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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김숙자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김숙자
ㆍ작성일 2015-05-23 15:23
ㆍIP: 222.xxx.163
빈집
연희동  김숙자

6개월 만에 집에 들어서니 올라가는 계단 위에는 솔잎과 송화 꼬투리가 소북이 쌓여있다.
작년 여름 뉴욕 가기 전, 모질게 전지하였던 나무들은 저 홀로 적당히 자라서 앙상한 가지에 잎을 가리고 있다.
백철쭉 나무엔 만개하지 못하고 고개 숙여 늘어진 꽃 송아리가 꼭 누에 번데기가 누워있는 것 같았다. 
 20여 그루의 소나무도 잎이 칙칙하며 축 쳐져 있고, 송화 꼬투리는 벌집처럼 새순에 에워싸서 숨통을 조이고 있다.
 주인도 없이 봄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뜨락의 풍경이다.
 
먼지, 곰팡냄새를 뒤집어 쓰며,
며칠, 몇 날을
청소하다가,
잠을 자다가.
뜨락에 나가 나무에 물을 주며, 
시도 때도 없이 끼니를 때우고,

 빈집의 풍경이다.
 
 훌쩍 커버린 손들의 모습에서 변했을 내 모습도 발견한다.
가슴까지 와 닿게 커버린 쌍둥이 손자를 끌어안을 수가 없다.
4학년이 된 손녀는 할미의 안목으론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훌쩍 커버렸다.
  
 손때 묻은 살림살이, 냉동고, 냉장고 정리, 
 '20여 일의 세월은 왜 이렇게 빠른가?'
 어느 때가 되어야 할 일이 없다고 생각될까?
걱정이 없을까?
가슴이 아프지 않을까? 
남편, 아들딸, 손들, 혈육, 인연들.
빈집,
그들을 잃을 수 없는 소유욕의 체면에 걸려있는 나를 발견한다.
모두가 거미줄처럼 얽혀서 가슴을 조이게 한다.
헝클어지는 육신의 고통을 내색도 못 하며,
가슴 아파한다.
 
  남편은 시도 때도 없이 궁금하다고 전화를 하지만,
 미국에 가기가 싫다.  
 이대로 눌러앉고 싶다.
그러나 어떡하랴.
5월 25일, 이른 아침
그곳의 분신들을 위해 또 떠나게 된다.
 
 혼자 있어도 지루하지 않던,
 빈집을 두고서.
                                                               2015년 5월 24일 Kimsj
 
이름아이콘 백낙은
2015-05-23 16:29
회원사진 		김숙자 작가님.
그럴만도 하시겠습니다. 6개월이나 비워 두셨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송화가루가 쌓인 것을 보니 전원주택 같으네요.
당분간 할일이 많으시겠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 되시길 바랍니다. 은안하소서.
   
이름아이콘 김숙자
2015-05-25 08:55
회원사진 		《Re》백낙은 님 ,
목사님,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안시영
2015-05-28 11:08
회원사진 		도시농촌이라는 말도 있는데, 도심에서 느끼는 전원풍경 같습니다.
애착이 많이 가시겠네요. 부럽습니다.
저는 농학과를 4년 나오고도 아직 전원생활 한번 못하고 세월만 갑니다.
미국 가셔도 한국에 두고 온 집이 많이 생각 나시겠습니다.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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