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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9-16 15:32
ㆍIP: 121.xxx.34
슈킹 (43회)

 곧이어 들어온 마담은 화장과 조명 덕인지 생각보다 젊어 보였다.

마담은 두 사람을 보자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리고는 요사히 하는

사업은 어떠냐 등의 겉치례적인 안부를 묻더니 잠깐만 기다리라며 나갔다.

 이어 노크소리에 문이 열리며 그녀를 따라 아가씨 셋이 들어왔다. 아가씨

중 둘은 동수와 동인을 보더니 반색을 하며 그들의 옆자리에 가서 냉큼

앉았다. 이번엔 한참 만에 왔다며 원망 섞인 투정을 하는 것으로 보아

그녀들은 아마도 전에 두 사람의 파트너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한 명 남은 아가씨는 자연스럽게 현우의 파트너가 되었다. 그의 곁으로

다가와 살짝 앉은 그녀는 팽팽한 몸매로 빨간 스커트 밑으로 드러난 허연

다리가 탐스럽고 곧아 보였다.

 각자의 파트너가 정해지고 웨이터가 술과 안주를 갖고 와 세팅을 하였다.

술은 발렌타인 17년산이었다. 빈 쟁반을 들고 나가는 웨이터에게 동인이

팁이라며 수표 한 장을 꺼내 주었다. 그는 기대 이상의 팁을 받은 듯 입이

귀에 걸리며 허리가 땅바닥에 닿을 정도로 동인에게 인사를 했다.

 어쩌다 보니 현우의 양옆으로 파트너와 마담이 앉았다. 사실은 마담이

일부러 그의 옆에 앉았다는 것이 옮을 수도 있다. 그녀 입장에서는 두 사람은

전부터 아는 손님이고 현우는 초면이라 그의 정체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외모나 분위기도 그들보다 호감 가는 그의 스타일이 한몫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선지 마담은 그의 곁에 꼭 붙어서 말을 걸며 안주를 입에넣어

주고 술잔이 빌 때마다 빠르게 채워주곤 했다.

 자기의 역할을 뺏긴 현우의 파트너는 대화에 동참도 못한 채 조용히 과일만

깍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다. 그는 파트너가 마담의 눈치를 보며 자기의 감정도

내색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주 곁눈질을 주었다.

 마담이 계속 그에게 관심을 보이자 동수가 남자는 잘생기고 봐야 한다며,

현우는 여자에게 인기가 좋아 부럽다고 비꼬며 말했다. 그러자 그의 파트너가

오빠는 밤 일이 멋지다고 맞받아쳐 그 소리에 모두 한바탕 웃었다.

 웨이터의 노크소리와 함께 마담이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 파트너가 현우

곁으로 바짝 당겨 앉으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마담 언니가 오빠에게만 신경 써서 사실은 저 질투했어요."

 그녀가 입술을 뾰로퉁하게 내밀며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오빠, 여기 자주 오세요?"

 그녀는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참았다는 듯이 물어왔다.

 "아니에요, 처음이에요."

 그는 비로서 파트너의 얼굴을 가까이 정면으로 보았다. 그녀는 속 쌍꺼풀에다

엷은 입술을 가진 생머리 아가씨였다. 그녀의 눈과 마주친 현우는 이 아가씨는

쌍꺼풀 수술은 안 했구나란 엉뚱한 생각을 했다. 맞은편의 두 아가씨는 명랑하고

애교스러운 반면 그녀는 얌전하고 내성적인 것 같았다.

 "저는 희현이에요. 성희현. 그리고 본명이에요. 비록 이런 데서 일하지만 가명을

쓰고 싶지는 않아요."

 현우는 자기의 주관이 뚜렷한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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