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8-06-23 12:12

ㆍIP:

실수
실수 / 임정수

술냄새가 진동하는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
아직도 채 깨지않은 술이 자꾸만 나를 몽롱하게 만들었다.
'큰일이다. 이러면 안되는데...'

나와 시선이 마주치는 부대원들의 눈빛이 이상하다.
못볼 걸 보았나? 왜들 저러지?
참 이상타...

그러고보니 간부들이나 사병들이나 다들 나를 피하려고 하는 것만 같다.
오늘따라 왜들 그러지?
내 얼굴에 뭐가 묻었나?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지만,
거울을 보니 별로 묻은 것도 없는 것 같다.

후임이 다가온다.
"무슨 일이야? 왜들 그래?"
"모르십니까? 전혀 기억이 안나십니까?"
"뭘?"

전날에 대대 회식이 있었다.
아침부터 연병장엔 사병식당의 식탁을 펼쳐놓고
중대별로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었다.

다른 중대의 선임하사들과 PX근처에서 앉아 쉬면서
우리 중대의 회식 준비하는 걸 지켜보다가
마침 PX에 문을 열기에 따라 들어갔다.

곧이어 소주 몇 병과 맥주 몇 병을 들고서
PX앞 벤취에 둘러앉아 마시기 시작했다.

대대 회식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린 이미 상당히 취해있었다.
사기를 북돋우며 중대별로 술을 권하던 대대장이
비틀거리는 우리 일행을 보고 다가왔다.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이젠 그만들 하지?"
대대장은 우리가 걱정되어 노파심에 실수하지 않도록 배려했는데,
"뭐야?"
뜻밖에도 이미 인사불성이 되다시피한 내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뒤따르던 간부들은 안절부절 못하였고,
그런 곳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큰 소리를 질러대는 나는
바락바락 악을 쓰며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어이~"
내가 술에 취해서 대대장에게 손짓을 하며 불렀다.
"예?예. 선임하사님! "
"담배나 하나 가져와봐."
"예, 여기 있습니다."
"불도 붙여줘야지."
그러면서 대대장의 머리를 한대 쳤다.
"미안합니다. 선임하사님! "
"그래,그래...어~ 취한다.."

대대 연병장 한복판에서
그것도 전 부대원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런 실수를 했으니
다들 이상하게 볼 수 밖에..

'이젠 술을 끊어야겠다.'
그나저나 그렇게 망신을 주었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않는 대대장이 이상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뛰어난 지휘관이었기에
더이상 말을 꺼내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타부대로 전출을 가던 그날까지도
그날에 대한 나의 실수에 대해선 한마디로 하지 않으셨다.
단지 건강을 생각해서 술을 조금만 줄이면 좋을 것 같다는 말밖에는...

좋지못한 습관은 일찌감치 떨쳐버리는 게 좋은거다.
이젠 정말 술을 끊어야지.
두번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술을 끊은지도 벌써 십오년이 지났다.
술을 먹을 땐 건망증도 있었고,
크고 작은 실수도 여러번 했었다.

매번 실수를 하고 난 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추한 내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 같아
반드시 후회를 하곤 했었기에
마음먹었을 때에 끊어버리자고 다짐하곤 그길로 입에도 대질 않게 되었다.

술을 끊은지도 벌써 십오년이 지났다니...
취미삼아 담궈둔 술병을 정리하다
문득 그때의 실수가 떠올라 혼자서 쓴웃음 지어본다.

최 평균: 그래서 임정수 작가님이 술을 안하시는군요.
사람이 살다보면 간혹 실수를 하지만 사실
과음은 실수를 부추기는 나쁜 촉매제가 되기도 하지만
적당한 음주는 많은 시상을 창작하기도.......ㅎㅎㅎ
하지만 절제는 어려우니 자신의 결정에 따라야 하겠지요.
잘 계시지요? 마음도 몸도 건강하시고요. -[06/23-14:21]-

임정수: 올바른 음주 습관을 제대로 배우질 못해서
실수를 하는 것 보다는
젊은 혈기에 술김에, 기분내키는 대로 행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하였던 것 같습니다.

술을 마시다 보면 아무리 강한 사람일지라도
나중엔 술이 술을 부르므로
자신을 스스로가 통제하질 못하면
반드시 후회를 하게 되는 건 당연하죠.

한, 두번도 아닌 여러 번의 실수를 하였던 적도 있었지만
무엇 보다도 스스로 끊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술과 담배를 끊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평소엔 칼로 자르 듯 매정하거나 무정하진 못해도
술, 담배를 끊는데에 있어선 그렇게 독할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이
스스로가 생각을 해보아도 대견스럽기마저 합니다. -[06/23-21:42]-

임정수: 오랜 시행 착오끝에 노력의 결실이 맺어지는 것처럼
무엇이든 초심을 잃지않고 하고자하는 욕망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더군다나 건강이란 문제에 직면해서는
아주 민감하게들 반응을 하더군요.

건강은 건강할 때에 지켜야지,
한번 잃은 건강을 되찾기란 여간 힘드는 게 아니잖아요.

최평균 작가님께서도 술을 즐기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뭐든 적당히만 즐긴다면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지나친 음주는 만병의 근원이니 앞으론 조금 자제를 하시면 어떨까요? *^.^*

제가 한번 술 대접을 해드리지도 않으면서
술을 자제하시라고 걱정을 하는군요.
ㅎㅎㅎ -[06/23-21:51]-

임정수: 우기라 날씨가 고르지 못합니다.
몸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건강한 여름을 나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가끔이나마 안부 전화로 소식도 들으며
목소릴 들을 수 있으니 좋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고 좋은 꿈 많이 꾸세요. *^.^* -[06/23-21:58]-

仁守/정용하: 그때 그 대대장님
정말 대인 이시군요
그것을 계기로 금주한 임 작가님도
대단 하십니다
나는 원래 술을 못하니까
별걱정 없는데, 담배땜에...
자신의 그늘진 구석도 스스럼없이
세상에 올리시는 임 작가님이 오늘따라
높게만 보입니다. 건강하세요 -[06/24-15:52]-

임정수: 네, 요즘도 가끔씩 그때의 대대장님이 생각나곤 한답니다.
살다가 힘들고 어려울 때에 짜증이나고 화가나는 순간이면
대인이신 대대장님을 떠올리며 참고 또 참곤 하지요.
ㅎㅎㅎ

제가 술, 담배를 끊을 때엔,
그 나름대로의 에피소드랄지...
사연도 많고 아름다웠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술, 담배를 끊어야만 했던 이유...
그것은 다음에 뵈오면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ㅎㅎㅎㅎㅎ

정말이지 작심삼일이란 말이 실감날 정도로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봅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
끊고자 하는 마음...
한마디로 독해야 하는 것이지요.
독한 마음을 품지 않고서는 여간해선 힘든게 술, 담배를 끊는 게 아닐까요.

물론, 우리네 인생 살이도 마찬가지겠지만요...
-[06/24-19:31]-

임정수: 그러나 독한 마음을 품는다고 해서
인정과 감정마저도 메말랐노라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아닐까도 생각해봅니다.

저 자신을 제가 스스로 생각해기에도
한없이 착하고,
순진하고,
천진난만하면서도
한점 티없이 맑고 푸른 마음씨를 지녔다고 자부를 하거든요.
ㅎㅎㅎㅎㅎ

농담입니다.
제가 즐겨쓰는 말이다 보니
이럴 때에 또 써먹게 되는군요. -[06/24-19:34]-

임정수: 힘든 세상을 아둥바둥거리며
인상이나 찌푸리면서 어렵게 살려고 하는 것 보다는
지금 당장엔 어려워도
머지않아 웃으며 살아갈 날을 꿈꾸며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도
자신을 바르게 다독거리며
참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 하는 말과
어? 라는 말은 한 끝 차이지만
그 속에는 말로써 다 나타내지 못하는 사랑과 행복이 숨어있으니까요.
ㅎㅎㅎ

힘들고 어려운 때일수록 크게 한번 웃으면서
가슴 속에 응어리진 모든 것들을 다 풀어낸다는 마음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사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제가 요즘 살아가는 게 그렇습니다.
ㅎㅎㅎㅎㅎ
-[06/24-19:39]-

임정수: 정용하 작가님!
잦은 비와 변덕스러운 기온으로 몸 상하기 쉬운 때인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조심, 또 조심하시어 건강한 여름을 나시길 빕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감사합니다. *^.^* -[06/24-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