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6-10-13 12:06

ㆍIP: 220.xxx.79

참 좋은 세상이야!

참 좋은 세상이야! // 황우 목사 백낙은.

옛날 우리가 어릴 때는 잔병치레를 많이 했었다. 장질부사나 홍역 같은 무서운 돌림병도 많았지만, 말라리아나 속앓이, 그리고 눈병과 같은 병도 많았다. 지금이라면 병원에 한두 번 가면 나을 병이지만, 그냥 내버려 두었으니 앓는 기간이 여간 긴 것이 아니었다.

홍역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홍역이 동리를 한 번 지나가면 이 집 저 집에서 곡소리가 나곤 했다. 그래서 돌이 지나도록 출생신고를 하지 않다가 홍역과 같은 돌림병이 지나가고 나면 그제야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다른 동네는 잘 모르지만, 우리 동네는 홍역을 앓다가 죽은 아기들을 바로 장례 하지 않고 수장(樹葬)을 지냈다. 초등학교 옆 언덕에 아람 도리 참나무가 많이 있었는데, 그 참나무에 아기 시신을 천으로 싸서 올려놓은 것을 자주 보곤 했다. 그러다가 얼마의 기간이 지나면 땅에다가 묻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어릴 때 특히 눈병을 많이 앓았다. 병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아무리 아파도 자연적으로 치료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항상 눈곱을 주절주절 매달고 다녔다.
눈병을 앓게 되면 할머니께서 나를 데리고 부엌 앞으로 가신다. 해가 돋는 것을 지켜보시다가, 해가 솟아오르면 그 해를 보고 바로 서게 하신 다음, 조왕신께 두 손을 모아 비신다. “우리 손자 낙원이가 눈병에 걸렸습니다. 조왕신이시여! 제발 이 눈병을 거두어 가 주소서”하고 말이다.

그다음 부엌칼을 가지고 오셔서 내가 선 자리에 표를 하고 나를 물러나게 한 다음 그 자리를 칼끝으로 이물질이 나올 때까지 땅을 판다. 그러면 거기서 십중팔구는 숯검정이 나오거나 다른 이물질이 나온다. 그 이물질을 제거하신 다음에 내 눈병이 다 나았음을 선포하신다. 그러면 확실히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또 다른 눈병이 있는데 눈 다래끼[안검염](眼瞼炎)이다. 눈에 다래끼가 생기면 먼저 속눈썹을 몇 개 뽑아서 그것을 가지고 한길로 나가신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에 납작한 돌로 고인돌처럼 비석을 세우고 그 속에 눈썹을 넣어 둔다. 만약 다른 사람이 길을 가다가 그 비석을 밟으면, 나는 눈병이 낫고 그 사람은 눈병이 걸린다는 것이다. 눈병이 곧 나았던 기억은 없지만 이런 처방들이 암시 효과나 최면작용이 있었던지 아픈 것이 다소 감소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며칠 전이다. 우리 부부가 백내장 수술을 했는데 젊은이 못지않게 먼 곳까지 잘 보인다. 그래도 치료차 안과에 들렀더니, 어쩌면 그렇게 사람이 많은지 세 시간가량 걸려 치료를 마칠 수 있었다. 대기실에서 할 일 없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양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하고 수건으로 손목을 가린 한 사람을 데리고 교도관 두 사람이 안과를 찾아온 것이다.

수갑을 차고 있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죄를 저지른 죄수인 모양이다.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죄인이 되는 것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아니하다는 생각이 든다.
죄라는 것도 작정하고 지을 수도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말다툼이나 장난으로 시작했던 것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릴 때 더러 했던 과일 서리나 닭서리 등은 그때는 장난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수갑을 차야 하는 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예비 죄수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죄수 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교도관 두 사람을 동행시키기까지 국가가 경제적인 부담을 안고, 치료를 해 주는 것을 보아도 그렇고, 여든이 가까운 늙은이 눈도 환하게 밝혀주는 것을 보니, 참 좋은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지마는 유럽의 어떤 국가에서는 “우리 교도소엔 죄수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정문에 흰 깃발을 꽂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적으로 36개의 교도소와 14개의 구치소, 그리고 육군 교도소와 민영교도소를 합하면 52개의 교도소가 있다. 앞으로 세 개의 교도소가 더 개소한다고 하니 그러면 55개의 교정시설이 되는 셈이다. 거기에 수용된 사람이 6만여 명에 이르고 더욱 더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좀 더 밝고 맑고 깨끗한 나라가 되어 55개의 교정시설에 죄수가 한 사람도 없음을 알리는 흰 깃발이 올라가는 날이 속이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응규 2016-10-13 13:58	백낙은 작가님 어릴때 눈병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데 저도 겪은 일이라 공가 백프로입니다 오늘도 백낙은 작가님의 좋은 글 행복하게 배독합니다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6-10-13 14:16	《Re》주응규 님 , 작가님도 경험하셨나보네요. 그 때는 그게 최선이었으니까요.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늘 은안하소서.

이석희 2016-10-13 16:08	백낙은 작가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와 거의 흡사한 경험이 많아서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다래끼라는 놈 참 많이도 같이 다녔습니다. 할머니의 잡귀신 쫓는 마음만은 예나 지금이나 같겠지만 그 모습만은 사라지고 없으니 좀 재미 없는 세상이 되었어요. 우리 모두 예비 죄인, 예비 장애인 참 그럴 것 같아요. 나는 절대 안 그럴 것 같지만 곰곰 생각해 볼 일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백낙은 2016-10-13 21:21	《Re》이석희 작가님, 공감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미신이라고 웃어 넘길 일이지만 나이든 우리에게는 추억이랍니다. 자녀 손들을 아끼는 어버이의 마음이구요. 감사합니다. 늘 은안하소서.

정찬열 2016-10-14 15:28	백낙은 황우 작가님! 요즘 세대들한테 이런 글을 보여주면 믿기나 할까요 너무나 생소하게 달라진 좋은 세상에서만 자라난 애들말입니다. 말씀 마따나 1994년 동남아 여행중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를 갔을때 싱가포르에서 안내 가이드가 교도소엔 죄수가 없어 지금은 하얀깃발이 꽂아졌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좋아진 "참 세상이야기" 좋은글 감사히 배독했습니다.

백낙은 2016-10-14 21:13	《Re》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다른 나라가 아니고 싱가포르 군요. 유럽이라 한 것도 정정해야 겠습니다. 교도소에 흰 가시발이 올라갈 그날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작가님. 고운 발걸음 감사드리옵고 늘 은혜중 평안하시길 기도합니다.

김상화 2016-10-15 07:25	백낙은 위원장님 4~50년대 우리나라 풍습이야기릉 어찌 그렇게 재미있게 빚으셨는지 참 재미있습니다 저도 위원장님께서 쓰신 글과같이 어릴적에 똑 같았던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위원장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2016-10-15 09:37	《Re》김상화 님 , 작가님이 올려 주시는 산행 기록을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이런 산행기는 몸으로 행동하면서 쓰기가 무척 어려운 법인데 아주 자세하게 기록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안, 건필하셔요.

김경렬 2016-10-15 10:06	"참 좋은 세상이야!" 한쪽 눈으로 한달음에 배독 하였습니다. 공감가득 한표꾹! 하얀 깃발 소망에 박수 ㅉ짝 합니다. 며칠전에 백내장 수술과 망막 수술을 했습니다. 호사다마입니다. 겹경사후에 갑자기 시력이 떨어져 안병원을 찾았더니 여러 검사를 한후에 빨리 수술을 해햐 한다고 했습니다. 한시간반여 수술을 했는데 두번 할건 아니였습니다. 한달간 안약을 달고 다녀야하고 보안경이나 선그라스를 써야 합니다. 촛점이 맞지않아 한쪽눈을 사용하자니 많이 불편합니다. 자주 들리지 못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2016-10-15 20:58	《Re》김경렬 님 , 수술은 내가 작가님 보다 선배랍니다. 저도 얼마동안 선그라스 쓰고 다녔는데 작가님이 멋진 모자 쓰고 썬그라스 착용하면 아주 멋질 것 같습니다. 귀찮아도 빠지지 말고 치료 잘하세요. 저는 아직도 완전하지는 않답니다. 눈 한쪽으로 많이 불편하신데도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밝아진 눈으로 새 세상 보세요. 은안하시길 빕니다.

김려숙 2016-10-16 21:08	정말 좋은 세상, 좋아진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요즘의 세태에서는 어느새 까마득한 옛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너무 리얼하며 재미있게 써 나려가신 우리들의 옛 모습을 보니 얼마나 우리나라가 발전 하였는가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됩니다 무심히 저지를 수 있는 죄, 자신을 파멸시키는 죄는 우리 곁에서 영원히 없어졌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위원장님 훌륭하시고 뜻깊은 말씀에 공감 백배하며 배독합니다 언제나 즐거운 날들 되시기 기원합니다 ~

백낙은 2016-10-18 20:29	《Re》김려숙 작가님, 제가 느끼기에도 제 경험담이 딴 세상 일인듯하여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어제와 오늘 한반도 지형과 설악산 등지를 다녀 왔습니다만 역시 좋은 세상임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4통5달 도로에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제 글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소식 자주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은안하소서.

임 마중 가다.

제주 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