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안시영
ㆍ작성일	2015-10-13 17:55

ㆍIP: 58.xxx.18

남초동문 1박 2일 (첫째날)

나는 글쓰기가 갈수록 두려워진다.
별로 잘나지도 못한 사람이 매번 여행 할 때 마다 일기형식으로 쓴다는 것도
어찌보면 웃기는 얘기가 될 것도 같고 해서이다.
그러나 금년과 내년은 동문회장이니, 딱히 누구에게 떠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염치 불구하고 체험학습기를 몇자 적어 본다.

___________ 아 래 ------------

남초회 동문들이 무려 1년만에 한자리에 모여, 웃고 즐기는 1박2일을 보냈다.
나는 1박2일이 TV에서나 나오는 줄 알았는데, 방송국 피디들은 우리 농학과 중장년 출신들의 좌충우돌하는
특종을 왜 놓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지난 주 토요일 아침 9시에 양재역 근처 양재 사회복지관에 17명이 모였다.
사회복지관은 우리들이 과거 희로애락을 간직하고 있는 학습관이었다.
전 학년이 한 교실에 모여서 매주 화요일 저녁에 동시에 스터디를 했다.
그 당시에는한 교실에서 공부하다보니 목소리를 최대한 높여야만 상대방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표현하기가 좀 민망하지만, 돼지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말하면 무엇하겠는가, 스터디 끝나고 마시는 쇠주한잔에 더 애착이 가는 시절이었던 때였다.

말이 초장부터 길어졌는데, 우리 일행은 차량 렌트관계로 거의 1시간이나 늦게서야 양재를 출발할 수 있었다.
스타렉스 2대에 각각 2개조 8명씩 타고 전쟁터에라도 출전하듯 운전기사님의 표정은 근엄했다.
1호차는 황세봉 선배가 핸들을 잡았고, 2호차에는 년령상 막내인 호진 사무국장이 잡았다.

차는 어느덧 서해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오른 쪽으로 펼쳐지는 코발트색의 서해 바다와 티없이 맑고 청명한 가을하늘도 우리들의 도란거리는 담소를
이기지는 못했다.

천리포 수목원을 방문하기 전에 양란 조직배양을 보기 위해, 태안읍 교외에 위치한 상미원 농장을 먼저 방문하기로 하였다.
토요일인데도 별 막힘없이 차는 쌩쌩 달렸지만, 출발이 한시간 지연 되다보니 많이 늦었다.
더구나 찾아가는 농장 지역은 네비게이션 작동이 되지 않는 지역이 되다 보니까
약속시간보다 거의 1시간 늦게 도착할 수 밖에 없었다.

상미원 농장 이사장님은 양란에 관한 한 대통령 표창부터 영농에 관한한 독보적인 존재라고 한다.
더구나 조직배양 농장 면적 규모가 7천평이라니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우리 일행은 영농조합 이사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배양실과 종묘장을 둘러 보았다.
시장에서 우리가 흔히 사는 서양란이 이 곳에서 4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배양되고 생육된다는 사실에
다시한번 놀랄 수 밖에 없다.
서양란 가격이 몇 만원 된다고해서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견학을 마치고 이사장님께서 태안읍내에 있는 남문정이라는 한정식집에서 깔끔한 점심식사를 대접해 주셨다.
이것은 아마도 평상시 이 농장에 직 간접으로 도움을 주신 신광수 동문 교수의 공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차는 다시 천리포 수목원으로 향했다.
서해 해안가 도로를 6차선으로 확장하기 위해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시골 해안가가 이제는 적어도 도로에 관한 한 수도권보다 훨씬 쾌적할 것이다.
오후 3시쯤 천리포수목원에 도착하였다.

1시간 정도 지체하다보니 수목원 안내를 맡은 숲 해설가를 뵙기가 민망해진다.
일행 17명이나 되는 대 식구를 안내하느라고 숲 해설가는 분주히 스피커를 잡는다.
천리포수목원은 현재 15,000여 종류의 국내 최대 보유 식물원이며, 아시아 최초로 '10대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
로 선정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본 수목원은 자연 그대로 살려 놓고 재배하는 식물원으로서, 전체 면적 18만평 중에서 현재 개방된 면적이 2만
평이다.
앞으로 16만평의 미 개방 식물원이 있는 셈이다.
안내자의 스피커 소리를 들으며 어떤이는 열심히 적고 있는 동문, 나처럼 열심히 카메라 샷터만 누르는 동문 등 관람
매너도 각기 다르다.
특히 독일계 미국인으로 1945년 한국에 미 해군장교로 입국하여 한국은행과 그외 정부 기관에서 자문 역할을 하시다
가 한국의 숲에 빠져 결혼도 하지 않은채 대한민국의 후손을 위해 불후의 수목원을 남겨주신 Dr. Carl Ferris Miller
(민병갈 박사)의 헌신적인 노력에 머리가 숙연해 진다.

오후 5시쯤 되었을까? 해는 서서히 서해 바다로 많이 기울기 시작했다.
바닷가에 자리잡은 천리포펜션에 도착하니 막 해가 바다 저 너머로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다.
나는 부랴 부랴 낙시대 2대를 빌리고, 카메라를 메고 방파제로 향했다.
나머지 일행들도 제각기 간소복으로 갈아 입고 방파제로 향했다.
눈이 부시도록 빨갛게 물들은 석양을 몇 컷 찍기도 전에 태양은 이미 바다속으로 풍덩 들어 가고 말았다.

주위가 칠흙같이 어둡기 시작했고, 우리 일행은 방파제 근처에 있는 자연산만 취급한다는 횟집으로 갔다.
자연산이다보니 광어와 우럭 대신 놀래미가 나왔나 보다.
서울에서의 입에 익숙한 광어는 아닌것 같았다.
나는 4주전 술먹고 집에 거의 다와서 넘어져 다친 갈비뼈의 훈장 때문에 집사람으로 부터 또다른 4주간의 금주령을
통보 받았다.
회장이 어느정도 거나하게 취해서 흥을 돋구지 못해서 일까?
별다른 흥이 없이 그냥 맹숭 맹숭하니 저녁을 먹은 것만 같다.

숙소에 들어와 이번엔 4개조로 나누어서 윳놀이를 했다.
1등은 1만원, 2등은 2만원, 3등 3만원, 4등 꼴찌는 4만원을 조장이 내는 게임이다.
A조 조장인 나는 짠뜩 긴장이 된다.
재미있는 게임룰로는 마지막 윳판에 윳이 머물게 되면, '도'를 던져야만 게임이 끝나는 것이다.
리그전을 했는데, 우리 A조는 마지막 '도'를 넘지 못하고 3전 전패를 했다.
벌금으로 알토란 같은 돈을 4만원 내란다.
1등은 D조 정진경 선배 조가 차지했다.
일등이니까 1만원만 내는 것이 아닌가?
아니 돈이 없는 나는 4만원을 내야 하고, 돈이 많은 정 선배는 1만원만 내도 되는건가...
정말이지 하느님은 공평하지 않으시다니까....

내일 편은 내일 올리겠습니다.

백낙은 2015-10-13 20:01	안시영 작가님. 지난 번에는 농학과 MT로 오늘은 남초동문의 1박2일 소식 잘 들었습니다. 다른 마땅한 놀이가 없을 때는 국민운동인 윷놀이가 최고지요. 윷놀이 한번 더 하시면 공평하게 되리라 여깁니다. 즐거운 1박2일 되시기를 바랍니다. 늘 즐거운 나날이 되시기를 빕니다.

안시영 2015-10-16 11:23	문단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글쓰기가 점점 싫어져서 고민입니다. 시작도 하기전에 실증이 나다니, 이게 문제인것 같습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도록 노력해야 하겠지요.

김경렬 2015-10-19 02:53	남초 동문 1박2일! 즐거우셨겠어요. 마지막 윷판에 머물면 도를 던져야만 이기는 게임 룰이 재미있습니다. 동문 회장님이신 안시영 작가님! 흔치않는 건전한 모임을 보게되어 마음이 훈훈 합니다. 후속편이 궁금 합니다.

남초동문 1박2일 (둘째날)

청평유원지에서의 농학과 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