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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박목철 수필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4-11-30 19:14
ㆍIP: 211.xxx.28
일본의 가을을 보다, (아다치 미술관을 찾아서.)
*사진을 곁드린 기행문 성격의 글인데 사진을 올리지 못하니 약간 어색합니다.

대한문학세계기자     소운/박목철

일본 시마네 현에 있는 아다치 미술관을 찾기로 했다.
그간 일본을 자주 찾았지만(올해에 만 6차례 다녀옴) 미술관은 갈 기회가 별로 없었다.
가보고 싶은 전통시장도 근래에 들어서야 한두 번 갈 수 있었고,
동행이 있으면 이런 곳은 관심사가 아닌 탓에 나 혼자 좋다고 가자고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은 나 혼자이니, 모든 일정은 내 맘이다. 아다치 미술관은 상당히 알려져 있는
일본에서도 명소에 속한다. 미술품도 좋지만 특히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요나고(米子)역에서는 하루에 2번밖에 미술관으로 가는 셔틀버스가 없지만,
인근 야스기(安來)역에서는 시간마다 셔틀버스가 있어 야스기 역으로 가서 버스를 탔다.
아마, 일본인들도 셔틀버스가 없다면 미술관을 찾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다른 관광지와 달리 많은 관광버스가 미술관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었다. (일본은 어디를 가도 한산하다.
중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본은 불황의 그늘이 깊은 듯했다.)

아다치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은 미술품 보다는 정원의 풍경에 매료되어 사진 찍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물론 곳곳에 설치된 커다란 조망 창을 통해서이다.

일본의 정원은 아름답게 조성된 절제미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와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정원은 자연과의 조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가능하면 자연을 변형하지 않고 자연을 이용하려는 측면이 강조된 방면,
일본의 정원은 철저하게 인공적으로 다듬어 만들어진 정원이라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
즉, 우리의 정원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의 조화에 가치를 두고 있고
당연히 가까이에서 걷기도 하고 앉아서 즐기기도 하는 생활의 일부인 방면,
일본의 정원은 눈으로 보는 정원이지 생활에서 이용하는 정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일본의 정원을 보면, 자연 그대로의 수목 형태는 보기 어렵다.
어디를 가서 보든, 나무는 인공적으로 다듬어져 나무라기보다는 조형물에 가깝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런 수목사이로 작은 자갈들이 정결하게 깔려있다.
이런 자갈은 아마도 물을 상징하지 않나 생각되지만, 이 또한 가까이 다가가 걷거나 할 수 있는
인간 친화적 형태는 아니다.
비질을 깨끗이 해서 사람이 밟은 흔적을 지워 버린 이런 곳에 들어가라 한들 선 듯 다가서기
꺼려지게 마련이다. 어딜 가도 일본의 정원은 사람이 다니라고 깔아놓은
디딤돌이 없는 곳은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다. 눈으로 보기만 하라는 것이 일본 정원이다.
아다치 미술관의 정원은 규모 면에서도 대단했다.
커다란 조망 창을 통해 바라본 정원은 한푹의 가을 수채화라고나 할까,

일본을 다녀 보며, 역시 선진국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츠에(松江)의 현립미술관도 그렇고 아다치 미술관도 전시물의 내용이나 규모 면에서
부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느 신사 정원에 있는 정원수를 다듬는 것을 유심히 본 적이 있다.
나무 한 그루에 4명이 붙어서 가지를 치고 있었는데, 멀리서 바라보며 어디를 칠 것인지
결정한 후 다시 나무에 올라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것도 나무 한 그루에 4명씩이나, 신사를 돌아보고 나올 때도 그들은 그 나무에서 작업 중이었다.
전기톱으로 순식간에 허리를 동강 내는 우리의 전지 모습이 생각나서 우울했다.
-밥 좀 먹고 살만 하다고 선진국이 되는 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일본의 가을도 단풍이 대단하다.
우리의 가을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들의 정갈한 가을에 왠지 기죽는 느낌이 들었다면,
필자의 애국심이 부족한 것인가?
아마 필자의 눈이 더 세련되어진다면, 자연 친화적인 우리의 정원이 더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일본의 인공미에 감탄하게 된다. 한참 더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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