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길에 청미래덩굴에 몇 송이의 청미래가 대롱대롱 달린 것을 보았다. 옛 시절이 떠올라 한참이나 머물며 아득한 시절의 그리움들을 펼쳐낸다. 어릴 때, 청미래는 놀잇거리요. 먹거리였기에, 죽마고우를 만난 듯이 기뻤다. 청미래를 내 고향에서는 깜바구라 불렀다. 다른 지방에서는 망개, 맹감으로 불린다고 한다. 산기슭 숲의 가장자리에서 자생하고 백합과 낙엽 활엽 덩굴성 관목이다. 4~5월에 황록색 꽃을 피우는데, 꽃은 암수딴그루 꽃 피우며 부끄러운 듯, 진 녹색 덩굴 잎에 가려 숨어 피어나는 듯하다. 화려한 꽃은 아니지만 은은한 청미래꽃 향기는 사월의 싱그러움을 한층 돋구어 준다. 잎은 두껍고 번드레 윤기가 있는 넓은 잎은 하트 모양을 닮았다. 줄기에는 갈고리 같은 가시가 있고, 덩굴손이 있어 주위의 나무 등을 휘감아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 어린순은 나물로도 먹는다. 청미래덩굴 잎사귀를 싸서 먹는 망개떡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망개떡은 청미래덩굴 잎의 향기 때문에 맛이 상큼하다. 청미래는 굵은 콩알만 한, 청실 둥근 열매를 맺는다. 가을에는 열매가 빨갛게 익는다. 청미래덩굴은 수은 중독을 푸는데 특효가 있다고 한다. 그 외, 감기나 신경통 악성 피부염 신장계통, 간 경화 간염, 등에 좋단다. 청미래 뿌리는 소화기암, 폐암 자궁암, 코 암 등에 좋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청미래 잎은 나물로 열매와 줄기 뿌리까지 약용으로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사람에게 유용한 식물이다.

고향 마을 산들에는 청미래덩굴이 많이 자생했다. 반질거리는 고운 빛의 잎, 독특하게 싱그러움을 자랑하는 열매는, 자연스레 어린 손길을 맞이한다. 청미래는 햇살 빨아들여 상큼하게 웃으며 어서 오라 부르는 듯했다. 하굣길에 군 거리감으로 따 먹기도 했던 맛은, 담담했던 편이지만, 약간 떫고 시큼한 맛이었다. 청미래를 실에 꿰어 목걸이, 팔찌를 만들기도 했던, 순수했던 그 날들이 그립다. 청미래덩굴은 덩굴손 뻗어, 산기슭 옹달샘 옆 소나무 휘감아 올라, 옹달샘 터 지붕을 만들어 더욱 시원한 샘물 맛을 선사했다. 청미래 잎으로 옹달샘 물을 받아 마시던, 어린 날들의 추억이 아름답다. 지금은 어느 누가 있어 청미래 따먹고 옹달샘 마시는지, 그 시절을 그리워해 본다. 어린 시절 자주 찾던 고향의 청미래 나무와 옹달샘은 아직 옛 기억을 품고 남아 있을는지 궁금하다. 청미래 이름만큼이나 고운 열매를 달고, 그 시절의 소년 소녀들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행복한 착각을 해보며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청미래는 덩굴이파리가 떨어진 이후에도, 빨갛게 익은 청미래는 한겨울 눈 속에서도, 빨간빛으로 눈이 부시다. 아마 그 옛날 깔깔거리며 함께하던 소년 소녀들을 기다리며 추억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추억에 담겨있는 그 시절, 티 없이 순수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입가에 소년같이 해맑은 미소가 번져나간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추억 속의 그 시절이 그립다. 추억의 한 페이지에 고이 담고 있는 즐거웠던 유년 시절의 싱그러운 추억을 가끔은 들춰본다. 그 시절의 꼬맹이들도 중년에 이러러 나와 같이 추억하고 있을까? 청미래야 그 시절 코흘리개 까까머리 단발머리 소년 소녀들이 너를 그리워할 거야. 청미래야 너도 그렇지 않니? 그리운 소녀야! 청미래 팔찌, 목걸이 만들어주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