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안시영
ㆍ작성일	2015-10-21 11:29

ㆍIP: 58.xxx.18

남초동문 1박2일 (둘째날)

남초동문 1박2일 (첫째날)을 쓰고 나서, 그 후 장모님 산소에 갔다 오고 나니 연휴였습니다.
휴일에는 아들 내외와 손녀딸을 위해 주말 내내 온전히 대기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왜냐고요? 내가 죽은 다음에 내 산소에 오지 않을까봐서 입니다.
하여간 곧바로 쓰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 아 래 ------------

다음날 아침 6시 쯤 나는 이호진 사무국장과 함께 어제 빌려 두었던 릴 낚싯대 2대를 들고 방파제 안 쪽으로 향한다.
새벽 여명이 튼지 조금 시간이 지나서 인가, 방파제 주변에 낚시를 하는 강태공들 몇명이 연신 릴을 바다에 던진다.
우리도 남들이 낚시하는 틈새 장소를 찾아 릴을 바다에 던졌다.
방파제에 매어 놓은 밧줄에 릴 낚시가 걸릴것도 같은 불안감이 있었지만 별다른 방법도 없다.

"오늘 이거 괜히 온거 아니야?"라고 혼자 중얼거리면서 낚시대를 들고 있었는데, 그 때 손에 전기가 온다.
뭐가 물긴 물은 모양인데 큰 물고기 같지 않아서인지 손 떨림이 크지는 않다.
그래도 얼씨구 15cm 정도되는 우럭이다.
옆에서 같이 낚시하던 호진 국장은 어디간 거야?
하필이면 "왔다!"할 때 자리에 없는거야.

하는 수 없이 호진국장이 확인 할 때까지 낚시대를 들고 있을 수 밖엔 없다.
멀리 보이는 섬을 배경으로 낙시대에 매달려 있는 우럭은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친다.
인증 샷을 찍기 위해서는 기다리는 수 밖엔 없다.
저기서 바지 춤을 매 만지면서 호진 국장이 오고 있다.
"야! 이사람아 화장실가서 죽었는지 알았다."라고 호통 아닌 호통을 친다.
"우리 이 어린 것 바다에 다시 놓아주자."

시간은 9시를 향해가고 있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머지 일행은 아침을 먹고도 한 참 지났을 시간이다.
아차 빨리 숙소에 가서 일행들과 합류해야 겠다는 생각에 낚시대를 황급히 접는다.
펜션 숙소에 오니까 이게 왠일인가?
조금전에 잡았다고 호진 국장이 카톡에 올렸던 우럭이 30CM 정도 크기로 보였나 보다.
나머지 일행들은 테이블 3개를 쭉 펴놓고 횟감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쁠사! 이럴줄 알았으면 횟집에 가서 손바닥만한 우럭을 두어마리 사 오는 것인데 말이다.
동문님들의 아쉬움이 여운으로 남는다.

우리 일행은 아침 10시쯤 숙소를 나와서 만리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maybe"란 카페 이름이 이국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고, 방파제 안 호수바다 저멀리 보이는 송신소가
옛 향수를 자아내게 한다.
해안가를 따라 걷다보니 "섬과 바다"란 카페가 아침햇살을 머금고 있으며,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잔잔한
바다가 사각형 액자 틀에 같혀 고요히 잠든다.

23기 후배들을 위해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몇 컷을 찍은 후 걷는 구름다리의 출렁임도 음악의 선율에 맞춘다.
바다를 배경으로 동문님들 단체 사진도 찰~칵.
갯바위에 홀로 서서 릴을 던지는 강태공의 뒷모습에서 인생의 못다한 이야기를 듣는다.

섬 끝자락까지 갔다가 돌아 오는 길은 만리포 해수욕장 뱃사장 길인가 보다.
앞서가는 일행들의 멀리 보이는 뒷 모습이 마치 겨울 준비를 하는 개미군집같이 아른 거린다.
바다를 배경으로 뱃사장에서 점프하는 여성동문들의 나르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아 보려고 노격하지만,
동시에 하늘에 떠 있는 순간을 포착하기란 쉽지는 않다.
한 명이 떠 있으면, 한명은 모래 바닥에 발을 대고 있으니, 마치 점핑"everybody"를 부른 크레용팝 걸그룹이
생각이 난다.

우리 일행은 손흥태 선배가 추천한 장소인 태안읍 근처에 위치한 "국제 원예 종묘장"을 향했다.
유리 온실에 가지런히 놓아서 재배하고 있는 18만 가지의 원예가 각기 다른 크기로 자라고 있다.
종묘장을 둘러 보고 그 곳에서 매년 발간하는 원예 종묘 책자도 하나씩 얻었다.
몇 권을 남초회 재학생들 준다고 23기 박미숙 후배가 챙긴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풍광좋은 태안반도에서 칼국수라도 먹고 가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교통이 막히기 전에 이 곳을 빠져 나가야 한다는 대다수 동문들의 의견 때문에 서둘러 차에 올랐다.

우리 일행을 태운 차는 다른 귀경차량보다 한 발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본거지 양재동 근처 청계산 옛골 뽕나무 해물탕 칼국수집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3시이다.
이만하면 빗 사이로 막가파 운전을 한 것 아닌가.

어제 부터 오늘 오후 3시 까지 불과 하룻만인데, 마치 달나라라도 여행하고 온 듯 어제가 까마득하기만 하다.
이래서 여행은 현실을 잊게하고, 내일을 충전하게 하는 기분전환의 기폭제가 되나 보다.

남초회 동문 선배님 후배님 여러분!
이번 여행을 통해서 "우리는 동문이 무었인지? 그리고 우리 노년의 삶의 모델이 무엇인지?"를
깊이 깨우치게 되는 계기를 더 한층 다지게 된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동문 여러분 건승하시옵고, 연말 모임에는 실내에서 도란 도란 얘기를 나누워 봅시다.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5-10-21 15:51	안시영 작가님. 남초동문 둘째날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내가 죽은 다음에 내 산소에 오지 않을까봐서"라는 말씀 읽고 한참 웃었습니다. 벌써 그 걱정을 하시는군요. 백수를 하신다면 수 십년도 더 남은걸요.ㅎㅎㅎ 만리포 해수욕장은 제가 광주에서 군 복무를 할 때 휴양차 한 번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15cm 나 되는 우럭을 잡으신 것도 축하합니다. 초등학교 동문이 이렇게 화기애애한 모임을 지속하다니 부럽습니다. 기행문을 쓰시면 잘 쓰실 것 같은데 자주 올려 주세요. 늘 건필하시고 평안하소서.

안시영 2015-10-26 10:52	격려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가끔 수필을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저 생각나는대로 쓰 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는 것이 최선인 것 같기도 하구요. 하여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남초 동문 모임은 초등학교 동문 모임이 아니옵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 다닐 때 스터디에서 만난 선 후배간의 모임입니다. 제가 전 직장 생활을 마치고 귀농하려고 4년간 농학을 공부했었는데, 인생 2모작인 조그만 설계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귀농을 이제는 포기해야 할 처지 입니다. 2007년 제가 농학과 다닐 때만 해도 귀농, 귀촌이 어색하게 들렸는데, 이제는 익숙한 용어들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직도 귀촌, 귀농에 미련은 있지만 세상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황양국 2017-08-11 10:01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감상하였습니다

남초동문 1박 2일 (첫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