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6-10-20 11:41

ㆍIP: 220.xxx.79

임 마중 가다.

임 마중 가다. // 황우 목사 백낙은.

임이 오신다는 전갈이 빗발쳐
열 일 제치고 300여 km 나 달려
영월군 한반도 지형에 다다르니
삼면이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채
호랑이 한 마리가 대륙을 향해
당장 달려갈 기세로 웅크리고 있다.

푸른 동해바다 독도 위치에
태극기 휘날리며 뗏목 배가 두둥실 떴고
고구려 제19대 광개토대왕이
장검 빼 든 채 천리마 타고
만주 벌판을 달리는 모습 눈에 선한데
동토(凍土)엔 살려 달라는 아우성이 한창이다.

그다음으로 입석을 돌아드니
오래전 “가을로” 촬영지였던 곳에
70m 높이의 아찔한 두 개의 입석이
서강의 푸른 물결 충암절벽과 어우러져
절세의 화가가 그린 산수화처럼 펼쳐졌고
단종의 유배 길은 그때의 슬픔을 간직한 듯
수풀로 우거진 채 풀벌레 소리만 요란하다.

지척에 있는 장릉에 이르니
조선 제6대 비애의 왕 단종은
아직도 두려움에 떨며 아무 말도 못 하고
그 안에 계신지 안 계신지 모르지만
이름도 없는 나지막한 산등성이에
신하 두 사람. 말 두 필만 앞세운 채
왕릉답지도 않게 초라하게 누워계신다.

그 앞에 많은 수목들 중에
홍송 두어 그루가 하늘을 찌를 듯
사육신 일편단심 기백을 말해 준다.
(2015년 11월에 쓴 홍송이라는 시가 생각나 올린다.)

홍송(紅松) // 황우 목사 백낙원.

세상이 모두 칙칙한 얼굴인데
왕자(王子)의 기상인가
양귀비의 나신(裸身)인가
붉은빛 고고한 자태로
홀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는구나.

고운 결에 견고한 심지는
사또의 칼날에도 굴하지 않는
춘향 닮은 한결같은 절개로
구중궁궐 직조(織造)하던 너
지금도 산천을 호령하는구나.

천만이 하여가(何如歌)를 불러도
단심가(丹心歌)로 답하는
포은(圃隱)의 기백이
네 핏속에 응어리로 남아
한 세상 금수강산을 노래하려무나.
(2015년 11월)

고운임 머무신다는 소식에
기수 돌려 설악산 권금성으로 향하니
사통오달 도로도 모자라는 지
여기저기 새 도로가 생겨나면서
좁은 국토를 좀먹어 들어가고
백두대간 정기를 끊어 마음이 아리다.

잘 뚫린 사통오달 도로들처럼
우리 국운도 그랬으면 좋으련만
꽉 막혀 버린 요즘 정치판을 보니
가슴 한가운데 총이라도 맞은 듯
답답하니 이 일을 어이하면 좋을꼬.

차 안의 예쁜 아가씨 목소리 안내 따라
태백의 용연동굴에 다다르니
설악에서도 보지 못한 꽃단장한 우리 님이
치마폭을 휘날리며 날 마중하려
산 아래로 달려 내려오고 계신다.

전국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했다는
천년 동굴마을을 30여 분간 둘러보니
지옥으로 가는 길과 천국의 계단이 나뉘고
기기묘묘(奇奇妙妙) 종유석의 도열이 장관이다.

포항으로 오는 427 국도와 416번 도로
길 좌우편에 펼쳐진 산 높고 물 맑은 산하는
신선이 놀다 갔는지 속세를 떠났다.
아! 삼천리금수강산. 우리나라 좋을시고!
(사진은 http://blog.daum.net/nakwoun 에 있습니다.)

김경렬 2016-10-20 13:39	한달음에 배독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눈이 피곤해서 오늘은 그만 나가서 쉬어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석희 2016-10-20 14:36	소년 단종이 유배되어 지내면서 올라가 북녘에 있는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눈물지었을 그 고개 마루를 올랐을 때 나도 덩달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답니다. 단종이 비명에 가시고 왕방현이 몰래 시신을 거두고 흐르는 물가에 앉아 읊었다는 '고운님 여의옵고' 시조는 또 얼마나 구슬픈지... 청령포는 또 하나의 눈물 그 자체입니다. 저도 한반도와 그 주변을 돌아온 적이 있었답니다. 그 시절로 돌아갔다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정찬열 2016-10-20 15:41	역사가 한눈에들어오는 의미깊은 시심에 감동으로 배독합니다. 지게깊은 紅松에 엮어지는 시향이 더욱 감미롭습니다. 감사히 배독합니다. 건안을 빕니다.

백낙은 2016-10-20 15:57	《Re》김경렬 님, 아직도 눈이 많이 불편하시군요. 따뜻한 물수건으로 찜질을 하시면 좀 좋아지더군요. 어서 완쾌 하시기를 빕니다. 늘 은안하소서.

백낙은 2016-10-20 16:01	《Re》이석희 작가님, 작가님도 그 곳을 다녀 오셨군요. 저의 역사에 대한 무식으로 깊이있게 그려내지 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옛날 역사를 좀더 공부해야할 것 같습니다. 들려 주시고 고운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계절에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은안하소서.

백낙은 2016-10-20 16:04	《Re》정찬열 작간님. 이렇게 찾아 주시고 격려해 주시니 더욱 힘이 납니다. 촉박한 일정이라 더 길이 있게 살피지 못해 아쉽습니다. 어서 통일이 되면 선죽교 피다리를 한 번 가 보고 싶어 지네요. 환절기에 건강 유념하십시요. 고맙습니다. 은안하소서.

김상화 2016-10-22 18:51	행복한 나들이를 하신 것 같습니다 위원장님 가을의 정취를 가슴에 담고 눈에 담아 행복해야 할 시기인데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고생 길입니다 차가 얼마나 많이 밀리는지 그러려니 하고 가야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집니다 위원장님 좋은 글 잘 배 독하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2016-10-22 20:52	《Re》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그래서 권금성에 올라 단풍맞이 하려고 하루 전에 출발하여 한반도 지형에 갔던 것입니다. 설악산 근처에서 자고 아침 일찍 권금성에 갔다가 11시쯤 내려 오는데 주차장도 만원이고 길도 만원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울산바위까지 갔었는데 올해는 좀 무리일 것 같아 참았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계절 되시기 빕니다.

장계숙 2016-10-30 07:49	아름다운 영월에 다녀오셨네요. 역사적으로도 의미있는 곳입니다. 얼마전 김삿갓 문학축제가 있어서 구경도 하고 좋은 행사에 함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강원지회 모임을 그곳에서 했는데 저도 처음 다녀왔습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지만~ 멋진 풍경과 역사적 의미를 잘 설명해 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 하고 갑니다. 멋진 시도 감동입니다. 늘 멋진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백낙은 2016-10-30 10:15	《Re》장계숙 시인님. 항상 멋진 댓글로 격려해 주시니 더 부끄러워 집니다. 시인님의 격려 힘입어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좋은 계절입니다.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건필하시고 행복하소서. 샬롬입니다.

팔공산을 오르다.

참 좋은 세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