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란 좋든 싫든 결과가 있어서 참 좋다.

언제나 삶의 언저리에서 맴돌며 희망과 미래가 있어서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러나 때로는 걱정과 슬픔으로 다가와 가슴을 아프게도 한다.
지극 정성으로 외손들을 돌보지만,
학교에 간 제 어미가 집에 오는 시각이 조금만 늦어도
엄마 찾는 손들에서 어릴 적 쓸쓸한 기다림의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질 때면 동구 밖을 바라보며 장에 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던
쓸쓸한 기다림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오직 어머니가 전부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기에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평생 가슴에 남는 것 같다.
달력에 동그라미 그려놓고 손꼽아 기다리던 명절과 생일에,
어머니의 정성과 사랑을 담뿍 받던 어릴 때의 행복한 기다림도
손들의 생일이나 명절이 되면 떠오르곤 한다. 
'이들에게는 어떤 추억을 심어줄까?'
이런 꿈과 희망이 서려 있던 기다림 속에서 인생은 엮이고,
지금까지 삶의 바탕에 힘이 되어준 것이 아니었을까?.

성장하여 가정을 꾸리곤, 직장에 간 남편을 기다리고, 남편 앞날의 발전과 변화를 기다렸다,
뱃속의 아가가 궁금하였고 출산을 기다렸다,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수많은 애환이 담겨 있던 그들과의 삶 자체가
행복한 기다림으로 나를 여기 있게 한 것이 아닌가?.
 평생을 몸담았던 교직 생활에서 4년마다 이동되는 새 학교, 새 학년을 기다리고, 
휴일과 방학을 기다리고, 나의 인생은 온통 기다림으로 이어 온 것 같다.
이제 나이 70이 되어 기다려지는 것도 거의 끝자락이 아닌가 싶었으나, 
자식들의 행복한 삶과 안부가 궁금하고 그리워하며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7월 26일,
이날 하루는 새벽 4시부터 정신없이 바쁜 하루가 되겠다.
딸은 새벽 6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고 캘리포니아주의 '세크라멘트로' 떠난다.
이날 오후 1시경엔 막내아들 내외가 서울에서 미국 뉴욕에 온다. 
고등학교 부부교사인 그들은 교사생활 15년 동안 한 번도 개인적인 용무로 방학을 보낸 적이 없었다.
 여름, 겨울방학이 되면 보충수업, 새 학기 교재연구, 때로는 고3 담임이 되어 대학 입시지도에
평일보다 더 바쁘게 학교에 출근하곤 하였다. 
이번 여름방학은 제 누나의 끈질긴 설득에 몹시 어렵게 미국에 다녀갈 계획을 세운 것이다.
딸은 제 동생 내외의 미국 방문을 위해 아주 뜻깊게 보내도록 5월 초부터 계획을 세웠다.
  학교 공부에, 중요 시험 준비에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그동안 틈틈이 짬을 내어
항공표 예약, 숙소, 차 대여 등,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 예약을 미리 하고
가족들이 합류할 장소와 시각을 꼼꼼히 살펴놨다.
가족 모두가 가본 곳이 아니고, 머나먼(뉴욕에서 비행기로 7시간의 거리)
'시애틀'에서 합류한다니 몹시 걱정된다.
딸은 7월 28~30일까지 캘리포니아 '세크라멘트로'에서 아주 중요한 시험을 보고 있을 것이다.
남편은, 막내아들 내외가 뉴저지에서 머물며 7월 30일까지 뉴욕과 워싱톤 D,C를 관광하도록
여행사에 예약을 하였다.
7월 31일 이른 아침,
 노부부와 외손자, 그리고 막내아들 내외는 뉴악 공항에서 '시애틀'로 향할 것이다.
딸도 캘리포니아주 '세크라멘트로' 에서 4일 동안 보았던 중요한 시험을 끝내고,
녹초가 되어서 비행기로 4시간 탑승하고(7/31)'시애틀'로 올 것이다. 
 우리 가족은 짧고도 긴 기다림의 상봉이 되겠다.
 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린 모자간의 상봉,
딸과 외손자들은 얼마나 반가울까?
내 어릴 적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기다렸던 슬픈 추억을 외손자들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큰아들 가족을 제외한 세 가족들의 합류,
반가움, 설렘, 기대,
세 가족은 시애틀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대여한(렌) 차로 알래스카 크루즈 선착장으로 향할 것이다.
8월 1일~8월 8일까지 '알래스카' 크루즈여행이 시작된다. 
 여행이 끝나면 막내아들 내외는 '시애틀'에서 서울로 가고,
딸네 가족과 노부부는 서부 쪽의 몇 곳을 여행하고 뉴욕으로 온다.
그리고 8월 18일을 기다릴 것이다.
'큰아들 가족은 8월 18일이 얼마나 기다려질까?'
노부부도 큰아들 가족이 1년간 머물 거처를 계약해 놓고 그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기다림과 악조건(메르스 전염병) 속에서 일궈낸 다섯 식구의 대이동
노부부는 열 손가락 중 더 힘이 되고 기대어지는 엄지손가락을 기다리고 있다.
 난, 결과가 있는 기다림이 참 좋다.

2015년 7월 22일  뉴저지에서 Kim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