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생각보다 큰 나라이다. 우리가 막연하게 일본은 왜소한 섬나라이다. 라는 관념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본은 문화적으로 열등한 역사를 가진 작은 나라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식민지로 산 백성이 자신을 지배했던 국가를 낮춰 본다는 사실이 어찌 보면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처음 일본을 찾았을 때, 나의 이런 선입관은 혼란을 겪게 되었다.
일본은 왜소한 나라도 아니었고, 보존된 문화재의 규모나 양에서도 열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건축물의 정교함이나 규모가 큰 것에, 우리나라의 궁궐이나 저택의 왜소한 규모를 떠 올리며
기가 죽기까지 했다. (하지만 일본을 자주 다니며 풍토적 환경에 따른 차이일 뿐 문화적 우열
과는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 자세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일본의 지역적 특성이 다양한 까닭은 쇼군(將軍)이나 번(藩)과 다이묘(大名)라는 이상한 체재가
만들어 낸 차이이지만, 현대 국가로 통합된 이후에도 이를 잘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본받을 만하다.
일본의 혼슈, 규슈, 시코쿠, 오키나와까지 다녀 봤지만 홋카이도는 가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다녀 올 기회가 생겨 또다른 일본 문화의 단면을 보게 된다는 기대도 컷고 소득도 있었다.
언젠인가 일본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막부(幕府)가 왕당파에 의해 무너지고 막부 편에 섰던 번들은
영지를 몰수 당하고 황무지나 다름없던 홋카이도로 밀려 나는 시대적 상황을 그린 영화였다.
번주가 내리는 녹봉에 기대 살던 사무라이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스스로 찾아야 했고, 적응 여부에
따라 신분이 뒤바뀌는 상황이 잘 묘사된 영화를 흥미있게 보았고, 그 때의 잔상이 오래 남아 있었다,
봉건사회가 현대 사회로 탈 바꿈하는 생생한 역사적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 홋카이도 이고,
홋카이도 개척촌에는 당시의 역사적 흔적을 잘 보존하고 있기에 일본 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번 가 보시라고 추천 할 만한 곳이 홋카이도가 아닐까 한다.
일본의 타지역은 외침을 겪지 않은 탓에 오랜 역사적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 많다
반면 홋카이도는 근대사와 관련된 유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이라 하겠다.
설명문 앞에는 明治, 昭和, 大正이니 하는 연호가 기록되어 있다. 명치 1년이 1868년이고 대정 1년이
1912년이고 소화 1년은 1926년이니 거의 한 세기 이전의 유물들이지만, 당시에도 일본의 기계공업이
상당한 수준이었음을 전시물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일본이 근대 국가에 매진한 덕에 짧은 시간 안에
근대적 공업 국가로 탈바꿈해 가는 과정을 홋카이도 개척촌의 전시물을 통해 보여 주고 있다.
(1942, 12, 7일 일본은 항공모함 여러 척에 비행기를 싣고 하와이를 공격할 정도로 기계공업을 키웠다)
일본은 아직도 화산이 활동하고 있는 화산지대의 나라이다.
일본 최남단인 규슈 지방에서 연기를 풀어내거나 수증기를 품어내는 화산이나 온천을 쉽게 만나게
되는데, 일본 최북단인 홋카이도도 다르지 않았다. 온천수가 곳곳에서 솟는 일본이 그런 면에서는
복 받은 땅인 것 같지만, 화산재에 파묻혀 페허가 된 마을을 보거나, 연기를 내품는 화산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사는 것 보다는 마음 편하게 사는 우리가 훨씬 행복하다는 자위를
해 보았다.
아이누 족이라는 원주민이 살 뿐, 춥고 척박한 버려진 땅을 일궈 낸 사무라이들의 흔적을 돌아보며
어느날 갑자기 닥친 신분사회의 변화를 극복해 낸 홋카이도 사무라이들의 투쟁을 떠 올려 보았다.
닛카 위스키 공장에서 무료로 나눠준 세가지 위스키를 시음하며 일본 땅에서 서양 술을 만들어 보겠
다는 그들의 도전 의식도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낙오 한다는 절박함 같은 것이 읽혀졌다 면
나만의 감상일까?
-나물 먹고 물 마시며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족하도다- 우리 선조의 삶의
철학은 이랬다. 나물 먹고 물 마시며 팔을 베고 누워도 행복하다는 우리의 철학과, 척박한 이주지에서
서양 술을 개발해 명품 주를 만들어 낸 일본인의 삶의 철학 중 어느 것이 낫다고 누가 판정할 것인가?
* 예전에 일본을 다녀 보면 경제가 완전히 잠자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는 공항에서 숙소를 연결하는 대형 버스에 달랑 혼자인 경우가 많았다.
한 때, 일본이 미국의 생산력을 추월한다는 소리도 있었고, 국민소득은 5만 불을 넘보고 있었다.
그 후 불어 닥친 잃어버린 20년, 아베가 미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손바닥을 비비고 있는 현재의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은 3만 불 대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가 다시 도약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80년대의 한국이나 한창때의
중국과 같은 세찬 기운이 느껴졌다. 외국인을 거의 쓰지 않는 일본에서 아프리카인을 고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겨우 따라잡은 3만 불 소득에서 또다시 일본의 도약을 바라만 봐야 하는가?
홋카이도 개척촌을 보고, 소운/박목철
우리가
바지저고리에 상투 틀던 시절
倭人은 트랙터를 만들었네
신식 사람 만들어 준다고
상투 자르라는 서슬 퍼렇던 단발령에
자결로 저항도 했다지,
倭놈, 倭놈 하더니
날름 먹혀
강제 징용 끌려가고
종군위안부 피멍이 들었지만
보상하라, 못한다. 아직 말싸움 중 이고,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을 믿지 말라
일본은 일어난다"
말로 만 물려 준 선조들의 가르침,
일본은, 경기가 좋다 못해
일손 달린다고
흑인까지 데려다 부리는데
아! 대한민국,
전병일
2019-05-24 18:00
박목철작가님 안녕하세요?
초보 작가 인사올림니다
다른 일본 잘보았습니다
그들의 검소한 생활은 본받을만 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박목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일본을 수십 차례 다녀 왔지만 그들의 청결함과 친절함에 감탄한 적이 많답니다. 절약도 몸에 밴듯하더군요, 지금은 일본이 엄청난 활황입니다. 겨우 좁혀 놓은 격차가 다시 벌어지게 생겼답니다. 평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5/24 20:59
김상훈
2019-05-24 19:53
퍽 오래 전, 도시간 문화교류(연극)차원으로
신쥬쿠와 오사카를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각각 보름간의 일정으로 그 나라를 어찌 다 가늠할 수 있으랴마는
그때 처음 느꼈던 것은
몸에 배인 그들의 친절함과 상냥함이었습니다.
또한 공공질서에 대한 문화 차이를 확연하게 느꼈는데
민족적 감정을 빼고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그들이 전세계를 재패하려던 근간이 무엇이었을까
를 다시 생각케 하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습니다.
뭉치는 힘, 바로 그것이더군요.
야마오카 소이치의 대하소설
천하평정을 읽었을 때
일본이라는 나라가 만만한 나라가 아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일본의 천하통일을 이루는 근간이었던
일본 전국시대에 통일의 기틀을 세운 오와리(지금 아이치 기후겐의 일부) 출신의
영웅적 다이묘, 오다 노부나가
현재의 일본보다 막부시대로 들어가야
그 근간을 알 수가 있더군요.
잘 읽고 갑니다.
박목철
나이가 드니 글도 잘 써지지 않습니다. 평생을 글로 먹고 살았다고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단어가 바로 떠 오르지 않아 글도 시들하답니다. 일본에 관한 글들이 쌓여 책 한권은 될듯도 싶은데 알맹이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글도 시들하고, 삶의 보람이 점점 멀어지는 감입니다. ㅎㅎ 열심히 수필방을 관리하시는 위원장님의 노고에 화답을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랍니다. 더 나아질 일은 없겠지만, 희망을 가져봅니다.
5/24 21:05
김상화
2019-05-25 01:36
오랜만입니다. 박목철 작가님
한동안 뵙지 못해 궁금했었는데 일본을 다녀
오셨네요
작가님 날씨가 꽤 덥습니다
5월의 아름다움도 며칠 있으면 떠나는 군요
그러나 더 아름다운 6월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가님
언제 시간내 대포한잔 해야지요 ㅎ
밤이 깊었네요
행복한 꿈 꾸시기 바랍니다
박목철
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요즘은 점점 글에서 멀어지는 느낌입니다. 대신 손주 녀석 친구로 지내는 게 더 행복하답니다. ㅎㅎ 공재룡 시인께서 개인 사무실을 만들었다니 한번 가서 뵙지요,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5/25 16:49
정찬열
2019-05-25 11:25
소운 작가님 반갑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배람하다 보면 저절로 끄덕여 질때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초딩 시절인 1960년도 무렵 선생님의
얘기는 아직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땔감나무에 의존하고 도심 부자들이나 연탄
불을 피우던 시절 일본에는 연기도 나지 않는 깨스불에
논두렁이 대부분 시맨트 옹벽으로 수롯 물이 흘러 농사를 짓고
우리나라 처럼 하늘만 처다보는 천수답으로 하늘만 처다보
는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말씀에 무슨 그런것도 있나 했지요
최근에 신문을 보아도 작은 나라에서 외국으로 수출하는 부문도 그렇고
우리나라에는 IT기업으로 고작6~7위 한가지 뿐인데 일본은 3~4개의
세계를 지배하는 기술도약을 보면서 역시 대단한 나라라는 것을 느낌니다.
하지만 세상은 고른 것이기에 그렇게 좋은 점만 있는 반면 화산과 태풍이
또하나의 장애물로 삶을 핍박하게 만드는 요인도 있는가 봅니다.
"다른 일본을 보다" 공감에글 잘 배독하고 갑니다.
항상 건안하시길 기원 합니다.
박목철
정찬열 이사님 반갑습니다. 이사님은 제가 좋아하는 분 중에 한 분이십니다. 마음속으로는 늘 평안하셨으면 하는 바램을 품는답니다. 늘 건강하시고 기가 넘치는 좋은 모습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 날씨가 더워집니다. 평안하세요,
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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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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