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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12-28 17:57
ㆍIP: 115.xxx.86
베팅 (23회)
 
 “자폐증상은 어떤데?”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앞으로 혜성이와 친해지려면 그걸 알아야지.”

 “자폐아는 자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고 잘 이해하지 못해. 그래서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
 
하고 타인과 감정 나누기가 어려워. 게다가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해 말이나 표정, 손
 
짓, 몸짓으로 자신의 감정표현을 잘 못해. 또 반복적인 행동을 계속해서 보이고 융
 
통성이 없어. 대부분 정신지체가 있고 심한 충격을 받으면 간질과 같은 발작증세를
 
보이기도 해.”

 “강의가 살아있네! 또 없어?”

 연신 고개를 끄덕이던 선우가 그녀의 기분을 맞추려 억양을 넣어 말했다. 헛기침을
 
두어 번한 그녀가 짐짓 명랑하게 조잘 되기 시작했다.

 “음. 음. 이제부터 상세하게 나열하자면 상황에 맞지 않게 웃고 미소 짓거나 사람들
 
이 안는 걸 싫어해.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혼자 노는 걸 좋아 하고, 사물을 가리
 
키거나 보여주거나 손을 잡으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대신
 
질문을 반복해서 따라 하지. 병적으로 한 사물에 집착하고 신체행동이 뻣뻣하고 굳어
 
있어. 주변 환경에 그다지 관심이 없으며 결론은 보통 아이들과 다른 발달장애아란
 
거야.”

 선우가 매점에서 와플과 아이스크림을 사와 같은 행동에 정신없는 그의 곁에 앉아
 
가만히 건넸다. 

 먹고는 싶으나 받을까를 망설이며 옆 벤치의 그녀를 건너다보는 혜성에게 혜원은 고
 
개를 끄덕이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제야 그가 눈을 내리깔며 두 손을 뻗어 와
 
플과 아이스크림을 받았다.

 “이거 먹고 누나와 함께 놀이기구 타지 않을래? 저거 엄청 재밌어.”

 바이킹을 가리키며 선우가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경계의 눈빛이 조금 가신 혜성이
 
천천히 일어났다. 두 사람은 혜성을 가운데 앉히고 바이킹이 왕복할 때마다 고함과
 
비명을 질렀댔다. 그리고 세 사람은 몇 가지 놀이기구를 더 탔다. 

 1인용 놀이기구에 혜성이 앉아 있는 모습을 가까운 벤치에서 바라보는 혜원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엄마가 혜성이를 낳다 돌아가셨어. 혜성이를 보면 엄마가 떠올라. 어릴 때부터 엄마
 
의 사랑이 있었다면 혜성이가 저렇게 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을 해. 그래서 늘 혜성이
 
에게 미안해. 나와 아빠가 있은 동안은 괜찮지만 앞으로 정상인이 아닌 혜성이가 앞
 
으로 혼자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갈 생각을 하면...” 

 울먹이던 그녀의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렀다.

 “그동안 우리 혜원이 정말 힘들었겠다.”

 선우가 그녀의 어깨를 살짝 감쌌다.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일부러 밝게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우리 집에는 혜성이보다 힘든 친구들이 훨씬 많은 걸. 난 혜성이가
 
저 정도인 것만도 하나님께 감사드려.”

 “무슨 말이야?”

 “나중에 우리 집에 오면 다 알게 돼.”

 그녀가 얼버무렸다.

 “그런데 혜성이 병은 고칠 수 없는 거야? 미국 같은 나라는 우리보다 의술이 발달해
 
서 가능하지 않을까?”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낫겠지. 근본적인 완치는 힘들지만 미국에서 자폐증 치료에
 
널리 이용되고 있는 응용행동분석치료는 언어능력과 인지능력을 발달시켜 꾸준히 치
 
료를 받으면 일반 학교에서 정상 아이들과 비슷하게 생활할 수 있다나봐.”
 
 “그럼, 미국 가서 치료 받으면 되겠네.”

 아무런 도움도 못 주면서 무심코 뱉은 경솔함에 그는 곧 후회했다.

 “우리 형편에 어떻게 미국 가서 치료 받아. 내가 간호사라서 아는데 미국은 병원비가
 
엄청 비싸. 부자들은 평소 비싼 민간의료보험을 들어서 치료비 걱정을 안 하지만 가
 
난한 사람들은 웬만큼 아파서는 병원 갈 엄두를 못내. 그런 면에서 다른 건 몰라도 의
 
료복지만은 한국이 미국보다 잘 되어 있는 거지. 요즘 한두 달 휴가 내어 한국서 치료
 
받고 돌아가도 미국의 병원비에 비해 항공료와 체류 비를 제하고도 남아. 그래서 우
 
리병원에도 재미교포들이 많이 오곤 해.”
 
 “그렇구나.”

 선우는 이제야 이해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과자봉지를 든 혜성이 뛰어와 두
 
사람 가운데 앉아 과자를 집어 그들의 입에 넣어주었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혜성
 
에게 코믹한 음성으로 ‘고맙습니다’라고 외치는 그를 보고 두 사람이 까르르 웃었다.
 
이번에는 선우가 과자를 집어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 조금 전 그의 모습을 똑같이 흉
 
내 내는 혜성을 보고 두 사람이 미소를 지었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4-12-31 21:09
회원사진 		실감나게 써내려주신 작품
감동하며 살피고 갑니다.
이밤이 새고 나면 을미년 새해가 밝아 오네요
이인철 작가님 새해 多福康寧하시고
더좋은 글을 독자에게 선보이시고

승필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5-01-06 17:55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정 작가님께서도 올 해 을미년에는
소망하시는 모든 일들이 성취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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