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6-01-24 18:06

ㆍIP: 61.xxx.81

( 7 부 )
( 7 부 )
S는 병약한 친정어머니 생신을 차려 드리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 행 기차를 탔다. 아이들은 모처럼 나들이에 신이 나서 과자를 먹으며 조잘대고 있다. S는창 밖을 바라보며 기막힌 막내 삼촌의 일들을 떠올리고 있다. 친정 부모님께는 말씀을 드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공연히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골목에서부터 외할머니를 부르며 달려갔다. S의 어머니는 행주치마에 손을 닦으며 삽작으로 나오셨다. S를 보자 와락 껴안으시며,
“장하다 내 새끼!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느냐?”
순간 S는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아셨어요? 걱정하실까봐 말씀 드리지 않으려 했는데...”
며칠 전에 S의 시어른은 사돈댁을 찾아오셨다. 사건을 소상히 전하시고 며느리가 다섯이나 되지만, 민식 어미가 마음이 넓고 속이 깊어서 제일 든든하다고 했다. 그리고는, 따님을 잘 가르쳐 주신 사돈께 감사인사를 하셨다는 것이다. S의 어머니는 부모 낯을 내준 딸이 고맙고 기특하다고 어깨를 쓸어 주셨다. S는 그동안의 서러움으로 울컥했지만 꾹 참았다. 아이들이 텃밭에서 오이와 토마토를 따왔다. 닭장에 토끼도 있고 강아지가 있다며 외갓집은 동물원 이라고 신이 났다. 닭장에 들어가 계란을 꺼내들고 따뜻하다고 신기해한다. 아침 일찍 S는 친정어머니 생신 상을 차려서 어머니 친구 분들을 대접했다. 친구들 속에서 웃고 있는 어머니는 많이 여위고 부쩍 늙어 보였다. ‘몇 번이나 생신을 차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 S는 순간 화들짝 놀라 머리를 흔들었다. 저녁이 되자 S는 어머니가 끙끙 앓는 소리에 몹시 놀랬다.
아버지께서.
“네 어미는 요즘 저렇게 밤이면 심하게 앓고 있다가, 아침이면 일어나 종일 일을 하니 신기한 일이다”
고 하시며 걱정이 된다고 하셨다.
“병원에 가 보셨어요?”
“병원을 가자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아 못 갔다. 네가 좀 데리고 가면 좋겠다”
S는 어머니 건강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이튿날 서울로 모셔 왔다.
원자력 병원에서 종합 검사를 받았다. 의사선생님 얼굴이 심각했다 임파선말기 암이라고 했다. 수술을 할 수 없어 방사선 치료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S는 하늘이 무너진 듯 눈앞이 캄캄했다. 한 동안주 2회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수술을 할 수 없다’ 는 말이 계속 뇌리에 맴돌았다. 불쌍한 엄마! 평생 가난한 종부로 잦은 제사 받들며, 줄 잇는 손님 접대로 끼니 걱정까지 하셨던 엄마! 그 엄마가 자식들의 덕도 볼 새 없이 ‘병마에 휘둘리고 있었던 것이다’ S는 눈물이 쏟아지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다. 무얼 어찌할 바를 모른다. S는 언니와 오빠들에게 연락을 했다. 모두 놀래서 달려 왔다. 담당 교수님의 치료계획에 따라 3일후부터 방사선 치료가 시작되었다. S가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기로 하였다. S의 어린 아들과 젖먹이 딸은 큰 이모가 맡아 주기로 했다. S의 어머니는 방사선을 쪼인 자리가 새까맣게 타들어가며 군데군데 물집이 생겼다. 방사선 치료의 부작용으로 음식도 넘기지 못 하였다. 겨우 아이스크림 한 개로 연명을 했다. 한 달이 지나자 담당 교수님은 1차 치료를 끝내고 한 달 후에 재진 예약을 해 주셨다. S는 고향으로 가겠다는 어머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아버지가 계신 시골로 모셔다 드렸다. 한 달이 지나도 오시지 않았다. 죽어도 그곳에서 죽겠다 하시며 방사선 치료를 거부하였다. 담당 교수님은 경구 투약으로 변경했다. 점점 통증은 극심해지고, 병세가 빠르게 진행되어 갔다. S는 어머니의 목이 굳어 들어가 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아랫목의 시멘트벽이 파여 있었다. 극심한 통증이 시작될 때마다 손톱으로 벽을 할퀴면서 견뎌낸 사실을 식구들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염을 할 때 손톱이 모두 닳아서 깎을 수가 없었기에 비로소 밝혀졌다. S는 또 한 번 절규를 하였다. 장례를 치룬 뒤 삼오 제가 끝나고 형제들은 아버지께 떠날 인사를 드렸다. 항상 준엄하고 점잖으셨던 아버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계셨다. 형제들은 난생 처음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다. 아버지도 울 수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 깨달았다. 모두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그대로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막내가 직장을 고향으로 옮겨 아버지를 모시고 있었기에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S의 부모님은 늘 한 쌍의 비둘기처럼 다정하셨다. 아내를 보내고 곡기대신 막걸리로 허기를 채우셨다. 텅 빈집에서 외로움을 달래시며 그리움을 삭였던 아버지, 급기야 S의 아버지는 외출에서 돌아오시다가 별안간 정신을 잃고 마당에 쓰러졌다. 병원으로 모셨을 때는 큰 병원으로 모시라고 했다. 서둘러 서울 적십자 병원에 입원을 하셨고 검사를 받았다. 간경화 말기라고 했다. 미혼인 막내 혼자 고향에서 모시고 있었지만 직장에 메여 소상이 돌봐 드리기도 역 부족 이었다. S의 아버지는 점점 황갈색의 피부로 병색이 짙어가며 혼수상태가 거듭 되었다. 복수가 차올라 임산부처럼 배가 불렀다. 간간히 복수를 빼냈지만 순식간에 배가 불러왔다. S는 어머니가 떠나신 이듬해, 결국 아버지마저 어머니 곁으로 보내 드려야 했다. 고향의 어머니와 합장으로 모셨다. S는 이년에 걸쳐 부모님을 한분씩 하늘나라로 보내 드린 것이다. 삼오 제에 부모님 묘소에서 ‘못 다한 효도를, 시 부모께 해드리겠다’ 고 결심 했다. S는 그럴 때 마다 ‘부모님께 드리는 효도’ 로 생각해 달라고 고했다.
살아생전 어머니는, ‘딸년은 출가하면 그 집 귀신이니 친정은 돌아보지 말라’ 고 하셨다. 오로지 시댁에 충실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S는 그 말씀을 기화로, 벅찬 살림을 핑계로 낳아주신 부모님께 효도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한 불효막심한 딸년이 이었다. 뒤늦은 후회로 산소에서 그 같은 기도를 드리는 S의 두 눈에서는 회한의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마지막 절을 올리면서 앞으로 ‘이 딸년이 살아가는 구비마다 힘이 되어 주시고 바로 세워 주십사’ 고 간곡히 기원을 하고 산을 내려 왔다.
S는 비로소 부모 없는 고아라는 허전함에 허탈감이 엄습했다. 서울로 가기 전에 시댁에 잠시 들렸다. 시어른 내외분이 무거운 얼굴로 맞아주셨다. 절을 하려는데 상주는 절을 하지 않는 법이라며 두 손을 잡아 앉히셨다. 그리고는, 몸은 괜찮으냐고 물으셨다. S는 갑자기 눈시울이 핑 했다.
“아가야! 쓸쓸하고 허전 하겠지만 이젠 우리를 부모라 생각해라! 우린 너를 며느리가 아닌 자식으로 생각 하니 그리 알거라!”
“네! 저도부모님께 향하는 마음을 친정부모에게 해 드리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그 후 S는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고 시어른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더 살갑고 정다웠다.
겨울이 되면 S의 시부모님은 추운 시골집에 빗장을 지르고 서울 S의 집에서 겨울을 나셨다. 겨울마다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S는 어른들이 오시기 전에 시어른이 좋아 하시는 소주를 몇 병씩 쟁여 놓고 마른안주도 함께 준비해 박스에 담아놓았다. 새벽마다 얼큰한 술국을 준비해 드리고 조반을 지었다. S는 겨울이면 시어른 내외분이 올라와 계시므로 든든하고 좋았다. 계시는 동안은 주방 일만 S의 몫 이였다. 빨래며 청소는 시어머니가 다 맡아 주셨기 때문이다. 처음엔 사양을 했지만, ‘서울은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느냐?’ 따뜻한 집안에서 편하게 밥값이라도 하고 싶다고 우기셔서 그렇게 되었다. 목욕탕이나 마트에 가면 사람들은 친정 부모와 딸 사이로 알았다. 따님이 엄마 얼굴을 똑 닮았다고들 한다. 공공연한 모녀가 되었다.
구정이 가까워오면 시어른 내외분은 시골로 내려 가셨다. 명절에는 4대가 모이므로 항상 40여명이 북적 거렸다. 명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명절이 끝나면 십 남매가 저마다 한 보따리씩 싸들고 제집으로 돌아갔다. 곡간이 썰렁해지는 풍경이었다. S는 다른 형제들 보다 보따리가 컸다. 서울 살림이 제일 힘들다고 하시며 더 챙겨 주시기 때문이었다. 그럴 적마다 다른 형제들의 눈치가 보였지만, 이해심 많은 형님의 너스레에 잘 무마되곤 했다.

백낙은 2016-01-24 19:55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지난 6부로 끝 나나하여 맘 조렸는데 7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거퍼 그같은 큰일을 당하셨지만 지혜롭게 잘 극복하신 것 읽고 감동했습니;다. 어린 아들과 젖먹이 딸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양친을 일찍 여이셨음을 알았습니다. 그래도 시부모님을 그토록 정성스럽게 친 부모처럼 받드셨으니 요즘 보기 드문 효부 며느리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읽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작가 서재에 님 같은 분이 계서 정말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평안을 기도합니다. 은안하소서.

정찬열 2016-01-24 22:28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能文能筆한 감각으로 올려주신 S여사의 따뜨한 마음이 감동으로 저며 옵니다. 친정 보모님을 잃고 시부모님을 친부모님 처럼 모시는게 쉬운 일도 아닐진데 효성깊은 한 부모의 딸이자 며느리의 효심에 깊은 박수를 보내며 작가님의 멋지게 써주신 글 잘 배독하고 갑니다. 한겨울의 강추위에 이곳 광주에는 대설경보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추워진 날씨에 항상 건강 하시고 즐거운 한주 펼치시길 빕니다.

김경렬 2016-01-24 22:53	수필 분과 위원장님!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 졌습니다. 안녕하시지요? 잉크도 식기전에 찾아주셔서 황송 하옵니다. S의 드라마같은 삶이 젊은이들에게 이해가 될런지 모르겠습니다.본래 제 꿈은 딸이나 며느리에게 선물을 할수 있는 책을 하나 남기고 싶었습니다. 헌데 뜻데로 잘 될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칭찬을 해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그러나 용기를 내서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추위에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김경렬 2016-01-24 23:01	정찬열 작가님! 년말 모임때 저를 찾으셨다는 소식을 배정이 시인님으로 부터 들었습니다. 제가 먼저 찾아 뵙지 못해 송구 합니다. 봄 행사때는 제가 찾아 뵙겠습니다. 늘 졸작을 배견하오시고 좋은 덕담 주시니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날씨가 추워졌는데, 정 작가님 건강은 괜찮으신지 궁금합니다. 부디 감기 조심하시고 강건 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감사 합니다.

아들의 의자(기적 종편)

( 6 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