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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박목철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3-11-29 06:58
ㆍIP: 211.xxx.58
팔베개,
요즘 한글 쓰다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벼게 인지 베개인지도, 암튼 봉평 장에서 메밀 베개를 샀습니다.

사람이 하루 중 거의 삼 분의 일을 잠을 자니 살아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은듯합니다.

잠을 편하게 자려면 베개가 편해야 합니다. 뒤척이는 시간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베개 탓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저런

베개를 바꾸다 보니 메밀 베개가 제일 편하다 생각했습니다.


까칠한 지인에게 베개 하나 선물했더니 당장 그러더군요, 베개가 무척 편해서 잠이 잘 온다고, 잠자리 바뀌면 잠 이루기 힘든

이유도 베개가 낯설어서입니다. 베개 중 가장 사랑이 듬뿍 밴 베개가 팔베개 입니다. 어린시절 엄마의 팔베개는 수면제였습니다.

아무리 무섭고 환경이 나빠도 엄마 팔을 베고 품에 안기면 세상의 어떤 어려움도 느낄 수가 없는 피난처였으니 까요,


참 신기한 게 팔베개 입니다. 팔을 내어주면 보호 본능이 발동하여 한없이 예쁘고 감싸주고 싶고, 또 팔을 베고 누우면 한순간에

어린아이같이 보호받고 싶어집니다. 자식의 팔을 어쩌다 베도 그런 응석의 감정이 솟아나더군요, 부부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안길 때와 안을 때의 감정은 완전히 반대입니다. 나이 든 남편도 때론 어린 각시의 품에서 모성을 느끼는 법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유달리 엄마 품을 찾아 식구들의 미움을 많이 받았다 합니다.

예전 며느리들은 새벽에 일어나 우물물을 길어다 부엌의 장독을 채워야 했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자식이 추울까 안 스러워

떼어 놓으면 한차례도 긷기 전에 내 울음소리가 새벽을 흔들었다니, 얼마나 미움을 받았겠습니까, 미워서 궁둥이가 다 나오게

업어도 엄마 등에 매달리면 전혀 보채지 않았다더군요,


내 별명이 눈 감고 밥 먹는 아이였다 합니다. 식구들이 미워하니까 아예 눈을 감고 먹여주는 밥을 다 먹었데요,

창피한 얘기지만 초등학교 5학년까지 엄마 품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나이 들어 짝이 생기고는 유난히 쑥스러워 어쩌다 집에

가도 엄마 곁에 눕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형은 엄마 어쩌고 하면서 다 커서도 응석을 부리곤 했습니다.


* 어쩌다 술이라도 한잔 하면 어린 시절 엄마 품에 안겨 듣던 심장 소리가 그립더군요, 것도 다 가고 없는 인연 앞에서


팔베개,    소운/박목철


자다 깬 천둥소리

前生의 죄 두려움인가,

파고든 따뜻한 품

심장 소리 자장가 되어

꿈길 마 져 편하더니,


한잔 술에

옛 추억 갈증 되어

팔베개가 그립고,

묻어둔 사진첩 찾듯

팔베개 베어본다.


흘러간 세월 저편

그 모습 그대로 인 데

俗世의 때 켜켜이 무게 되어

여린 팔 버거워하네,

못다 푼 속세의 緣 또다시 輪廻인가,




         
이름아이콘 염규식
2014-04-02 12:37
회원사진 		시인님의 어머니 사랑 팔베게 감상하며 머물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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