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김숙자
 
 미국은 애완동물의 천국이다. 특히 개들의 천국이다.
애완동물 종류는 개, 고양이, 새, 물고기. 말, 토끼, 햄스터, 고라니, 거북이, 생쥐 등이며 
미국 가정의 60% 이상, 4천3백만 가구가 7천2백만 마리의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한국은 1천만 마리)
많은 애완동물 중 개가 제일 많으며 37%가 넘는다고 한다.
아침저녁으로 집 밖을 나서면 개를 몰고 가는 사람을 꼭 2~3명 이상을 보게 된다.
처음엔 개를 운동시키는 것으로 알았고
'미국사람들은 참 여유롭고, 개들을 사랑하는 심성이 고운 사람들이구나'
좋게 생각을 하였다.
 나도 신혼 초에는 시댁에서 키우는 진돗개에게 턱 받치고 앉아서 보리쌀 삶은 개의 먹이를 많이 준다고,
시어머님께 꾸중을 들을 정도로 개를 좋아하며 잘 거두기도 하였다. 
요즘도 개를 무척 좋아하지만, 짐승 털의 알레르기(천식) 때문에 본의 아니게 개를 멀리하게 되었다. 
 미국의 애완견을 보면서 2013년도 초가을(9월 초), 발칸반도 여행했던 추억을 회상한다.

 발칸반도의 여러 나라의 여행 중,
어느 나라(7개국)를 가든지 떠돌아다니는 유기견들의 무리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루마니와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에선 여행객 주위를 어슬렁대며 먹을 것을 찾던
유기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배가 고파서 입맛을 다시며 여행객의 주변을 맴돌던 순해 보이는 유기견들의 눈망울,
자기 영역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으르렁 대며 주인 없는 개들이 앙칼지게 세력 싸움을 하던 모습이 생생하며
지금까지도 개들이 짖어대던 소리가 귓전에서 맴을 돈다.
삶의 터전을 선택할 수 없는 그 유기견들과 미국의 애완견들과의 운명을 비교해본다.
미국의 애완견들은 집안에서 가족처럼 함께 침식하며 정기적인 병원진료, 털깎기, 발톱 손질,
장신구로 몸 가꾸기, 철 따라 애완견의 옷 구매 등, 연간 $2000 이상의 비용이 든단다.
 또 어린아이를 키우듯 배설물 배설 시중을 들며 심지어는 유산 상속을 개에게까지 한다니,
루마니아의 유기견들과는 극과 극으로 비교되는 개들의 운명인 듯싶다.
 지금까지 내 조국, 내 민족, 내 삶의 당당함을 자부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애완견을 기르는 미국인의 상식 밖의 양심을 보면서,
나의 조상, 피부색과 언어, 풍습이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내 숙명의 선택할 수 없는

삶의 문화를 돌이켜 보게 되었다.

땅이 손바닥만큼 작은 나라, 그 좁은 땅이 분단되었고, 키가 작고, 피부가 황색, 국력이 약하고.....
이 넓은 땅 미국에서 하나도 내세울 것 없는 모래알 같은 존재임을 자각하게 된다.
 지금 거처하고 있는 주택은 8세대가 사는 다가구 주택에 알 바기로 박혀있는 정원이 있는 작은 단독주택이다. 
 앞, 옆, 뒷집엔 백인이 사는 미국인 집단 동네이다.
집주인은 우리 집을 포함하여 네일 가게, 기념품 가게 등 세 집을 임대로 주고는 플로리다에서 살며 세입자인 우리와는 대화도 나눈 적 없는 얼굴 모르는 집주인 것이다.

3월에 집을 급히 구해야 할 형편일 때,
딸네 가족과 노부부는 선택의 여지 없이 오래전부터 비워 놓았던 이 집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일 년 치의 집세를 모두 선지급으로 냈고, 집 안의 보완할 곳도 학인하지 않고,
미국인 여자 부동산 중개사와 서둘러서 임대차 계약을 한 것이다.
외손들이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단독주택이라는 점에 이유 없이 계약하였다.
계약을 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부동산 중개사와 이 집을 답사할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젊은 백인 남자가 이 작은 주택의 정원에서 개의 배설물을 놓이고 있는 중, 계면쩍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집으로 이사 후,
남편은 틈만 나면 정원에 나가서 집게로 개똥을 주워서 큰 나무 밑둥에 모아 놓았다.
비닐봉투에 담아서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있지만,
그들이 미안해서 더는 개의 배설물을 놓지 못하도록 경고의 표시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실패였고,
양심의 가책은커녕 살살 눈치를 보며 우리가 없는 틈에 작은 정원에서
순식간에 개의 볼일을 보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작은 정원의 구조는 뒷집 옆집이 드나드는 출입구 앞쪽이며,우리 집의 부엌과 식당 옆에 있다,
공동 소유의 정원인 셈이다. 이곳은 개의 배설물을  놓일 장소가 아니다.
상식 밖의 백인 부부는 겨우내 주인 없는 빈집 정원에 그들의 애완견 배설물을 놓을 장소로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봉지에 담아서 쓰레기통에 넣기만 하면 될 것을,
뒤처리도 하지 않고 여기저기에 개똥밭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게으르고 염치없는 상식 밖의 젊은 부부이다.
뒷집의 개소리만 나면, 빨리 아래층으로 내려가 창문을 열고 호시탐탐 망을 보게 된다.
개가 우리 집 정원 쪽으로 오면 식당 창문을 두드리거나, 부엌창문을 열고 소리 지른다.
"Scoop your puppy's poop! It smells disgusting."
부엌과 식당 옆이니, 엽겨운 냄새나는 배설물을 줍거나 멀리 가서 배설시키라고 소리 지른다.
 "Your house's smell of food is more bad than our dog's poop"
너의 집 음식 냄새가 더 나쁘다고 응수한다.
'어떻게 음식 냄새와 개의 배설물과 비교를 한단 말인가?'
언어가 불통인 나는 분통이 터지고 약이 오르지만, 말을 못하니 따지지도 못하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과 딸은 관심을 두지 말라고 나를 다독인다.
경찰에 고발하고 싶어도 언어가 불통이고, 이들의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과 문화가 다르고,
어눌한 말씨에 내 생각을 표현도 못 할 것이니,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경찰관은 누구의 편을 들어줄까?
이곳 미국은 개들의 천국임을 깨달으며, 언어가 자유롭지 못한 나는 더욱 분개해서 속만 끓이고 있다.

요즈음 이들뿐만 아니라 애완견을 데리고 공원이나 길가에 오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본다.
개들을 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장소에 배설물을 놓이려고 몰고 나온 것이다.
손에는 비닐봉지를 들었지만, 보는 사람이 없으면 줍지를 않는다.아주 도덕심이 없는 양심 불량한 사람들이다.
개들이 밉고 미국인들이 더욱 얄미워진다.
다행스럽게도 2주에 한 번씩 환경미화원들은 거리의 청소와 정원관리를 한다. 바람으로 낙엽과 쓰레기를 날려서 한곳에 모아놓고 청소차가 모두 쓸어가는 것이다. 온 동네는 푸른 잔디 밭위에 각 종의 꽃들이 탐스럽게 피어있고, 아름진 나무엔 하늘을 덮을듯 나뭇잎이 해를 가리고 있다. 땅 넓고 공기 맑은 뉴저지의 River Edger, 마을 전체가 공원같다.

집 근처에 있는 Memorial Park를 아침저녁으로 거닐며 스스로 다독인다.
그래!, 이 곳은 길게 살 곳이 아니며, 내년 3월에는 한국에 간다.
남의 나라에 잠시 머물며, 딸과 외손들이 교육의 혜액을 받고 있는데
오랜 세월동안 형성된 이 나라의 문화와 관습을 나름대로 존중해줘야 되지 않을까?
다행스럽게 옆집의 젊은 부부도 눈치를 슬슬보며, 개똥을 줍거나 멀리가서 개의 배설을 시키는 중이다.
                                                                     2015년 6월 7일 뉴저지에서 Kimsj

루마니아의 유기견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