지 올라왔을 때다. 산울림 가족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반가운 마음에 정신이 든다. 그 소리만 들어도 힘이 솟아난다. 빨리 올라가 만나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금강굴 전망대까지 올라왔다. 반가운 회원들과 드디어 여기서 상봉을 하게 된다. 몇 년 만에 만난 피를 나눈 형제처럼 반갑다.
모두 뒤늦게 온 것을 안타까워한다. 여기서부터 금강굴까지는 약 100m 정도 남았다고 한다. 마음 같아선 30분이면 다녀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곳을 다녀오려면 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위험한 곳이라 혼자 다녀온다는 것은 무리라고 하면서 이준태 고문께서 적극적으로 말린다. 변용각 회원도 여기까지 올라왔으면 다 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며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모두 가지 말라고 말린다. 신인희 감사 역시 안타까워하며 가지말라 한다. 그러면서 챙겨드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한다. 사실 미안한 것은 필자다. 함께 행동하지 못 하고 여러 회원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이다. 몇 발짝만 가면 되는 곳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했다. 가지 못하게 말린다는 것은 나에 대한 애정 어린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혹시 혼자 올라가다 변고라도 생기면 어찌하지 하는 마음에 말린 것이 아닌가 싶다. 회원들의 고마운 사랑을 가슴에 안고 하산하기로 했다.
비선대 앞에 높이 우뚝 솟아 있는 3각 모양의 돌 봉우리를 장군봉 또는 미륵봉(彌勒峰)이라 하며 중간 허리에 있는 석굴을 금강굴이라 한다. 깎아지른 듯한 큰 돌산 허리에 굴을 팔 수 없는 것으로 보아 이 금강굴을 자연 굴이라 한다. 굴 안의 길이 18m의 자연 석굴이다. 넓이는 약 7평 정도 된다. 일찍이 원효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했었다고 전해온다. 이전에도 불을 땠던 구들의 흔적과 불상 등의 유물이 있었고, 요즘에는 신흥사의 부속 암자로 되어서 새 불상을 모셔 놓았다.
설악산은 가을에와야 참다운 설악의 맛을 느낀다. 약 40년 전 가을에 설악산 이곳저곳을 다녔다. 지금과 같이 글을 쓰면 관심 있게 살펴보고 다녔을 텐데 그때는 아무런 계획 없이 경치 좋은 곳만 따라다녔다. 설악산은 외설악과 내설악으로 구분한다. 근래에는 오색지구를 추가하여 남설악을 덧붙이기도 한다. 한계령과 미시령을 경계선으로 동해 쪽은 외설악, 서쪽은 내설악이라 한다. 외설악은 설악산에서 가장 높은 대청봉, 관모산, 천불동 계곡, 울산바위, 권금성, 금강굴, 비룡폭포, 토왕성폭포 등 기암절벽과 큰 폭포들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 가을이면 대청봉 단풍을 시작으로 전국의 산은 옷을 갈아입고 화려하게 치장한다. 대청 중청 소청봉을 필두로 화채봉 한계령 대승령 공룡능선이 그다음으로 타오르다 용아장성 천불동계곡으로 내려온 뒤 장수대와 옥녀탕까지 빠른 속도로 붉게 물들인다．이중 공룡능선은 산악인들이 설악 단풍산행의 으뜸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곳. 외설악의 암릉미가 동해와 화채릉의 짙푸른 사면과 어우러진 데다 서쪽의 용아장성과 기암도 장관이다．설악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은 화채능선과 한계령, 권금성 일대, 장수대 계곡, 수렴동 계곡을 친다．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하산했다. 하늘에서 내려준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설악산의 비선대다. 금강굴을 보지 못하고 하산한 아쉬움도 한 보따리 짊어지고 간다. 그래서 아름다운 절경만큼 산행은 즐겁기도 했지만 외로움도 컸던 하루였다. 오늘은 산울림 가족으로부터 예기치 않은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준태 고문님 변용각 회원님 신인희 감사님 등 많은 회원의 만류로 금강굴 가는 것을 포기했다. 어쩜 나에게 행운은 안겨 주었는지 모른다. 그 사랑으로 인해 무사히 하산했다고 위안으로 삼습니다. 이제 속초 어시장으로 가서 생선회로 오늘을 즐기자고 한다. 산울림 가족 여러분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2019년 6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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