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5-04-29 04:59

ㆍIP: 61.xxx.4

눈속의 수채화
눈 속의 수채화
김 경 렬

밤새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남편은 이사 온 기념으로 등산을 하자고 했다. 청계산은 완만해서 눈길 등산도 할 만 하다고 졸랐다. 배낭을 꾸려 어깨에 메고 등산화가 푹푹 빠지는 산길을 걸었다. 간밤에 소나무는 가지마다 푹신한 이불을 장만했다. 진달래 가지는 귀엽게도 요염한 눈꽃을 피우고,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눈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깔딱 재가 나타났다. 미끄러지면 낭떠러지다. 겁이 나고 무서웠다. 돌아가자고 했지만, 나무사이로 오르면 안전하다면서 앞서가기 시작했다. 나무를 잡을 때 마다 눈꽃이 흩어져내려 온몸이 눈 투 성이 가 되었다. 무사히 정상에 도착하였다. 따끈한 차를 한잔씩 마시며 산 아래 설경에 취해 있었다. 그때 눈발이 휘날리기 시작하더니 눈 깜빡할 사이 수북하게 쌓였다

순식간에 발자국들이 하얗게 묻혀 버렸다. 무사히 내려 갈수 있을까? 갑작스런 사태에 마음이 불안하고 다급해졌다. 빨리 내려가자고 재촉을 했다. 남편은 서두르면 큰일이 생긴다면서 잠간사이에 커다란 소나무가지를 장만해 왔다. '솔가지는 왜'? 의아해 하는 나에게 썰매를 태워 줄 테니 가지위에 앉아서 굵은 줄기를 잡으라고 했다. 그러더니 남편은 두 팔을 뒤로 뻗어, 뒷짐 지듯이 굵은 줄기를 꽉 웅켜 잡고 끌어당기며 내려가는 것이었다. 남편의 솔가지 눈썰매로 인해 불안했던 마음이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눈썰매라도 타듯이 깔깔대며 즐거운 마음으로 가파른 길을 무사히 내려왔다. 등산로에 접어들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난데없는 눈 폭탄이 마구 쏟아졌다.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앞에서 솔가지를 툭툭 쳐대면서, 길을 트는 남편 모습이 어느 때 보다도 고맙고 믿음직스러웠다.

그 무렵 우리는 강남에서 과천으로 이사를 하였다. 이웃사촌들이, 남들은 '8학군'으로 오지 못해 난리들인데 왜 경기도로 나가느냐고 물었다. 정부제2청사가 과천에 입주하면서 청사에 근무하는 일부 무주택 공무원에게 아파트 입주혜택이 주어졌다. 당시 복부인들의 투기성 단속에 환수된 아파트를 공무원 연금공단에서 매입을 하였다. 그것을 과천에 입성한 부처에 배당을 했다. 까다로운 자격 심사를 거쳐 이백 대 일의 횡재를 하였던 것이다. 부러움이 가득 찬 축하를 받으며, 한턱내라는 등살에 집들이를 하기로 했다. 날을 잡고 메뉴를 정했다. 그런데 삼십 명 의 음식그릇이 문제였다. 고민 끝에 뷔페음식으로 변경을 하고 일회용 그릇과 수저를 준비했다. 설거지 걱정도 해결되고 일석이조가 되었다. 그렇게 집들이 계획을 한 뒤, 퇴근시간마다 필요한 식재료들을 미리미리 준비했다.

당일은 음식 장만을 하기위해 휴가를 냈다, 이른 아침부터 다듬고 씻고 썰고 데쳐 무치고, 지지고 볶으며 한쪽에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갈비찜을 끓였다. 슈퍼 요리사가 따로 없다. 음악을 들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차근차근 음식을 만들었다. 저녁때가 되자 드디어 요리가 완성되었다. 몇 가지 소스를 만들어 마무리하고 음식을 차려 놓았다. 이십여 가지의 요리가 제법 푸짐하고 그럴듯했다. 퇴근시간이 되자 직원들이 몰려와 차려진 음식을 보고 탄성을 울렸다. 시장했던지 꿀벌처럼 날라다 먹으며 맛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종일 수고한 보람으로 마음이 뿌듯하고 더불어 기분도 좋았다. 한잔씩 술이 들어가면서 얘기꽃이 만발했다.

남편은 이사 후 첫 등산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정상에 올랐는데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서 내려갈 일이 덜컥 겁이 났다고 했다. 솔가지로 마누라 태우고 무사히 내려 온 것은 첫째, 무거운 마누라 덕이고 둘째는, 나 '살려고 한 짓' 이라는 것이었다. 방안은 웃음 폭탄과 더불어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기가 막혔다. 그것도 모르고 친구들한테 남편이 눈썰매 태워준 자랑을 수 도 없이 하였었는데, 순간 서운했다. 부끄러워서 방에 들어 갈수가 없었다. 그러나 곧 마음을 돌렸다. 그래도 그 순간만은 남편과 단둘이 그려낸 소중 한 '눈 속의 수채화' 한 점이 아닌가? 앞만 보고 달리며 일밖에 몰랐던 그 시절, 서로 애틋한 눈길 한번 나눌 새 없이 바삐 살아왔다. 그러므로 '눈 속의 수채화' 는 나에게 마음의 활력소가 되어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기뻐할 줄 아는 여유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박정근

2015-04-29 17:58

김경렬 작가님
행복한 글향에 기쁨으로 함께합니다
유머러스하신 부군의 입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속사정 모르시고 자랑 하셨어도 아무런 상관 없을듯 하네요~ 그런 경험 아무나 할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자상하고 인자하신 부군과 더불어 함께 그려가실 여정이 고운 수채화 처럼 곱게 그려질 듯 해서 보기 좋습니다. 어느새 꽃잔치의 4월도 저물어 가고 5월을 맞이할 때입니다 늘 평안하시고 향필과 행복이 수놓는 멋진5월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김경렬	박정근 작가님! 어서 오세요. 일등으로 달려와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좋은신 말씀 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4/29 22:06

백낙은

2015-05-02 08:06

김경렬 작가님.
열심히 시도 쓰시고 수필도 쓰시는 모습 보니 감격입니다.
님이 계서 수필 서재가 빛이 나고 외롭지 않습니다.
화목한 가정을 엿볼 수 있어 좋습니다.
부부간에 더욱 짙은 사랑의 향 피우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즐거운 주말되시고 행복한 5월이기를 기원홥니다. 샬롬.


김경렬	바쁘신 중에도 들려 주시고 힘을 주시니 대단히 감사합니다. 역사가 숨쉬는 오월이지만 사랑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효도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5/2 10:43

김선목

2015-05-02 11:36

김경렬 시인 작가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꼼짝없이 시인님께 잡혔습니다
눈속의 수채화 눈속에 곱게 그리셨습니다 상상해 보며 미소짓습니다
과천시대랄까요 한때를 풍미한 아파트와 집들이 풍경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요?
인정이 넘쳤으니까요 갈비찜 얘기는 왜 자꾸하세요 저는 고기 잘 안먹는데
갈비찜, 구이는 먹거든요?
왜 서운하고 왜 부끄러우셨을까 젊으셨을 때를 상상해보며 미소짓습니다
무거운 마누라 덕/ 나살려고 한짓/ 지금 그말씀 들어도 서운하고 부끄러우실까?
궁금한데요 부끄럽지는 않아도 서운 하시겠네요
그래도 솔가지 눈썰매 태워준 신랑 있으면 나와 봐 큰소리 치실 수 있쟎아요
먼훗날 작가되어 수필을 쓰실거란 선견지명이 있으셨으니 감사드리세요
눈속의 수채화 그림이 멋지고 글 또한 멋집니다
5월을 더욱 푸르게 지내세요


김경렬	그대가 오시니 이리 좋을수가~~~ 큰아들이 중학교 입학할때 과천에 입성을 했으니 32년전 일입니다. 제가 38세 완전 꽃띠 시절 이네요 . 감개가 무량합니다. 과천에서 15년을 살다가 평촌 신도시로 분양받아 갔지요. 이사도 참 많이 다녔는데 그래도 그런 시절이 그립습니다. 시인님이 찿아주시니 너무 좋습니다. 가정의달 오월입니다. 효도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5/2 16:36

이정희

2015-05-03 03:43

김경렬 작가님 ~ 처음으로 수필방에 와 봤습니다.
시 서재에 들여다 보기만도 바빴는데 이제 좀 여유를 가지게 된것 같아요.
글을 보고 혼자 하하하 웃다가 위의 댓글에서 한참전의 이야기인줄 알겠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음식 솜씨가 그때 그정도여셨다면 지금은 어떨지 상상만해도 침이 고입니다.
두분이서 하얀 눈속에서 그려낸 한폭의 수채화
농으로 말씀하셨겠지만 서방님의 가슴속에도 한폭의 잊지못할 수채화가 되었을 그 시간
삶의 이야기가 도란 도란한 수필방에도 한번씩 와 보아야겠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읽고 갑니다.
고운 꿈 꾸셔요 ~~


김경렬	어머나! 방금 다녀 가셨네 고맙고 고맙습니다. 수필방은 점잖게들 묵묵하셔서~~ 이렇게 반가운 손님이 오실때 기분이 날아갈듯 기쁩니다. 이정희 시인님! 음식솜씨는 친정 어머니로부터 DNA를 물려받은 덕분이랍니다. 제딸도 가르친적 없는데 곧잘하구요. 지금은 칠십이 되니까 하기싫어 못하겠습니다. 혹 이정희 시인님이 우리집에 찾아주신다면 맛있는 된장 찌개는 공들여 끓여 드릴수 있는데~~ 6월에 오시면 초대 할까요? 진심 인데~~ 6월에 만날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5/3 04:04

이정희	에구 ~~ 말씀만 들어도 시인님의 마음이 가득담긴 천하제일의 된장찌개를 앞에 놓은듯 목이 메입니다. 저의 언니랑 연세가 비슷하시군요. 언니도 이젠 부엌에 들어가기 싫다고 하더군요. 저는 진작에 들어가기가 싫었는데요 ㅎㅎㅎㅎㅎ 아고.. 따스한 말씀에 그냥.. 유월에 만나면 한번 꼭 안아 드리겠습니다 ~	5/3 22:52

김경렬	이정희 시인님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꼭 6월 행사에 참석 하겠습니다. 그동안 건강 하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5/4 05:39

사랑방이 별장

요술쟁이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