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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4-12-04 17:40
ㆍIP: 115.xxx.86
베팅 (19회)
 
 “그래도 이 사채업이 돈을 모으는 것은 빠르니까 일단 여기서 기반을 잡은 다음에 다른
 
사업을 해도 늦지 않을 거야. 선우 씨는 아직 젊으니까. 내가 그때까지 도와줄게.”

 “왜 저에게 이런 호조건을 제시하는 거지요. 저 아니래도 많을 텐데요.”

“난 선우 씨가 어떤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이지. 속내가 순수하다는 것을. 배신은 하지
 
않을 사람이다는 것을. 그래서 처음에는 좋아하다가 이젠 사랑하게 되었지만 말이야.
 
이 보다 좋은 기회는 없을 거야. 기회란 자주 오지 않아. 그래서 왔을 때는 무슨 수를 써
 
서라도 잡아야 하는 거고. 아마 날 만난 걸 평생 고마워하게 될 걸. 선우 씨가 금 사장에
 
게 말하기 곤란하면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대신 말해 줄 테니까. 금 사장도 사채업 계
 
속하고 싶으면 내 말 듣지 않을 수 없을 걸. 사채시장 전부가 자기 세상인가. 명동과 강
 
남에 깔린 게 사채사무실인데 그 중에 선우 씨가 하나 한다고 이해 못하면 속 좁은 인간
 
이지.”
 
 그녀가 선우의 어깨 위로 슬그머니 손을 올리고 그의 볼에 입술을 갖다 대며 귀에 속삭
 
였다.

 “어때? 내가 하라는 대로 할 거지? 그럴 거지?”

 순간적으로 그의 표정에 갈등하는 빛이 역력해 보였다. 그때 해맑은 미소를 띤 혜원의
 
모습과 그녀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갑자기 그가 핸들을 돌러 오던 길로 유턴했다.

 “뭐하는 거야?”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깜짝 놀란 지나가 뜻밖이라는 표정이다.

 “왜지? 금 사장이 무서워서?”

 “그건 아닙니다. 저는 금 사장님께 빚이 있습니다.”

 그는 혜원의 이야기는 차마 못하고 다른 말을 꺼냈다.

 “무슨 빚?”

 “제가 힘들었을 때 저를 믿어주신 분입니다.”

 “아, 그 애기구나! 전에 금 사장이 선우 씨의 인간성만 믿고 엄마 수술비 빌려주었다는
 
거. 그래서 금 사장은 선우가 자기를 절대 배신할 수 없다고 사방에 떠들고 다녔지. 나
 
도 들은 적 있어. 그렇지만 지금까지 충성한 것만으로도 이미 그 빚을 갚고도 남은 것
 
아냐?” 

 벌써 알고 있었다는 그녀에게 선우는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럼, 날 못 믿어서?”

 “아닙니다.”

 지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다 야릇한 미소를 띠었다.

 “그럼, 혹시 여자 있는 거 아냐?”

 다시 혜원이 떠오르자 그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맞구나. 어떤 여자야? 몇 살이야? 나 보다 예뻐? 나 보다 돈 많아? 그 여자의 어디가
 
그렇게 좋은데? 

 한꺼번에 집요하게 물어오던 지나가 어느새 흥분했다.

 “천사 같은 여자입니다.”

 “선우 씨는 아직도 순정소설을 좋아하나봐. 사실 나도 선우 씨의 이런 면 때문에 좋아
 
하게 되었지만 말이야.”
 
 “그런데 그 여자 선우 씨가 무슨 일 하는 지 알아?”

 그녀가 일부러 선우의 아킬레스건을 건들이자 그는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천사 같은 여자라면 선우 씨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랑할 텐데 왜 자신 있게 말 못해.
 
그거 모순 아냐? 나 봐! 난 지금의 선우 씨를 모두 포용하잖아. 그럼, 누가 난 건데?”

 자신을 과시하며 그녀가 비꼬었다.

“천사는 죽어서 만나는 거고 현실에서는 애정도 사랑도 번듯한 직장이 있거나 권력이
 
있거나 아니면 돈이라도 있어야 되는 거야. 직장도 권력도 결국은 돈에 굴복되지만 말
 
이야. 불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 선우 씨는 이 세 가지 중 하나도 없잖아. 더 냉정
 
하게 말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밑바닥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다는 거지. 나는 내가 좋아하
 
는 선우 씨가 한번 뿐인 인생을 그렇게 구차하게 사는 게 싫어. 난 선우 씨를 멋지게 키
 
워주고 싶단 말이야. 결혼하자는 것도 아니잖아. 그 여자와 헤어지라는 것도 아니잖아.
 
단지 서로 고독할 때 친구가 되고 아플 때 위로해 주는 애인관계로 지낼 수는 없을까?”

 독설에 이어 그녀의 목소리가 갈수록 부드럽게 변했다. 선우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왜. 왜. 안 된다는 거지. 내가 선우 씨 보다 나이가 많아서. 아니면 그 여자가 나 보다
 
예뻐서. 그럼, 그 여자는 선우 씨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지?

 지나가 차갑게 물어오자 그는 단호하게 나왔다.


 
이름아이콘 정찬열
2014-12-07 21:12
회원사진 		늘실감나는 story에 즐감하고 갑니다.
좀 바쁘답보니 늦게야 들렀네요
조은글 승필하세요 남은 년말 즐겁게
마무리 하시구요 이인철 작가님!
   
이름아이콘 이인철
2014-12-08 16:50
회원사진 		《Re》정찬열 님 ,
부족한 졸작에 늘 관심과 격려를 보내 주시는
정 작가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작가님께서도 얼마 남지 않은 이 해를
멋지게 보내시기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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