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김경렬
ㆍ작성일	2015-11-29 20:19

ㆍIP: 61.xxx.81

빛나는 흔적들
빛나는 흔적들
김 경 렬
(1부)
백발의 머리가 다시 검어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회춘을 한다고들 한다. 회춘이라! 듣기도 좋은 말이니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반백 년여, 연인과 웬수 사이를 넘나드는 달콤 쌉싸롬 한 부부의 이야기다. 여자는 죽어버리겠다는 남자의 거짓부렁에 속아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 사실은 더 큰 동기가 있기는 했다. 세월의 강을 50 여 년 전으로 되돌려본다. 민원 접수대에는 서류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한 사내가 서류 뭉치를 올려 놓고 부리나케 나갔다. S양은 그 사내를 불러 세웠다.
“이보세요! 직인이 누락된 서류를 어떻게 받습니까?”
“아, 예, 급히 서두르다 깜빡 했습니다. 다시 오겠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두 달 후 그가 S양의 옆자리로 발령을 받아왔다. 그는 S양 오빠와 동창 사이였으니 3년 선배인 셈이다. 그러나 이제 막 조건부를 떼어내고 올라온 신참 서기보였으며 사회생활은 3년 후배였다. 지방 공무원과 중앙 공무원 시험을 동시에 합격한 인재라고 인사계장이 소개를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몇 차례 중앙 부서의 임명장과 발령 통지서를 받았던 기억이 났다. 내무부와 문교부에서 각각 왔는데 지방에도 인재가 필요하다면서, 인사계장의 지시로 ‘이곳에서 근무를 잘하고 있으므로 반송 한다’ 는 공문을S가 직접 작성해 보낸 기억이 났다. 아뿔사! 남의 장래를 좌지우지 한 꼴이 아닌가? 아무것도 모르는 본인 옆에서S는 본의 아니게 죄인 이 된 느낌이었다. 그런 죄책감 때문에 그가 산적한 업무로 바쁠 때는 가끔씩 도와주기도 하였다.
그날은 밀린 서류가 많아 점심시간에 당직을 자처한 S는 설렁한 방에 혼자 일을 하고 있었다. 빨간 색깔의 ‘지급’ 도장이 찍힌 속달 등기가 왔다. 하던 일을 멈추고 열어보니, 모 부처가 새로 생기면서 일주일내로 근무에 임해 달라는 공문과 함께 발령 통지서가 들어있었다.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후발 부처이지만 창단 멤버도 좋을것 같다는 조언과 함께 그에게 봉투를 넘겨주었다. 일주일후 그는 가방을 싸들고 중앙부처가 운집한 정부청사로중앙 공무원이 되어 떠났다. S양은 그의 장래를 열어 주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서울이 낯 설은 그는 마땅한 하숙집을 구하지 못하고 숙직실에서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오빠에게 연락해서 하숙집도 해결해 주었다. 툭 하면 이런 저런 구실로 연락을 하므로 슬슬 귀잖아 지기 시작하였다. 서울일은 동창인 오빠와 상의 하라고 못을 밖아 버렸다. S양은 내무부 감사가 시작되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가 임했던 업무도 감사 대상이라 잠간 내려와 달라고 했다. 일주일간의 감사가 무사히 끝났다. 고생했다고 과에서 회식을 했다. 그날 밤 그는 S양에게 고백을 했다. '사랑하고 있다'고,그러나 S양은 싸늘했다. 지금은 외지에서 외로우니까 착각을 할 수 도 있다고 일소해 버렸다. 서울로 갔으니 그곳에 아가씨들과 사귀라고 충고까지 하였다.
어느 날 S양은 서울로 출장을 오게 되어 자취하는 친구 집에 묵기로 했다. 이 친구가 퇴근하는 시간에 만나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택시를 탔다. 맛있는 집으로 안내 한다는 것이다. 중국집 별실로 들어서니 둥근 원탁에 그가 앉아 있었다. 깜짝 놀라는 S양에게 그는 반갑다고 악수를 청했다. 친구는 약속이 있다며 먼저 돌아갔다. 그는 한맺힌 대학의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야간 대학에 등록을 하였다고 근황을 들려주며 좋은 하숙집을 구해주어 고맙다고 하였다. 그동안 S양의 냉대에 가슴 앓이를 하며 친구 D를 만나 하소연을 하였다고 하였다. S양이 상경하면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고도 하였다. 어쩐지...S양은 친구의 전화를 여러 번 받은 생각이 났다. 서울에 언제 오느냐? 주말이면 올라 오라는 등, 그랬던 말들이 그의 사주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을 알게 되었다. S양은 식사 후 차하잔 하자는 호의를 뿌리치고 친구의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친구는 왜 벌써왔냐고 했지만 쓸데없이 시간 낭비할 필요 없다고 일축하고 말았다. 친구 D는 오히려 S양을 설득 할 양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가 진심으로 S양을 사랑하고 있다는 둥, 사람이 성실하고 착해 보인 다는 등, 좋은 말만 골라서 하고 있다. S양은 무조건 그의 모든 점이 자기의 이상형이 아니라고 친구에게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둘은 이런 저런 이야기꽃으로 밤이 늦어 잠이 들었다.
S양은 간밤에 복통으로 잠을 설쳤다. 어제 저녁, 억지로 먹은 요리가 탈이 난 것 같았다. 화장실을 들락 거려도 멈추질 않았다. 간헐적으로 아팠다 말았다 계속 하더니 급기야 움직일 수 없이 심한 통증으로 이어졌다. 친구는 날이 밝기를 기다려 S양을 병원으로 데려 갔다. 진찰을 끝낸 의사는 급성 맹장염이라며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순식간에 수술실로 베드를 옮기고 전신 마취를 한뒤에 수술이 시작 되었다. S양이 눈을 떴을 때 친구 D는 회사를 결근하고 병상을 지키고 있었다. 놀란 나머지 그에게 이 모든 경위를 털어 놓았다. 퇴근시간도 아닌데 그는 헐레벌떡 달려 왔다. 병원에서 그를 가족으로 착각을 하고 입원 보증금을 내라고 하였다. 그는 모아둔 등록금으로 S양 몰래 입원비 일체를 미리 정산하고 갔다. 그 사실을 모르는 S양은 다시오지말라며 연락한 친구D를 원망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절호의 기회를 놓칠수없는 그는 매일 저녁 S양에게로 퇴근을 하였다. 나흘 만에 퇴원을 하게 되어 연락을 받은 S양 오빠는 병원비를 마련해 달려왔다. 그 자리에서 친구는 그가 입원비를 정산한 사실을 밝혔다. S양은 오빠에게 병원비를 그에게 돌려주라고 부탁을 하고 시골집으로 내려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S양 어머니는 우리 식구가 되려는 인연 같다며 긍정적이셨지만 엄하신 부친은 그렇지 않았다. 고맙기는 하지만 사윗감으로는 고개를 흔드셨다. 그는 이 사건으로 S양의 마음이 부드러워진 틈을 타 적극적인 편지공세를 하기 시작 하였다.평소 얌전하고 소심했던 그가 갑자기 저돌적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하물며 옆집으로 전화를 하기도 하여 S양을 당혹스럽게 하였다. S양 어머니는 그냥 두면 소문이 나게 생겼다며 얼굴을 한번 보자고 하셨다. 그 와중에 그의 어머니가 매파를 동행하고 S양 집으로 찾아왔다. S양 어머니는 예의상 S양을 불러 인사를 드리라고 하였다. 이일로 S양의 비위를 크게 건드렸다. S양은 불같이 화를 내며 ‘누구의 혼사 길을 망치려 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하는 글을 속달로 보냈다. 그는 주말에 득달 같이 내려왔다. 그는 S양에게 실토를 했다. 집에서 어른들이 ‘하숙하지 말고 선보고 장가가라’고 해서 마음에 둔 아가씨가 있으니 기다리라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사과를 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죄밖에 없오, 사랑이 죄라면 죄 값을 받겠오, 어찌하면 당신 마음이 풀어 지겠오?”
S양은 갑자기 할 말을 잃고 잠자코 있었다. 그는 이참에 끝을 보아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제발 내 마음을 받아 주시오, 당신이 나를 밀어 낼 때마다 죽고 싶단 말이오, 무조건 나를 밀어내는 이유를 말해 주시오, 부족한 점이 있다면 고치겠오”
그는 S양이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마구 치대고 있었다. 의외로 사내다운 박력에 S양의 마음은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다. 밖은 어느새 캄캄해지고 있다. S와 그는 답답한 찻집을 나와 가로수가 울창한 숲길을 걸었다. 그는 그녀와 단둘이 걷고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아 가슴마저 두근거렸다. S는 모교의 운동장으로 들어섰다. 어느새 S양은 뱅뱅이를 돌고 있다. 그는 벤치에 앉아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원하던 데이트였던가? 지금 이 순간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 그때 S가 뱅뱅이를 멈추고 내려왔다. S양이 갑자기 비틀거리며 모래밭에 쓰러졌다. 그는 반사적으로 달려갔다.
“갠찮소? 다치진 않았소?”
“갑자기 현기증이 났어요, 괜찮아요”
S는 부축해주는 그의 눈길을 피하며 벤치로 걸어갔다. 이때 그는 S를 휙 돌려세우며 와락 포옹을 하였다.
“사랑하오, 당신 때문에 난 미칠 것 같소”
별안간 그의 품에 안긴 S는 무슨 말도 할 수 없었다.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 뿐 이었다.
“당신이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으면 밤새도록 여기서 움직이지 않겠오”
S는 그를 밀어 냈지만 그의 팔은 점점 조여 왔다. 숨이 막혔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요”
하며 거세게 그를 밀쳐냈다. 주춤하던 그는 다시 와락 껴안으며,
“당신이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으면 놓아주지 않겠오”
S양은 차마 그를 밀쳐내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는 벤치에 앉아 손수건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때 비로소 S양은 입을 열었다.
“나는 가난이 너무 싫어요, 우리 집은 내 월급으로 양식사고 두 동생 학비를 충당하므로 아직은 결혼할 형편이 아니예요"
S양은, 유복하고 능력있는 사람에게 시집가서 친정집을 도와주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나도 ‘주경야독’ 하는 비젼있는 사람이오. 믿어준다면 결코 실망 시키는 일은 없을 거요”
그는 지금은 비록 말단 공무원이지만 힘닿는 대로 도와 드리겠다며, 한숨을 쉬는 그녀의 손을 잡아주며 어깨를 감싸 주었다.
당시는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2차년도가 시작되었다. 나라 살림도 허리띠를 졸라메는 어려운 시절이라, 공무원 월급은 일반회사원의 절반 밖에 않되는 박봉이었다. S는 틈틈이 이력서를 보내며 좋은 직장을 구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공무원 출신을 KS 마크라 하며 우대하던 시절이라 어렵지 않게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공무원 월급의 두 배로 결혼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그는 갑자기 올라온 S양 소식에 몇 번이나 확인을 하며 기뻐해 주었다. S는 당분간 언니의 집에서 회사를 다니기로 하였다. 과년한 동생을 데리고 있자니, 시댁 식구들의 눈치가 보이던 S양의 언니는 얼른 결혼을 하라고 재촉을 하기 시작 하였다. S는 친구D의 제안으로 D의 자취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S의 언니는 오빠를 찾아가 상의를 하고,부모님께 결혼을 시키자고 연락을 했다. S양 언니의 뜻에 따라 그는 S양의 부모님께 혼인 승낙을 받기 위해 장래 장인어른 앞에 두 무릎을 꿇었다. 그를 탐탁지 않아하는 S양 아버지는 고개를 돌려 먼 산을 바라보고 계셨다. 그는 진땀을 흘리며 앉아 있었다. S양 모친이 방으로 들어가 팽팽한 기류를 녹이며 S양의 아버지를 밖으로 밀어 내셨다. 저녁상 앞에서 S양 모친은,
“자네가 이해해 드리게나, 요즘 따라 좋은 혼처가 여럿 들어왔던 터라 마음이 편치 않으신 것 같네. 모쪼록 내 딸 많이 위해주고 사랑해 주게!”
그는 속으로 뛸듯이 기뻤다.
“네, 명심 하겠습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렵사리 승낙을 받은 그는, 양가 어른께 모든 절차를부탁드리고 상경하였다. 양가 어른들이 혼인날을 잡고 예식장예약까지 하셨다. 예상보다 빨리 일이 추진 되었다. 예비 신랑 신부는 허례허식은 않기로 하며 모든 절차는 간소화하기로 하였다. 양가에 부담 드리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준비하기로 했다. 우선 사직동에 단칸방을 얻었다. 책상에 장롱, 찻장, 그릇 몇 개와 석유곤로까지 들여놓고서, 신혼살림 준비를 모두 끝냈다.
드디어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내려갔다. 부모님은 걱정이되어 이것 저것 물어 보셨지만 모든준비를 다 했다고 걱정마시라고 안심을 시켜 드렸다. 하객들 앞에서 황금 가락지를 서로 끼워주며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변치말자 언약했다. S양의 모친은 딸을 도둑맞은 기분이라며 허탈해 하였다. 원앙금침과 15미리 스텐 요강을 사주시며 밥 굶지 말라고 은수저 두벌을 얹어 주셨다. 신랑 신부는 혼인식이 끝나자 수안보온천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이튿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새신랑 눈에 다래끼가 솟아나 수북하게 부어있었다. ‘시집가는 년이 첫날밤에 등창 난다’ 하더니 딱,그꼴이 아닌가? 아침 식사를 하고 약국을 찾아갔다. 약사는 606 이라는 페니시린이 효과가 빠르다면서 친절하게 물까지 떠다주었다. 부부는 근처에 사는 지인의 점심 초대를 받았다. 다과상을 내온 안주인이 깜짝놀라는 것이었다. 새신랑 얼굴이 벌겋게 열이나 부어오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급히 병원으로 갔다. 그는 점점 호흡곤란과 고열로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열이 40도를 오르내렸다, 머리가 희끗한 노 의사는 페니시린 쇼크가 온 것 같다고 했다. 링거에 해열제와 해독제를 꽂아주었다. 갑작스런 사태에 새색시는 가슴이 벌렁 거리며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간호사는 열을 재며 두 세 차례 주사를 더 꽂아주었다. 차츰 열이 내리며 안정 되어갔으며 미음도 한컵씩 마시며 기운을 차리고 있다. 노 의사는 하루이틀은 죽을 먹으라고 했다.
페니시린 부작용은 위험한 일 이었는데 빨리 대처해서 천만다행 이였다면서, 신혼여행중인 새신부가 어찌 그리 침착하고 대범하냐고 칭찬을 하였다.침착하게 기다려주어 고맙다고도 했다. 어둑어둑 할 무렵 신부의친정집에 도착했다. 신랑 신부는 이바지 음식을 들고 신부의 아버지는 상객이 되어 시댁으로 출발 했다. 농촌이라 차 도 다니지 않는 십리 길을 걸어가야 한다. 산길로 접어들자 신부의 아버지는 관솔에 불을 붙여 들고 길을 밝히셨고 신랑과 신부는 산길을 걸어갔다. 지름길인 재를 넘을때 관솔 불도 바닥이 났다. 새색시는 좌우에서 바스락 대는 소리에 등골이 오싹거리고 산속에 음산한 기운과, 이상한 소리에 무서워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겨우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시어른이 마중을 나와 기다리고 계셨다. 그제야 무섬증이 가라앉았다.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깜깜한 길을 한참을 더 걸어가니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하고 삽작에 걸린 등불 사이로 사람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이웃 어른들이 새색시 구경한다며 방으로 모여 들었다. 방바닥은 너무 뜨거워서 새색시 엉덩이에 불이 날 지경이다. 밖은 초겨울 찬바람인데 더워서 견딜 수가 없다. 애꿎은 식혜만 얌전히 한 모금씩 마시며 산모처럼 땀을 흘렸다.
밤이 깊어도 동네 사람들은 돌아갈 줄 모른다. 시어른이 밖에 나가서 돌아가라고 부탁을 해도 몇 사람은 남아서 첫날밤을 지킨다고 고집을 부렸다. 시어른과 시숙이 이부자리를 펴 놓은 방에 병풍을 가져다가 방문에 둘러 주셨다. 여기저기서 침을 발라 문을 뚫으며 킥킥 대고 있다. 병풍이 가려있어 못 보겠다고 속살거리더니 재미가 없다며 돌아갔다.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실을 찾던 새 색시는 기암을 할 뻔 했다. 농촌이라 그런지 쥐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엌으로 들어갔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잘못 만지다 소리가 나면 식구들을 깨울까봐 조심스러웠다. 함지박의 두부를 건져다가 간단히 술국을 끓여 상을 차려놓았다. 친정 아버지와 시어른이 간밤에 술을 드셨기 때문이다.
시댁엔 상 할머니가 계셨다. 새색시의 술국 시중에 어른들이 놀라워하였다. 할머니는 새색시 어깨를 연실 쓰다듬고 계셨다. 손부가 기특하신 모양이다. 기차 시간에 맞춰 떠날 준비를 했다. 살림에 필요한 이런저런 양념과 밑반찬을 봉지봉지 싸주셨다. '오손 도손 잘 살라'는 덕담을 들으며 서울행 기차를 타기 위하여 길을 나섰다. 동네를 빠져 나올 때까지 동네 어른들께 수없이 인사를 해야 했다. 키가 조그만 할머니는 동구 밖까지 따라오시며 자꾸만 등을 쓸어 주셨다. 덜컹 거리는 버스에 올망졸망 짐을 싣고 드디어 기차역에 도착하였다. 드디어 신혼집이 기다리는 서울행 기차를 탔다. 시댁에서 삶아주신 계란을 꺼내 간단히 요기를 하였다. 여섯 시간을 달려야하는 서울행 완행열차는 신혼부부의 꿈을 한가득 실고 서서이 달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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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은 2015-11-30 20:02	`김경렬` 님이 선택한 답글 입니다. 김경렬 작가님. 이러다가 대작 나오겠습니다. 시골 뒷간이야기를 들으니 한참 오래되었는데 그래도 연애를 한 것을 보면 신식 남녀였네요. 침 발라 문풍지 뚫어 구경하는 풍습이 있을 때가 좋았나봅니다. 그 신랑 신부가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았으리라 믿습니다. 멋진 작품 잘 감상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샬롬을 기원합니다.

김경렬 2015-12-01 05:50	위원장님! 안녕 하시지요? 노부부의 일생을 회상하는 단편입니다. 몇부까지 갈지 모르겠습니다. 지켜보시며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원장님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온이 또 내려간답니다. 감기 조심 하시고 건강 하시기 바랍니다.

장계숙 2015-12-16 13:35	김경렬 작가님~ 너무 늦게 서재를 방문해서 죄송한 마음입니다. 젊은날 삶의 모습을 흥미롭게 펼치셨습니다. 사는 게 지나고 보면 다 그리워집니다. 멋진글 읽는동안 행복하네요. 다음 글도 기대가 됩니다. 행복한 미소로 다녀갑니다. 작가님~~^^

김경렬 2015-12-19 09:24	손님이 뜸한 곳에 이렇게 관심 보여 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어요. 이글은 수필형 소설입니다. 소설로 가기 때문에 조금씩 변화가 있을 겁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많은 응원 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전에서 반갑게 만나요.

박목철 2016-01-05 12:27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페니실린 쇽크를 겪은적이 있습니다. 약을 삼키기도 전에 목이 간질거리더니 순식간에 눈앞이 캄캄해 지더군요, 응급 처치법이 생각나 바로 물을 한 바가지 마시고 손가락을 넣어 토했습니다. 녹지도 않은 알약이 나왔습니다. 아마 가루약이었다면, 죽었을 겁니다. 긴 글은 쓰기가 참 어려운데, 대단하십니다. 잘 마무리 하십시오,

김경렬 2016-01-05 21:58	이구석 까지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중에 수정을 하면서 미처 지우지 못한 귀절들이 있어서 불편 하셨지요? 송구 스럽 습니다. 작가님이 졸작을 읽어 주시니 힘이 납니다.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실화를 전개해 가는 소설이라 장편이 될 가는성이 있습니다. 사건을 위주로 전개 되므로 사건에 따른 계획이 25부이상 갈것 같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2부)

3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