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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7-30 19:29

ㆍIP: 121.xxx.157

슈킹 (19회)

"곤란하다고! 30%까지도 안 될까? 그것도 힘들다고? 알았어."

"박 사장, 나 야 조화백. 그동안 잘 지냈어. 다름이 아니라 K은행 사고

시디를 갖고 있는데 1억짜리로 4억이야. 근데 오늘 발행일자인데 당일

터졌어. 몇 %까지 가능하겠어? 수수료가 문제가 아니라 이건 돌릴 수가

없다고? 그래, 다음에 봐."

사내의 통화가 길어질수록 세 사람의 입속은 바짝 타 들어갔다.

"10%라도 안 될까? 아예 매입을 안 한다고? 할 수 없지 뭐. 조만간에

한번 놀러갈게."

마지막 통화에서 그는 상대방에게 애걸하는 음성으로 바뀌며 울상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던 현우는 사내를 마주 보기가 어색하고 미안해

고개를 얼른 창가로 돌렸다. 사내는 천장을 향해 후우 하고 담배 연기를

내뿜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너도 옆에서 들어서 알겠지만 이 시디는 어렵겠어. 처리되었으면 서로

좋았을 텐데. 이거 무척 아쉽구먼."

그는 갈증이 나는지 주스를 벌컥벌컥 마시며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할 수 없지요. 형님, 고생하셨는데 죄송해서 어떡하지요. 어디 가서

저녁이라고 함께 하시지요."

동인이 곁에 있는 사내의 겨드랑이에 팔을 끼우며 일으켜 세우려 하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동인의 팔을 풀었다.

"아니야. 일이 잘 되었으면 몰라도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동인아, 오늘 일 부담 갖지 말고 꼭 연락해라. 그럼, 두 분도 다음에

뵙도록 합시다."

두 사람에게 가볍게 목인사를 한 사내는 등 뒤로 손을 흔들며 나갔다.

멀어져 가는 사내의 뒷모습을 보며 현우는 그의 직업이 무엇일까 궁금했다.

"동인아, 이제 모두 끝난 거야? 지금까지 헛고생 한 거야?"

동수의 안타까운 음성이 사내가 사라진 후의 적막한 분위기를 깨뜨렸다.

막막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던 동인이 고개를 돌려 현우를 보며 심각하게

입을 열었다.

"현수 형, 이제부터 오늘 일 사실대로 말할게요. 그리고 형에게 할 이야기도 있고요.

그는 주위를 한번 훑어보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커피숍 안에는 손님이

듬성듬성 있었지만 그들 가까운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형, 우리 같이 일하지 않을래요? 아무래도 형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뭔데? 뭔지 알아야 하든지 말든지 하지. 오늘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진작 묻고 싶었는데 차 안에서 네가 이따가 말해

준다기에 지금까지 기다리며 참은 거야. 먼저 너희가 하는 일을 솔직하게

말해 봐."

현우는 사내가 있는 동안에도 커피를 마시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의문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들이 하는 일을 정확히 알 수 없어 그는

거머리처럼 달라 붙는 의혹에 미칠 것만 같았다.

"사실.... 우리 자금 세탁하는 일 하는 것 아니예요. 형한테 거짓말해서

정말 미안해요."

드디어 스스로 동인의 입에서 사건 전말이 차츰 구체적 나오고 있었다.

"그럼, 뭔데?"

재촉하는 현우의 물음에 그가 곤혹스런 표정으로 잠시 머뭇거리자 동수가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 꺼내는 흉내를 내며 대신 말했다.

"사채업자를 등치는 거야. 한마디로 그 사람들 돈을 슈킹하는 거지."

"사기 친다는 말이야? 그런데 그거 위험한 일 아니야? 물론 쉬운 일도

아닐 테지만 말이야."

현우는 놀람 반 호기심 반의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거 범죄 아니야'란 말이 입에서 튀어나오려 했으나 차마 그들 앞에서

그 말까지 내뱉으면 왠지 안 될 것 같아 의식적으로 참았다.

슈킹 (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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