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상화
ㆍ작성일	2019-09-28 20:35

ㆍIP: 1.xxx.128

비명으로 얼룩진 솔봉 가는 덤불긱(송봉 제2편)

비명으로 얼룩진 솔봉 가는 덤불길
(솔봉 제2편)

루수/김상화

300대 명산을 수필에 담기 시작한 지도 어언 올해가 13년째다. 그 많은 산을 다녔지만, 회원 전원이 오늘 같이 당황하긴 처음이다. 해피 가족은 지금 길을 잃은 양이 되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회원들은 많이 걸어 모두 지쳐있다. 그나마 길을 잘 인솔할 안내자도 없다. 우리는 서성거리며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고 고민에 빠졌다. 과연 이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뒤돌아 간다는 것도 큰 무리다. 낙엽으로 인해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자칫 사고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지? 하는 예감이 들어 걱정이 앞섰다. 또 너무 멀리 왔기에 회원들 몇 분 빼고는 탈진 상태였다.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짓누른다. 회원의 생각도 구구각색(區區各色)이다. 선두로 가는 몇 분은 벌써 깔딱고개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더는 올라가지 말라고 소리를 지른다. 남은 분들은 웅성웅성하며 어떻게 이 난관을 풀어야 할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때 잠자코 있던 박중묵 산악 대장이 나를 따르라고 외친다. 위험을 무릅쓰고 계곡으로 내려가자는 것이다. 그러곤 나를 따라오지 않는 회원은 나를 원망하지 말라고 한 마디 내뱉는다. 반대하는 회원도 몇 분 있었지만 따라가기로 했다. 필자는 제일 걱정이 여자 회원들이다. 과연 이곳의 빼곡히 들어찬 덤불을 헤치며 무사히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마음엔 걱정이 태산이었지만, 무성하게 우거진 숲을 헤치며 한참을 내려갔다. 그런데 내려가는 곳은 자갈이 험하게 깔린 너덜지대다. 그뿐만 아니라 숲이 우거져 하늘을 덮었다. 그 때문에 하늘마저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지역이다. 잘못 밟으면 가랑이가 짜개질 정도로 쭉쭉 미끄러진다. 거기다 하늘까지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위험한가!! 필자는 우선 핸드폰이 터지는지 점검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깊은 산골짜기라 핸드폰마저 터지지 않는다. 소식도 전할 수 없는데 여기서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지 하는 불결한 생각마저 들었다. 혼자서 큰일이구먼! 하며 걱정을 했다. 필자도 살기 위해 자연과 힘겨운 전쟁을 해야 한다. 만약 사고라도 생기면 모든 회원이 고생하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그러나 너덜길에 미끄러지고 가시에 찔려도 누구 하나 불평 없이 내려간다. 이런저런 무서운 생각을 하며 걸을 때, 아!! 하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한마디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김 경이(요안나) 회원이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몸이 가냘픈 여성회원이라 이곳으로 접어 들을 때 무척 걱정을 한 분이다. 옆에서 누군가가 안심시키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 보니 김한일 탤런트 목소리로 들렸다. 건장한 분이 옆에서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되었다. 그저 무사하기만 빌었다.
*아비규환(阿鼻叫喚) = 여러 사람이 참혹한 지경에 빠져 고통받고 울부짖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너덜길 = 돌이 많이 흩어져 깔린 비탈길로 걷기가 힘든 길을 말한다

필자도 안간힘을 다해 내려간다. 그런데 간혹 발에서 쥐가 난다. 아마도 비탈길을 내려가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온 힘이 허벅지에 몰려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때마다 잠시 쉬어 다리를 주무르다 내려간다. 바로 앞에 심명자 부회장이 간다. 서로 위로하며 걷는다. 그러나 필자는 회원들이 무사히 하산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메운다. 참 오지랖 넓게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또 이러한 생각도 들었다. 과연 내가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막다른 생각이다. 이곳은 숲이 울창해 하늘도 보이지 않는 데다 전화마저 터지질 않기 때문이다. 만일 여기서 사고를 당하면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보러 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마음을 든든히 먹었는지 모른다. 나는 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발짝 한 발짝 수풀을 헤치며 내려간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거기다 가시에 찔리며 걷는다. 때로는 어두컴컴한 숲속이라서 산돼지라도 나타나면 어떡하지 하는 불길한 생각도 하며 걷는다. 또 회원들의 절규(絶叫)하는 비명도 듣는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저걸 어쩌지 하는 마음에 내 가슴이 무너져 내려앉는다.

고생도 팔자인가 보다. 집에 있으면 이 고생을 하지 않을 텐데 하는 생각까지 했다. 상상할 수 없는 고생을 하며 내려갈 때 회원들의 웃음소리와 대화 소리가 가냘프게 들려온다. 얼추 내려왔나 보다 하는 안심의 한숨이 나온다. 이젠 나도 살아 돌아갈 수 있다고 하는 기쁨이 솟아난다. 참 희한하다. 잠시 전만 해도 죽느냐 사느냐 하고 고심을 했는데 가까이서 회원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니 이렇게 마음이 변했다. 그래서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라 했나 보다. 그래도 안간힘을 다해 내려오고 보니 개울물이 졸졸 흐른다. 먼저 내려온 회원들을 돌에 주저앉아 발을 물에 담가 피로를 풀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회원들은 나를 보고 고생하셨다고 하며 기뻐하며 손뼉을 친다. 필자도 바로 양말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곤 발을 물에 담갔다. 이렇게 좋을 수가! 나도 모르게 향기로운 미소가 번진다. 회원들이 모두 무사히 내려왔다. 필자가 그토록 걱정했던 김 경이(요안나)도 눈앞에 나타난다. 회원 모두 무사함을 본 필자는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비록 대암산 솔봉을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인터넷과 기타 자료를 통해 간략하게 쓰려 한다. 옹녀 폭포도 필자는 가보지 못했다. 그러나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참으로 우슈광 서럽다.
옹녀와 변강쇠가 금강산으로 가던 중 이곳에서 정분을 나누었는데 이를 보고 크게 노한 산신령의 지팡이에 얻어맞은 옹녀는 이곳에 엎어져 바위가 되었고 변강쇠는 이곳에서 50m 지점 아래에 굴러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었으며 이 바위를 옹녀의 엉덩이라 하여 옹녀폭포라 부르고 있다. 이러한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예로부터 이 광치계곡을 연예 골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이곳에서 50m 아래에는 남근 모양의 변강쇠 바위가 있다.

양구와 인제에 걸쳐 있는 대암산(1,304m)은 해발 1,300m가 넘는 큰 산이지만 그 속에 숨겨놓은 것들이 더욱 가치 있고 소중한 ‘비밀의 화원’이다. 정상 근처의 용늪은 군사보호 구역이자 천연기념물, 국제 습지 조약(람사조약)의 습지보호 구역으로 등록되어 있어 세계적으로도 귀중한 자연의 보고이다. 이런 가치 때문에 용늪 부근은 정해진 기간에 미리 허가를 받아 정해진 인원만 출입할 수 있다. 하지만 대암산이 숨겨놓은 야생화들을 구경하기엔 출입이 통제되지 않은 솔봉(1122.4m)까지만 가도 충분하다.
광치자연휴양림을 들머리로 솔봉에 오른 후 양구생태식물원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가족과 함께 야생화 탐승을 즐기기에 좋은 코스다. 이 코스는 대암산 생태탐방로 3코스이기도 하다.

장선덕 본부장이 집안일로 오늘 불참하는 바람에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워간다. 지도자가 없는 산행은 해서는 안 된다는 큰 교훈을 남겼다. 막상 한다고 하더라도 정확한 진단을 한 뒤 해야 한다. 본 산악회 수장이신 이상갑 회장은 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얼마나 가슴 졸이며 기다렸을까? 아마도 별의별 생각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용감한 박중묵 산 대장도 보았다. 남모르게 묵묵히 봉사는 천사와 같은 주경숙 회원과 김연란 회원도 보았다. 오늘 해피 가족이 벌인 일들은 아마도 인생이 평생 사는 과정을 연출한 것이 아닌가 싶다. 어려운 과정에 처해 있음에도 무사히 산행을 맞춤을 신께 감사를 드립니다. 해피 가족 여러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2편의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2019년 7월 6일

정찬열

2019-09-29 18:03

안녕하세요
존경하는 루수 김상화 작가님~~
해발 1,304m대암산을 무사히 다녀 오시여 오늘 댓글
에서나마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드릴수가 있군요?

그토록 몇수 십년을 산행으로 다져진 해피가족이
난관에 봉착한 일이 실재로 있으셨군요
마음씨가 고우신 분들 이기에 천운이 도와 주셨네요

18호태풍"미탁"이 강한 세력으로 한반도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합니다. 아무쪼록 대비를 철저히
하시고 무탈하신 10월을 맞이 하시길 바랍니다.^*^


김상화	반갑습니다. 정찬열 작가님 사실 대암산을 무사히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그래서 작가님을 글로 나마 뵙게 되네요 사고라도 낮다 하면 글 자체도 쓰지 못했을뿐더러 올리지도 못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이젠 아름다운 가을이 무르익어갑니다 다음 달 10일경부터는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네요 단풍 철에는 가야 할 산이 너무 많아 과연 갈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보고 글도 써야 한다는 욕심이 앞서네요. ㅎ 작가님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과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9/29 19:29

신영애

2019-09-29 18:20

김상화 작가님..
비명으로 얼룩진 산행길..
읽는 내내 가슴 조마조마 하였습니다.
다행히 무탈하게 하산하게 되어
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습니다.
1,300m가 넘는 큰산을 일행이 무탈하게 다녀오기까지
모두가 안전을 위해 조심하고 또 조심하였을
그 따뜻한 한마음을 보는듯하였습니다.
어려움속에서 함께 한 동지들처럼
든든한 마음 깊이 감동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조심 또 조심하시구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김상화	오셨군요. 반가운 자매 작가님 같은 종교를 공유하고 있기에 자매라고 불러도 될듯싶습니다. 신영애 작가님 읽으시면서 가슴이 조마조마하셨다니 미안합니다 힘은 들어도 즐겁고 재미있게 다녀옴을 글로 썼으면 좋았을 것을 사투를 벌이며 다녀온 것을 글로 엮어내게 되어 한편으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또 태풍이 불어온다 하네요 태풍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작가님 댓글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고요 늘 건강 행복 행운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9/29 19:55

전병일

2019-09-30 09:50

김상화 작가님 안녕하세요
지도자가 없는 산행길 모두가 불안하지요
먼저 선발대가 답사한후 행사를 하는것이 원칙 입니다
솔봉을 오르지 못했지만 대암산 등정 무사히 마쳤다니
다행입니다
솔봉과 옥녀폭포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집필하신 비명으로 얼룩진 솔봉가는 덤불긱 잘배람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김상화	9월의 마지막 날 가을 햇살이 뜰에 가득히 내려앉은 아침 10월이 오면 산과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꽃이 피겠지요 9월 마무리 잘 하시고 10월엔 오색으로 물든 산처럼 우리 마음도 무지갯빛으로 찬란하게 물들여 봅시다 2019년 9월 30일	9/30 12:37

김상훈

2019-09-30 15:47

행사를 끝내고 곧바로 먼 길을 떠났다가
어제야 돌아왔습니다.
아직 여독이 안 풀린 데다가
밀린 숙제는 많고 은근 손가락부터 걱정입니다. ㅎㅎ
오른팔 왼팔 모두 인대에 문제가 생겨
자판을 칠 때마다 통증을 느낍니다.

오늘은 인사만 하고 갑니다.
복사글로 대신함을 양해 바랍니다.


김상화	반갑습니다. 김상훈 위원장님 행사 마치시느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또 먼 길을 다녀오셨다니 힘이 드시지요 아직 여독이 풀리지 않으셨다니 그럴 겁니다 위원장님 가을 행사 때는 꼭 참석해 뵈려 했습니다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가지 못했습니다 이젠 겨울 행사 때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ㅎ 시월엔 건강하시고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 잘 이루어 지시기 바랍니다	9/30 20:55

양양 법수치계곡은 산자의 천당(양양 제1편)

미지의 대암산 솔봉 가는 길 (솔봉 제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