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백낙은
ㆍ작성일	2017-04-14 10:59

ㆍIP: 221.xxx.92

양코배기에게 예(禮)를 배우다.

양코배기에게 예(禮)를 배우다. // 황우 목사 백낙은.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1929년 동아일보에 기고한 ‘빛나던 아세아 등촉(燈燭)’이란 시에서 우리 조선을 ‘동방의 밝은 빛’으로 묘사했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는 시 말이다. 이런 시에 심취한 나는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며 살았다.

그런데 내가 오래전에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왜(倭)놈이라고 천시했던 일본을 처음 본 나의 소감은 톱니바퀴 같이 원활한 사회 같이 보였고, 예(禮)의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사람이라고 급한 일이 없을까마는 우리처럼 뛰어다니는 것을 보지 못했고, 질서가 정연하고 사람들은 공손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자녀를 외국에 보낼 기회가 있으면 일본부터 먼저 보내라는 말을 하곤 했었다. 그 후로도 몇 번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생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기회가 되어 양코배기라고 얕잡아보았던 미국을 방문하고부터 역시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우리나라가 과거 동방예의지국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고 말았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어디에 예(禮)가 있고, 어디에 의(義)가 있으며, 도덕(道德)이 있는가 말이다. 인의예지(仁義禮智)나 삼강오륜(三綱五倫)은 오래전에 엿 바꾸어 먹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가 없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예(禮)가 무엇인가? 옛사람들은 그것을 인사(人事)라고 했다. 인사(人事)가 괜히 인사(人事)인가.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곧 인사(人事)라는 것을 한자(漢字) 속에 담아 놓은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이 사람의 도리인 인사(人事)를 망각하고 말았다. 으슥한 골목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서먹한 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때 어느 쪽이라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人事)를 하면 곧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런데 우리는 쭈뼛거리면서도 그냥 지나치는 것이 보통이다.
한번은 내가 좁은 골목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자전거를 어중간하게 세워 두어서 자가용이 빠져 나가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내가 그 자전거를 길가로 치워 주었는데 자가용 운전자는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그냥 지나가고 마는 것이었다. 이것이 오늘 우리나라 예의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은 한적한 길에서나 호텔 복도에서 서로 마주치면 “굿모닝”이라고 하거나, “하이”라는 인사를 한다. 더러는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서툰 발음이긴 하지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나가다가 어깨가 서로 부딪거나 발뒤축을 밟아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았다. 서로가 먼저랄 것도 없이 “파돈 미”(pardon me) 또는 “익스큐스 미”(excuse me)라고 말한다.

그 외에도 배울 점이 여러 가지 있지만, 질서를 지킨다는 것이다. 우리는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줄을 설 때면 앞사람과 밀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뒷사람에게 떠밀려가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들은 앞사람의 몸에 닿거나 그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그리고 차량 질서는 정말 배울만했다. 우선멈춤에선 꼭 차를 멈췄다가 다시 출발한다. 그리고 신호기가 없는 교차로에서 교행 할 때는 One By One 원칙을 지킨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보행자 우선이라는 사실이다. 신호기가 없는 건널목에 서 있으면 사람을 먼저 가도록 수신호를 한다. 우리가 꼭 배워야 할 교통도덕이라 여긴다.

그럼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부끄러운 사회가 되었으며, 그 원인이 무엇인가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가장 짧은 기간에 세계 10대 무역 강국이 되는 과정에서 물질적인 것만 보고 달리느라 그보다 더 귀한 정신적 유산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산업사회가 되면서부터 가정(家庭)의 소중함을 잊어버렸고 동시에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데서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손하게 인사를 잘해라. 자세를 곧게 해라.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거든 너도 먹어라. 쩝쩝하고 소리 내지 마라. 다른 사람이 말할 때 끼어들지 마라. 형제들끼리 우애해라. 친구하고는 사이좋게 지내라. 등등이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독방문화”의 창궐로 가정이 와해되어 이런 기초적인 밥상머리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현대 가정(家庭)은 가(家)는 있으나 정(庭)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대화의 공간인 정(庭) 즉 뜰이 없으므로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졌기 때문에 예(禮)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의 명예를 되찾으려면 무엇보다 먼저 가정(家庭)의 소중함을 재인식하고 가정을 되살릴 뿐만 아니라, 밥상머리 교육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경렬

2017-04-14 12:11

글만 배독하고 나가서 죄송합니다.
양코베기 예~~ 깊이 공감합니다.
더우기 요즘엔 사춘기가 초등 생부터 시작하므로
옛날 밥상머리 교육이 어릴때 스폰지가 되어야 하는데,
옳은 소리를 잔소리라 반발하므로 중학생만 되어도 힘이 듭니다.
(우리집 손자들 중1,2,3,세놈 모두 제왕 입니다)
제 말만 조금 먹히는건 눈높이로 대하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한계가 있답니다.
긴 앞날을 생각해서 심성교육은 학교와 교회에서 중점적으로 이루워 져야 하지않을까 합니다.
훌륭한 지적 감사합니다.


백낙은	김경렬 작가님. 반갑습니다. 요즘은 아이들이 제왕이 되고 부모는 그 비위를 맞추느라 애쓰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는 부모님께서 "안 돼"라고 말씀하시면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세상이 그런걸 어쩌겠습니까.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난주간이면서 성 금요일이네요. 늘 건안하시고 행복하소서.	4/14 13:56

이석희

2017-04-14 14:44

위원장님!
위원장님이 오시니까 서재에 불켜지는 날이 많은 것 같아 즐겁습니다. 오늘의 예의 교육이야 아무리 강조하여도 모자랄 지경이지요. 저의 경우를 말씀드려 봅니다. 저는 할아버지는 기억이 없습니다. 아버지와 숙부 당숙 몇 분이 계셨는데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야단만 치십니다. 어떤 때는 내가 어째서 꾸중을 듣는지도 모릅니다. 서른 살이 되도록 이렇게 살았습니다, 사체가 이러다 보니 슬그머니 옹심이 자리를 틉니다. 물론 나에게도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나도 빼딱하니까요. 이런 문화는 어쩌면 유교의 영향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하지만 일본은 일찍이 서양의 문화를 받아들여서 우리와는 다른 문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았을까 하고 말입니다. 오늘날도 거의 모든 젊은 부모들이 성적과 돈 두가지에 온 정신이 꽂혀서 헤어날 수가 없고 자녀에게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는 이도 없으니 아이들이 무얼 보고 배울까 싶습니다. 성적이 우수해야 하고 돈이 없으면 성적도 장담을 못하는 상황에서 예의교육이 설 자리는 없다고 봅니다. 너 잘났다고 하면 사실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ㅎㅎㅎㅎ


백낙은	이석희 작가님. 저도 어릴 때 많은 꾸중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 때는 원망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래서 더 조심하며 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작가님께서 하신 말씀 "젊은 부모들이 성적과 돈 두가지에 온 정신이 꽂혔다"는 말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문화적인 홍수이니 어떻게 막겠습니까. 누가 읽든지 말든지 바른 말이나 하면서 사는 수밖에요.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소서.	4/14 20:30

정찬열

2017-04-14 22:16

황우위원장님!
너무나 당연하고 공감이 가는 좋은글에 단숨에
읽어내렸습니다. 오늘점심에도 우연히 선배 몇분과
자리한시간에 밥상머리교육이 부족해서 버릇없는 사람들이
많았졌다는 공론을 나눈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저역시 유럽여행 에서나 일본여행에서 공중질서와 예의 바르고
무엇하나를 물의면 끝까지 성의를 다해주는걸 보았기때문에
위원장님의 "양코배기에게 예(禮)를 배우다."글이 가슴속속히
파고들었습니다. 누가뭐래도 다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고
할수있나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백낙은	정찬열 작가님. 반갑습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상투적인 이야기라 망설였는데 다행입니다. 물질적인 풍요를 얻으려고 정신없이 뛰다가 정신문화를 잃었다는 느낌입니다. 사회의 제도가 우리 아이들을 줄세우기를 하고 있어 거기에 부모들도 정신이 몽롱한 듯합니다. 작가님 고맙습니다. 늘 건안하심을 기도합니다.	4/15 09:54

김종덕

2017-04-17 18:59

백 위원장임, 평안하십니까? 사람사이를 이어주는 것이 인사입니다. 위원장님의 말씀이 그렇게 와 닿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요즘 젊은 세대와 공감하려면 머리를 싸매야 합니다. 어느 한편이 다른 편에 대하여 무지무하게 연구를 해야합니다. 무슨 테마가 공감이되고 바른 뜻을 전달할 것인가를 보면 참으로 난감합니다. 예전에는 군대갔다온 살람이 그래도 생각이나 행동이 나은 측면이 잇었는데 요즈음은 달라진걸 찾을 수 없읍니다. 서로 행동반경이 다르고 쳐다보는 방향이 다르고 추구하는 대상도 틀립니다. 공감이 없으면 모두 버릇이고 예의고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사회는 예가 바탕이 되어야합니다. 도덕없이 그 위에 세워진것은 모두가 헛것입니다. 사회에 공헌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세대차이로 묶기는 너무 답답합니다. 사회적 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노력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하여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백낙은	김종덕 작가님. 장문의 댓글로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 어른들이 요즘 아이들 버릇이 없다고 나무라셨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옛날과 달리 근본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글쟁이는 글쟁이대로 종교인은 종교인대로 배전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약육강식의 정글 문화로 치닫는 것은 막고 볼일입니다. 이를 위해 작가님도 건강하시고 분투하심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화이팅입니다.	4/17 20:57

김종근

2017-04-17 19:40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양코배기에게 예(禮)를 배우다. 감사한 마음으로
배독합니다. 우리나라의 현 주소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예전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안밟는다고 배웠는데 요즘은 멱살잡이에
폭행까지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한두 자녀로 오냐오냐로 키워온
현실입니다. 고도성장과 더불어 잃어버린 가정교육이 너무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지금이라도 내 가정에서 부터 정치자로 부터
교육정책의 변화가 일어나야 될 듯합니다.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백낙은	김종근 작가님. 요즘 많이 바쁘신데 여기까지 오셨군요. 공감의 글 감사합니다. "교육정책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정치, 문화, 교육, 경제, 정책 전반에 있어 획기적인 변혁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변함없는 격려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은안하소서.	4/17 21:01

김상화

2017-04-18 01:39

안녕하세요. 위원장님
일본의 교육문화는 지금 세계를 지배한다고 합니다.
예의 바르지요 질서 있게 행동하지요 또 타인에게 폐가 된다고
생각이 들면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
위원장님께서 지적하셨듯이 양코배기 문화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 예의가 바릅니다
우리나라 옛날엔 동방예의지국이라 했습니다만 그 문화가
지금까지 계승해 내려온다 해도 일본이나 양코배기의 문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역사교육 도덕교육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산업화로 인한 것도 있겠지만, 핵가족이 되므로 자식을 오냐오냐
키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또 전교조와 정치하는 사람들이 교육을 모두
망쳐 놓았습니다.
위원장님 두서없이 댓글을 단 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백낙은	김상화 작가님. 반갑습니다. 일본과 미국에서 우리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할 줄압니다. "역사교육 도덕교육이 결여" 라는 말씀과 "핵가족이 되어 자식을 오냐오냐 기른다"는 말씀 공감이 됩니다.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의 자리를 되찾도록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하겠습니다. 댓글 감사하오며 늘 건안하심을 기원합니다.	4/18 10:02

박목철

2017-04-23 11:53

우리나라가 예의지국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수직 예절은 있는지 몰라도 수평 예절은 엉망인 나라가 우리
라는 생각입니다. 어제까지 친구이던 사람이 역모에 휘말리면,
친구의 처와 딸 심지어는 후처까지 탐을 내던 가면의 예절이 우리를
지배 했습니다. 미국의 청교도 정신은 아직 미국 사회를 지배 합니다.
일본은 남에게 페를 끼치는 것을 가장 꺼려 합니다.
저부터 반성을 많이 한답니다. 좋은 글에서 많이 꺠우치고 갑니다. 위원장님,


백낙은	작가님 안녕하세요. 소운님이 다녀 가시니 서재가 빛나네요. "수직 예절은 있는지 몰라도 수평 예절은 엉망인 나라"라는 말씀 공감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씀도 공감입니다. 단 개개인일 때는 맞는 말이지만 일본사람이 그룸으로 단체행동을 할 때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난일이지만 태평양 전쟁이나 또 위안부 동원 같은 일들을 보아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봄날 되십시오.	4/23 15:23

김동호 2020-03-28 19:47	예의와 겸손과 자신을 낮추는 것, 항상 가까이 하면 멀어지는 것이었는데 탐독하면서 다시 되새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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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