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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이인철 수필 소설 문학서재

ㆍ작성자 이인철
ㆍ작성일 2013-09-12 15:15
ㆍIP: 121.xxx.119
슈킹 (41 회)

 "요즘 등록번호를 넣지 않으면 광고 게재하기가 어렵거든요. 저희가

제재를 많이 받아서 그러니 이해해 주세요."

 요란스럽던 그의 말이 사정하는 투로 바뀌었다.

 "보시다시피 사무실을 어제 오픈해서 아직 대부업 등록할 겨를이 없었어요.

일단 월요일자부터 내주시면 번호 나오자마자 바로 알려드릴게요. 우리가

한 달만 내고 안 낼 게 아니잖아요. 이제 계속 거래할 건데 이럴 때 편의를

못 봐 주시면 어떻게 김 대리님 믿고 광고를 맡기겠어요. 그리고 사실 지금

등록번호 없이 나가는 대출광고도 있잖아요. 안 그래요?"

 우물쭈물하는 현우를 대신해 동인이 끼어들어 따지듯이 물었다.

그것은 그의 말이 옳았다. 정보지에 실린 대출광고 중 큰 사이즈와 규모가

큰 사채사무실을 제외하고 대부업 등록번호가 없는 것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회사에다 그렇게 말해 놓을 테니 번호가 나오면 바로 연락 주세요."

 한발 물러선 김 대리의 공손한 말투였다.

 "김 대리님, 저희 광고를 꼭 앞면에 실어 주셔야 해요. 만약 중간이나 뒷면에

있으면 앞으로 저희와 거래하기가 힘들어질 겁니다. 그리고 확인할 겁니다."

 부탁과 은근한 협박이 섞인 동인의 단호한 음성이었다.

 "당연 하지요."

 광고 지면 위치는 일주일마다 돌아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광고는 특별히

인쇄부에 이야기해 앞면으로 배치하겠다며 그는 생색을 냈다.

 광고를 보는 손님의 심리가 앞면서부터 보다가 기껏 몇 군데 전화하고는

결정을 할 것이다. 아무래도 중간면 이후로는 광고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현우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그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동인이 먼저

말을 꺼내어 다행이라 싶었다.

 현우에게 건네받은 광고비를 세어본 그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며 지나다

자주 들르겠다고 했다.

 김 대리의 형식적인 인사가 끝나자마자 동수가 여직원을 소개시켜 준 후에

오면 맛있는 커피를 대접할 테니 종종 들르라고 농담 삼아 말했다. 그는 동수의

말에 기분이 좋은지 빠른 시간 내에 여직원을 알아 보겠다고 했다.

 그 순간 동인이 두 사람의 말을 가로챘다. 그는 김 대리에게 아직 여직원을

채용할 계획이 없고 필요하면 이야기할 테니 그때 도와달라며 동수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우리는 외근을 자주 하니 만약 올 때는 미리 전화를 꼭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오늘은 급히 오느라 빈손으로 왔으나 다음에 방문할 때는 회사에서 발행한

내년 달력을 갖고 들르겠다는 말과 함께 그는 사무실을 나갔다.

 "동수 형, 형은 생각을 좀 하고 말해. 여직원은 뭐고 사무실에 놀러 오라는 게

말이나 돼. 우리 하는 일 뻔히 알면서 그렇게 말하면 어떻해."

 김 대리가 나가자마자 동인이 언성을 높였다.

 "난 그냥 아무 뜻 없이 한 거야. 그리고 네가 앞면에 광고 부탁한 것도 있고 해서

인사치례로 한 건데 너 말 듣고 보니 그러네. 앞으로 신경 쓸게."

 다소 풀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화낼 필요가 있냐?"

 동수가 어깨를 올리면서 입을 삐죽거렸다.

 "형은 한두 번이 아니잖아!"

 동인이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갑자기 사무실 안 공기가 바깥 날씨처럼 싸늘해졌다. 현우는 서먹해진 분위기를

돌리려 의기소침한 그에게 바둑이나 두자고 했다. 자기 자리로 돌아간 동인은

머리를 숙인 채 말없이 인터넷 검색만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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