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6-10-31 11:57

ㆍIP: 220.xxx.79

팔공산을 오르다.

팔공산에 오르다. // 황우 목사 백낙은.

며칠 전이다. 교회 산악회가 대구 근교에 있는 팔공산을 간다고 하기에 따라나섰다. 어렴풋이 알고 있는 터였지만 팔공산은 많은 애환을 가진 산이었기 때문이다.
팔공산은 크게 두 번의 전투로 말미암아 수많은 젊은이가 희생된 곳이기 때문에 유명한 산이다.

그 첫 번째로는 후백제 견훤과 고려의 왕건과의 최대 격전지였다. 팔공산은 한자로 八空山이 아니고 八公山으로, 그 이름이 유래 된 것은 왕건이 여기서 대패하여 그의 여덟 명의 장수가 전사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그 전쟁이 이 지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그때 불렀던 지명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파군(派軍)재는 불로동에서 동화사와 파계사로 갈리는 길목에 있는 재를 가리키는데, 왕건의 신하 신숭겸 장군과 그의 군사가 견훤 군에 패해서 흩어진 곳으로, 파계사로 넘어가는 고개를 아래 파군 재라 하고, 2차로 패한 동화사로 넘어가는 고개를 위 파군 재라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왕리(失王里)라는 지명은 왕건이 팔공산 전투에서 포위망을 뚫고 도망치면서 나무꾼으로부터 주먹밥을 얻어먹고 허기를 면했는데, 그 나무꾼이 나무를 다 하고 돌아와 보니 사람은 간데없었지만, 그가 왕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왕을 잃었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팔공산 전투에서 패하고 견훤에게 쫓긴 왕건이 3일 동안 숨어 지냈던 곳이 왕굴인데, 견훤의 군사가 왕건을 쫓다가 굴 입구를 보니 거미줄이 쳐져 있어 돌아갔다는 것이다.

왕건이 이 절에서 쉬어갔다고 임휴사(臨休寺), 왕건이 팔공산 전투에서 대패하고 이곳으로 은밀히 숨어들었다고 하여 은적사(隱蹟寺), 왕건이 전투에서 대패하고 지금의 반야월에 이르니, 한밤중인데 반달이 떠 있었다고 해서 반야월(半夜月)이라고 했단다.

그리고 불로동(不老洞)은 나이든 사람들은 모두 전쟁터로 끌려가고 어린이들만 남아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고, 왕산(王山)은 신숭겸 장군 사당인 표충사의 뒷산인데, 적군에 포위된 왕건이 이 산 때문에 살았다 하여 왕산이라 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전투는 6·25 때 남북 간에 있었던 전투이다. 1950년 9월 5일부터 15일까지 열흘 동안 피아간 1만 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격전지였다. 이 전투에서 패했다면 우리나라는 존속하지 못하고 공산화가 되었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당시 우리 군은 학도병이 주를 이루었는데 제대로 총을 쏠 줄도 몰랐으며 총도 없는 병사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앞의 병사가 쓰러지면 뒤따르는 병사가 그 총을 주워가지고 나가 싸웠다는 것이다.

동아 집단 시설지구에서 조금 오르니 야영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거기서 염불암과 염불봉을 거쳐 동봉이라 불리는 미타봉까지 3.4km이다.
염불암을 오르는 길 좌우편에 무슨 소원을 담았는지는 모르지만 백여 개도 넘는 돌탑들이 묵묵히 서 있다.

여기 어느 지점에는 아직도 발굴되지 못한 이름 없는 영령들이 누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하고 보니, 바람 소리나 물소리도 예사롭지 않았다. 바람 소리는 그 많은 영령의 한숨이요,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는 그 영령들의 울부짖음이며, 바람에 흩날리는 안개는 그 영령들의 혼백이리라.

몇 개의 바위산을 넘고 넘어 1,167m인 동봉에 오르니 1,193m의 비로봉이 눈앞이다. 날씨가 흐린데도 꾀나 많은 등산객이 도착해 있었다.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는 노인에게 연세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일흔다섯이란다. 그래서 우리 집사람은 일흔다섯이고 나는 일흔아홉이라고 했더니 놀라면서 엄지를 치켜세운다.

전에도 이 팔공산을 몇 번이나 올랐지만 이번에는 감회가 더욱 새롭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이 호화는 선조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 위에 세워진 누각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고 돌아온 것이 이번 등산의 수확이라 하겠다.

만추의 낙엽. (팔공산의 흩어진 낙엽을 밟으며)

마지막 이별인 줄도 모른 채
안간힘으로 매달렸던
목숨 줄 놓아 버리고
한 치 앞도 모르는
긴 여행을 떠나는 만추의 낙엽.

안개비 맞으며
바람에 흩날리는
정처 없는 여행길이 서럽다.

그래도 사람들은
낙엽 밟는 소리가 좋다지만
영령들의 몸 으스러지는
단말마요 곡소리라는 것을 왜 모를까.

모두 좋은 세상이라고
정신 줄 놓고 살지만
언젠가는 외로운 낙엽 되어
심해로 흘러갈 운명인데도
히죽거리며 사는 우리네 인생.

김경렬 2016-10-31 15:11	위원장님 덕분에 대구 팔공상의 역사를 자세히 공부하였습니다. 35년전에 잠간 결혼식에 대구를 갔다가 하객 몇분과 팔공산을 찾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기차시간 틈새시간에 갔기에 중간쯤에서 하산 했던것 같아요. 그날의 추억도 새롭네요. 잘다녀 오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올 가을 여행을 접고 겨울 여행을 갈까 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건안건필 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2016-10-31 20:43	《Re》김경렬 작가님. 눈을 그렇게 무리하셔도 되는지요. 전도서 12장을 보면 노년에 나타나는 현상을 소상하게 그려 놓고 있습니다. 해와 달인 총명도 둔해지고, 집을 지키는 허리도 구부러 지고, 맷돌질 하는 잇발도 빠지고, 창들로 내다보는 눈도 어두워 진다고 말입니다. 저도 요즘 집을 지키는 허리가 좋지 않아 병원을 한 번 가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쪼록 기온이 급강하는 요즘 건강 잘 챙기시고 건필하시기를 빕니다.

이석희 2016-10-31 23:48	불초 소생이 한 이십 년 그곳 대구에서 살았다는 것 아닙니까? 이 글을 보니 대구 팔공산의 모습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30대와 40대를 거기에서 살았으니 젊은 날의 추억은 또 얼마나 켜켜이 쌓였을지 가늠되실 것입니다. 한 4년쯤 전에 갓바위에 다녀왔습니다. 집단 시설지구에서 막걸리 한 잔에 지친 몸을 쉬었지만 그 옛날 구불구불한 골목길 가에 늘어선 상가들이 없으니 운치도 없고 재미가 적더이다. 위원장님의 글을 추억을 더듬으며 단숨에 읽어 버렸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찬열 2016-11-01 09:21	계략적인 팔공산 전투가 심했다는 예기는 들었습니다만 작가님께서 말씀해주신 세심한 유례와 전설이 있는줄을 새롭게 알게되었습니다. 10년전에 팔공산 을 돌아보려 차로 들어가다 워낙 차가 막혀 내부 깊은 곳까지 가지못하고 돌아온 일이 있었습니다. 좋은 역사와 전설 잘 배독했습니다. 늘 건안 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6-11-01 15:37	《Re》이석희 작가님. 그러시군요. 대구에 사신 분앞에서 감히 공자 앞에서 문자 썼나 봅니다. 멋진 풍경들이 개발요구에 밀려 많이 사라지고 있음을 저도 안타깝게 여깁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고르지 못한 날씨에 모쪼록 건안하시고 향필 하시기를 빕니다.

백낙은 2016-11-01 15:42	《Re》정찬열 작가님, 팔공산에 오셨다가 그냥 가셨군요. 사실 저는 무등산이 더 그립습니다. 제가 광주에서 군복무를 할 때 통신소 건설 하느라고 모래 부대 짊어지고 두 번 올라 갔었지요. 31사단에 건무할 때인데 그 때 무등산 수박 싫컨 먹엇답니다.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은데 내 생애 이뤄 질른지 모르겠습니다. 댓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건투하시기를 기도합니다.

김종근 2016-11-02 19:44	백낙은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팔공산 다녀오셨군요. 저도 금년 현충일에 다녀왔었습니다. 위원장님은 정말 대단한 체력을 가지셨습니다. 젊은 사람들도 쉽게 오르지 못하는 산을 다녀오셨다니요. 이제 연세도 있으신데 무리한 운동은 가급적 피해야 할것으로 생각됩니다.팔공산의 유래에 대해 소상히 배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편안한 저녁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백낙은 2016-11-02 20:31	《Re》김종근 님 , 안녕하세요.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배추가 자라다가 마는 것 같습니다. 좀 늦게 심었더니 김장꺼리가 안 될 것 같네요. 이제 추수는 왠만큼 하셨겠지요. 하시는 사업도 흥왕하시기를 바라고 모든 일이 뜻대로 이뤄 지시기를 빕니다.

김동호 2020-03-28 19:52	태조왕건이라는 드라마를 초등학교 때 봤습니다. 팔공산이라는 산은 태조 왕건이 산전수전 겪고 목숨만 부지하고 탈출했던 장소라고 했습니다. 또한 팔공산에 여러번 가봤습니다. 산을 좋아하지 않은 저로써는 짧고 그리 높지 않은 산인 것 같았습니다..^^

집단 우울증에 걸린 나라.

임 마중 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