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11-17 18:02

ㆍIP: 115.xxx.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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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조 실장 작품 아냐? 그 자식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선우 너를 엿 먹여서

금 사장에게 점수 따려고 말이야. 요새 자기가 금 사장 다음으로 넘버원라고 여기저기

나발 불고 다닌데. 우리가 뭐 조폭인가. 넘버원 투게. 다 너를 시기해서 그럴 거야.”

술잔을 입에 갖다 대려다 멈칫한 선우가 두 사람의 말을 못들은 척하며 무심히 가게 밖

을 보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수고 많았다. 나 먼저 간다.”

“혼자 가면 어떻게. 저녁에 개업한 술집가기로 약속 했잖아!”

“다음에. 그리고 약속은 깨라고 있는 거다.”

“참, 형은. 다음에 가면 되잖아. 그리고 술집에서 알코올로 치료 받을 일 있어. 만날 가

게.”

민기가 그의 눈치를 보고 준식을 슬쩍 꼬집었다.

선우는 술집을 나오자마자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동양금융 최 실장입니다.”

“그런데요?”

“오늘 공장에서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가져온 물건만은 도로 갖다

드리도록 힘써 보겠습니다. 그리고 저희와 싸운 사람들 혹시 사장님께서 불렀습니까?”

“아, 아닙니다. 갑자기 온 겁니다. 아직 돈 값을 날도 멀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남은

것도 몇 푼 안 돼요.”

처음에 말투가 퉁명스럽더니 물건을 도로 준다는 말에 한층 밝아진 음성으로 대답했

다. 통화가 끊나자 그는 굳어진 얼굴로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

“김 실장, 나 선우. 뭐 좀 알아봐 줘. 그래, 고마워. 조만간 술 한 잔 살게.”

전철역 지하도로 내려가면서 선우가 혼잣말을 했다.

“설마, 그들의 말이 사실이겠어.”

선술집에 남은 두 사람은 여전히 술병과 씨름하고 있었다.

“형, 그런데 선우 형은 어쩌다 금 사장 밑에서 일하게 됐어?”

“나도 선우와 중학교 때 헤어져 자세히는 모르지만 언젠가 술에 취해 나에게 금 사장과

의 인연을 말한 적이 있어. 아마 선우가 군대 있을 때였나 봐.

선우 아버지는 어느 중견 건설업체 시행사 사장이었는데 시공한 아파트가 부실공사를

해서 입주민들이 그의 아버지를 상대로 고소했데. 재판까지 갔는데 당연히 이길 줄 알

았던 선우네 가 진거야. 그래서 살던 집도 경매로 넘어가고 하루아침에 쫄딱 망했나봐.

그 충격으로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간경화로 일 년여 만에 돌아가셨지.

그리고 선우가 제대하자마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가 유방암에 걸렸는데 말기여서

몇천만 원의 수술비가 필요했대.

6개월 전 휴가 나왔을 때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복귀하였는데 이런 일이 또 생긴 거

지. 자신은 휴학생이고 여동생도 겨우 고등학교를 마치고 봉제공장에서 쥐꼬리만 한 월

급을 받으며 일하는 형편이라 거액의 수술비를 구한다는 것이 선우에게는 불가능에 가

까웠지.

아버지 사업이 망한 후에는 친척 등 주위에서도 냉담하게 돌아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

었나 봐. 번듯한 직장이 없는 휴학생에게 은행과 제2금융의 문턱은 높았고 대부업체도

1. 2백만 원의 학자금대출이 고작이었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역정보지를 보

고 수십 군데를 가 보았으나 역시 모두 퇴짜를 맞고 자포자기로 마지막 문을 두들긴 곳

이 금문성의 사채사무실이야.

그때만 해도 금 사장도 작은 사채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대. 담보나 보증이 없어 대출

에 매번 좌절하던 그에게 그 독한 금 사장이 첫 눈에 선우가 마음에 든다며 수술비를 빌

려준 거지.”

“정말! 금 사장이 빌려주었다고!”

“단, 한 가지 조건으로.”

“그게 뭔데?”

“자기 밑에서 일하는 것! 선우의 깡다구와 다부진 체격이 해결사로서 이용가치가 있다

고 생각한 거겠지.”

“그래서?”

“엄마를 살리는 것이 먼저인 선우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겠지. 그래서 당연히 O.K 할

수 밖에 없었을 테고. 아니, 그로서는 금 사장이 은인과 같았을 거야.”

심란한 표정으로 준식이 술잔을 털어 넣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선우의 바람도 허무하게 엄마가 수술 후 돌아가신 거야. ‘조

금만 일찍 왔어도 환자를 살릴 수 있었는데….’ 의사의 이 한마디가 그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찌르고 또 꽂았지. 선우는 돈만 있었다면 부모님이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라고 생

각하고 그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이 다 제 탓이라고 자책하고 있어. 그의 입장에서는 이

모든 비극이 돈, 오로지 돈만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그

후 하나 있는 여동생도 대학을 붙고도 등록금이 없어 포기하고 그도 복학을 못하고 자

퇴했지. 수술비는 모두 없어졌으나 두 사람의 계약은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지금까지

금 사장 밑에서 일하게 된 거야.”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선우 형이 돈에 집착이 강한 거구나.”

두 사람이 침울한 표정으로 술잔을 부딪히자 준식이 반색하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잘 해 주잖아.”

“그건 정말 그래. 근데 형, 선우 형 혜원 씨 만난 이후로 일처리가 많이 변한 거 같지

않아?”

“뭐가?”

“둔하긴. 옛날에는 빨리 돈을 받아내기 위해 대화보다 주먹으로 먼저 해결했잖아. 어떤

면에서는 조 실장 보다 선우 형이 더 지독하고 잔인하고 폭력적이었잖아. 그런데 혜원

씨 만난 이후로 가능한 폭력을 안 쓰려 하고 금 사장 몰래 갚을 시간도 연기해 주곤 하

잖아. 전에는 상상도 못할 일 아냐?”

얼른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준식을 한심하다는 듯 민기가 쳐다보았다.

“너 말 들으니까 진짜 그런 거 같네. 그게 바로 사랑의 힘이느니라!”

헛기침을 두어 번 한 준식이 훈계하듯 말했다. 그리고 민기의 귀에다 다정히 속삭였

다.

“우리 둘 만이라도 그 술집 안 갈래?”

“형한테 내가졌다. 졌어.”

민기는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찬열 2014-11-18 22:51	불운속에 살아야하는 집착이 강해진 선우 작가님의 독특한 구절에 심취하다 갑니다. 다음 호를 고대 할께요 건안 하세요

이인철 2014-11-22 20:24	《Re》정찬열 님 , 인간의 성격과 가치관 등은 선천적 보다 후천적인 환경이 더 좌우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어떠한 계기와 기회로 자신의 본성이 나타나야 행복한 삶이 되겠지요. 정 작가님의 관심과 격려에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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