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박목철
ㆍ작성일	2019-04-09 10:30

ㆍIP: 175.xxx.194

말 보러 가요,

애들을 데리고 놀아보면 애들은 아무리 재미있는 일도 오래 집중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애를 잘 보려면 애들의 이런 특징을 잘 살펴 놀이의 방법을 미리미리 바꿔 줘야 한다.
애를 보는 입장에서는 귀찮은 일이지만, 애가 좋아한다고 한가지 놀이로 시간을 끌려 하면
애가 짜증을 내거나 하던 놀이를 팽개치고 다른 놀이를 스스로 찾게 마련이다.
또 하나, 어른이 생각할 때 아주 재미있어 할 것이라는 예상과 애의 반응은 아주 다르다는 것이다.
장난감도 비싼 돈을 주고 사 준 것은 쉽게 싫증을 느끼면서, 하잖은 일상의 물건을 아주 흥미 있게
가지고 노는 것을 보게 되기도 하니 말이다. (원격 자동차 시동키를 빼서 총이라고 쏘는 흉내를
내며 노는데, 가기만 면 주머니에서 키를 꺼내 이 사람 저 사람 겨누며 쏘는 시늉을 한다)

근래 들어 둘째 손주를 데리고 노는 일이 잦아졌다.
집안에서 지내는 일이 많다 보니 바깥 구경을 시켜주는 할배를 보면 그렇게 반가워할 수가 없다.
으레 제 외출복을 꺼내 와서 입혀 달라고 하거나, 어디를 가자고 통사정을 하기도 하는데
그 목소리가 그렇게 간절하고 이쁠 수가 없다. 애를 달랠 때 쓰는 어른들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 하는데, 부탁을 할 때는 그런 말투로 해야 한다는 애 나름의 처세인듯 해 더욱 안쓰럽다.
하지만, 녀석의 말이 늦다 보니 표현이 서툴러 새겨 들어야 어디를 가자는 지 알 수가 있다.
"공 차고 미끄럼 타러가자-아!" 이건 제 형이 다니는 학교 운동장에 가서 놀고 싶다는 뜻이고
"총 쏘러 가자-아!" 하는 건 한국 콘도나 대명 콘도에 있는 오락실에 가자는 의미 이다.
"이모 집에 가서 개 보자-아! 라고 하면 이모집에 가서 텃밭에서 놀고 싶다는 표현이다.
(부탁을 할 때는 말 끝을 길게 빼며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다)

앞에서도 얘기 했지만, 애들은 같은 놀이를 오래 하지 않으려는 특징이 있다.
손주룰 데리고 나올 때는 시간을 계산 해 어디서 뭘 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한다.
한 곳에서 실증을 느끼기 전에 다음 놀이로 바꿔주어야 애가 계속 재미있게 놀게 되기 때문이다.
애를 데리고 나올 때는 제 엄마나 할머니가 그동안이라도 쉬게 하자는 뜻도 있어 가능하면
충분히 놀게 하려고 노력도 한다. 애도 충분히 놀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기도 해 이런 경우 우는 애를 떼 놓고 와야 하는 내키지 않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웬만하면 실컷 놀게 해 주려고 하지만, 녀석이 뭘 먹지 않으려 해 끼니를 지난 시간까지 데리고
놀려면 배가 고프지 않을까 마음이 쓰여 그것도 어렵다.

"할배 말 보러 갈까- 아!" "아빠 말 보러 가요"
(녀석은 아무리 할배라고 하라 해도 시킬 때만 할배 했다가 바로 아빠로 호칭이 바뀐다)
언제부터인가 말을 보러 가자고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말을 보러 갈 곳은 없었기에
"그러자-아" 대답은 했지만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답답하기만 했다.
"대한아! 말 보러 가는 게 어디야?" 묻긴 했지만, 녀석이 어디라고 대답할 리가 없지 않나?
돌아온 대답은 "아빠 말 보러 가요" 답답함 만 더할 뿐이었다.

집에서 자다가 갑자기 애가 말하는 말 보러 가자는 곳이 어디인지가 떠 올랐다.
양평군에서 만든 휴양시설에 -쉬자 파크_ 라는 곳이 있다. 군에서 공을 들여 산책 코스를 잘
가꿔 놓은 곳으로 언젠가 애를 유모차에 태워 산책도 하고 놀게 한 적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인근에 승마장이 있었던지 말을 탄 사람들이 외승(外乘)을 나온 듯 도로로 몰려
나왔고 잠시 차를 세우고 그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쉬자 파크에 들렸다가 순간적으로
지나간 일이기에 깜빡 잊고 있었는데, 애는 쉬자파크를 말과 연관 시켜 생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미끄럼 틀도 있고, 조형물도 있고 나무를 잘 깔아놓은 산책로도 있어 잘 놀았는데, 애 나름
이곳이 좋았다고 생각해서 다시 가보자고 했지만, 말은 쉬자파크와 관련이 없기에 손주가
말보러 가자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던 것이다.

어디인지를 알았으니 바로 가기로 했다. "대한아! 말 보러 갈까?" "할배 말 보러 가자-아"
녀석이 그렇게 좋아 할 수가 없었다. 쉬자파크에 있는 카페에서 빵도 사 먹이고 딸기 쉐이크도
사 먹였다. 유모차를 타지 않고 걷겠다고 해 맘껏 뛰게 했다.
태어난지 만 3년이 갓 지나 표현이 서툰 손주와, 삶의 한 甲子를 훌쩍 지난 할배가 뜻이 통해
말 보러 가자고 왔지만 말은 물론 없었다.
봄 햇살은 따사했고, 비탈길에 혹시 넘어지면 하고 잡은 손주의 손도 따뜻했다.
내가 행복했으니 녀석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말(馬)은 없었지만 할배도 손주도 말을 찾지 않았다.
말은 교감의 매개였을 뿐이니까,

김상화 2019-04-09 16:27	손주를 본다고 할까? 논다고 할까? 아무튼 귀여운 손자와 놀고 계시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애들의 비위를 맞추며 논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외손자들이 오면 걱정이 앞섭니다 어떻게 저놈들의 비위를 맞춰 즐겁게 만들어 줄까 하는 생각 때문이지요 박목철 작가님 반갑습니다 4월의 세상은 아름다운 꽃으로 천지를 덮었습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4월 어느 날 시간을 내 대포 한잔해야지요. ㅎ 좋은 일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정찬열 2019-04-10 18:41	역시 노년이 되면 뭐니 뭐니 해도 손자 손녀 보는 사랑에 시간 가는 줄 모른가 봅니다. 어린 아기를 보면 하나하나 모두가 이쁨으로 보이는 건 저역시도 나이가 들었다는 증표일까요 손자손녀들과 함께하시는 경지에글 공감하며 소운 작가님에 글 즐겁게 배독하고 갑니다. 꽃비 내리는 4월도 중심에서 항상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김경렬 2019-04-11 06:09	어린 손자들과 함께하는시간처럼 행복한 순간은 없지 싶습니다. 봄의 생기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기원합니다.

장춘희 2019-04-15 15:25	60년, 70년의 차이를 뛰어 넘는 언어의 소통은 말이 아니고 사랑인가 합니다. 할아버지를 조르는 모습의 손주와 손주를 바라보는 애정어린 할아버지의 시선이 눈앞에 보는 듯 느껴집니다.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다른 일본을 보다.

진눈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