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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11-10 16:24
ㆍIP: 115.xxx.86
베팅 (14회)
 

 트럭이 한적한 6차선 국도로 접어들어 달렸고 그 뒤를 승합차와 승용차가 추격했
 
다. 트럭이라 속도가 느려 점점 차간 거리가 좁혀졌다. 어느새 승합차는 뒤로 바짝
 
붙고 승용차는 트럭 운전석에 붙어 쫒아왔다. 승용차 조수석에서 선글라스가 상반신
 
을 내밀고 팔을 저으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도로 양 편에서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다.

 선우가 잠시 생각하더니 준식에게 말했다.

 “속도 좀 늦춰 봐.”

 “형, 어떻하려구?”

 “야, 미쳤냐. 죽어라 밟아도 잡힐 판에 무슨 소리야!”

 “어차피 잡힐 바에는 일단 내 말대로 해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준식이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선우가 조수석 문을 열어
 
차 밖으로 나가 팔을 뻗어 적재함 고리를 붙잡고 올랐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적재
 
함에 실린 맨 위의 박스를 뜯어 볼트, 너트들을 꺼냈다. 그리고는 트럭 뒤에 바짝 붙
 
은 승합차 앞유리 창을 겨냥하여 연신 던졌다. 

 승합차 유리창이 서서히 금이 가면서 작은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볼트가 날아들자
 
운전하던 어깨가 피하려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 순간 꽝하고 차가 도로 옆 가
 
로수를 박고 멈추었다. 안에 있던 어깨들이 앞으로 쏠리며 꼬꾸라지고 앞 보닛에서 엔
 
진의 불규칙한 소리와 하얀 연기가 솔솔 새어 나왔다.
 
 이번에는 힘겹게 박스를 통째로 들어 트럭 조수석에 붙어 쫒아오는 승용차의 지붕으
 
로 무차별 내리 꽂았다. 어깨들이 상자가 떨어질 때마다 움푹 패며 내려오는 철판에
 
비명을 질렀다. 마지막으로 던진 박스가 운전석 앞으로 떨어졌다. 운전하던 어깨가 앞
 
이 보이지 않자 핸들을 무의적으로 획 돌렸다. 오른쪽으로 튕겨져 나간 차가 도로 옆
 
논바닥으로 쳐 박혔다. 어깨들이 아파서 죽는 시늉을 하며 어슬렁어슬렁 기어 나왔다.
 
  준식, 민기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며 환호성을 질렀다. 적재함 위에 있던 선우가
 
어깨들에게 미소를 띠며 손을 흔들었다.

  도로 위에는 볼트와 너트들이 쫙 깔려 있었다.


 그날 저녁 세 사람이 둘러앉은 가운데 드럼통 탁자의 석쇠에서 고기 굽는 연기가 올
 
라가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잔에 술이 채워지자 자동으로 잔을 들어 부딪치고 바로
 
원샷 하였다. 선우의 이마에 반창고가 붙어있고 얼굴 여기저기에 붉은 상처가 났다.
 
민기의 얼굴도 퍼런 멍이 있었다. 준식의 얼굴만 매끈했다.
 
 “두 사람 얼굴이 완전 칼라 풀하네!”

 준식이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약을 올렸다.

 “뭐야! 형은 의리 없이 도망만 다니고. 절뚝거리는 나도 싸우는데 말이야.”

  민기가 발끈했다.

 “무슨 소리야? 내 할당은 다 했다고. 그리고 나한테 부랄 맞은 놈 말이야. 아마 고자
 
가 됐을 걸.”

 민기에게 미안해서 도리어 큰소리를 친 준식이 실실 웃었다.

 “그런데 조 실장 아니 조세두 말이야. 그 자식, 진상일은 우리에게 시키고 자기는 쉬
 
운 일만 처리하고. 금 사장은 이런 거 알기나 하냐?”

 갑자기 준식이 화를 내며 선우에게 물었다.

 “그건 준식 형 말이 백번 맞아. 힘들고 어려운 일은 우리 시키고 자기가 한 것처럼 금
 
사장에게 보고하고 말이야.” 

  웬만해서 내색을 안 하는 민기가 맞장구 쳤다.

  “어디 그뿐이야. 금 사장 앞에서 아부하는 꼴이란….”

 준식이 손바닥을 비비며 굽실거리는 시늉을 냈다. 선우는 두 사람의 대화에 못마땅한
 
표정으로 대꾸 없이 술만 마셨다.
 
 “그런데 낮에 우리하고 난장질한 애들 있잖아요. 우리가 오늘 거기에 어떻게 갈 줄
 
알았지요? 마치 우리 시간에 맞추어서 나타난 것처럼 말이에요. 거, 참 생각할수록 이
 
상하네.” 

 민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중얼거렸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4-11-10 22:10
회원사진 		계속되는 연재 줄거리에
실감을 느낌니다. 다음 호를 기대 할께요
늘 건필하세요. 이인철 작가님!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11-17 18:09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작가님의 향기로운 자취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정 작가님께서도 늘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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