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9-06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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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행 기차 안에서 만난 여인
대구행 기차 안에서 만난 여인 / 임정수

얼마만에 타보는 기차인지 모른다.
기차를 타 본지가 오래 되었다는 게 아니라 무궁화호.
그것도 역마다 정차하는 무궁화호가 예전의 통일호 쯤으로 생각들게끔 느릿느릿해서
만감이 교차한다고 표현해야 옳을 것이다.

구포역을 출발한 기차는 화명동을 지나 금곡 쪽으로 달리고 있었고,
강 쪽을 보니 이번 비에 불어난 강물이 범람하여 하천 부지가 물에 잠겨 있는 게 보였다.

낙동강 하구둑 공사를 하기 전엔 그런 대로 물살이 세어서
장마철에 떠내려온 생활 쓰레기와 함께 뻘이 잘 빠져 나가곤 했었는데,
지금은 뻘은 뻘대로 쌓이고 온갖 생활 쓰레기는 쓰레기 대로 쌓여서 환경 미관을 헤치고
부산 시민의 식수인 강물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하구둑으로 인해 물의 흐름(밀물/썰물)이 고르질 못하고
쌓이는 뻘이 모래 섬에서 육지화 되면서 강폭이 점점 좁아져
이젠 물난리로 인해 강물이 넘치면 이쪽이든 강건너 저쪽이든 어느 한쪽이 터지기만 하면
큰 물난리를 겪을 것으로 보여진다.

애초에 낙동강 하구둑의 공사를 진행할 때 밑바닥에서 부터 위쪽으로 수문이 들어올려지도록 설계를 했으면,
장마철에 강물이 불어서 수문을 열면 쌓였던 뻘이 생활 쓰레기와 함께 싹 쓸려 내려갈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보곤 한다.

낮은 지대의 농작물들이 물에 잠긴 걸 보니 안타깝기도 하고 서글픈 감정이 복받혀 왔다.
창밖을 내다보며 잡념에 빠진 사이에 기차는 원동역에 정차하고 있었다.

뒤차를 먼저 보내기 위해 3분간 정차한 기차는 서서히 출발하였고
창밖을 내다보던 나는 인기척에 놀라 돌아다 보니
옆자리의 빈자리에 앉으려는 여자 손님이 서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얼른 들어가 앉을 수 있도록 몸을 반드시 세워 앉았고,
창가 쪽으로 들어간 여자 손님은 들고있던 손가방을 선반 위로 올리려고 하였지만,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어정쩡한 동작에 얼핏 그녀의 손을 보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손은 마치 주먹을 쥐고 있는 듯 뭉퉁했으며 손가락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문둥병, 나병환자...
평소엔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들이 즐비하게 떠오르며 일렬로 줄지어 지나가는 것이다.

얼른 일어나 그녀의 손가방을 받아쥐고 선반 위에 올려 놓았다.
연신 고맙다며 인사를 하는 그녀 보다도
진작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동작이 느렸던 자신을 탓하자니 그렇게 부끄럽고 미안할 수가 없었다.

몸이 많이 불편할 것 같은데도 보기와는 달리 꾸김살 없이 밝은 표정인 그녀를 보니
왠지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꼈다.

사실, 신체적 장애가 있을 뿐이지 누가봐도 첫눈에 반할만치 예쁜 그녀였다.

캔 음료수를 사가지고 그녀가 마실 수 있도록 스트로우를 꽂아 건네며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 보니 그녀에 대해서 많은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차별하거나 차별받는 걸 가장 싫어한다.
또, 일부러 학벌을 속이면서까지 자신에게 유리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들지도 않는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주어진 환경과 삶에 최선을 다하며,
부지런히 일하고 열심히 땀흘리며 진실되게 살아가는 게 값진 인생이라 생각한다.

한가지를 가지면 두가지, 세가지 자꾸만 가지고 싶고 그렇게 모으다 보면
차곡차곡 쌓여가는 목표만큼이나 욕심또한 취미처럼 되어 버리기 쉽다.

그러다 보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는 멀리하고 그저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어울리려 들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은 업신 여기려는 풍토가 고개를 들게 마련인데,
나는 가진 게 없고 부족하지만 콩 한쪽이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나누어 먹을 수 있고
있는 그대로 마음을 터놓고 어울리며 살아갈 수 있는 꿈을 꾼다.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하며 오는 동안에
나는 그녀의 손이 무척이나 따뜻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두손을 꼭 잡고 있었다.

어느새 기차는 대구역에 도착했다.
마음같아선 다음에 또 보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칫 마음의 상처라도 입히게 될까봐 차마 입밖에도 내질 못했다.

그녀가 내릴 때 불편하지 않도록 그녀의 손가방을 내려서 내가 앉았던 자리에 내려 놓으며
잘가란 인삿말을 남긴채 기차에서 내렸다.

잠시나마 함께 내려놓질 못해 갈등하는 나의 무거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차는 서서히 출발하였고,
무심코 떠나가는 기차를 보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내가 손을 흔들며 웃어보이자
그녀도 손을 흔들며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나의 시야에서 사라져 갔다.

앞으로도 기차를 탈 때마다 대구역까지 함께 동행해왔던 그녀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기차가 저 멀리로 완전히 사라져 갈 때까지 계속 지켜 보았다.
그녀가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빌면서...

최 선경: 안녕하세요. 임정수 작가님 어느 사이에 많은 작품들이 올라와 있군요. 대단한 열정 이십니다. 그 여인도 임 작가님과의 잠시의 시간이 아쉽고 안타까웠을 것 같네요... -[09/06-16:39]-

임정수: 안녕하세요. 최선경 작가님! *^.^*
건강히 잘 지내시고 계시온지요?

이렇게 뵈오니 정말 반갑습니다.

요즘은 글이 떠오르질 않다가도 한번 떠오르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떠올라서 엉성한 글이라도 몇 편씩 건지곤 한답니다.

바쁘게 뛰어다니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이라도 있으면
그때 그때에 메모를 해두었다 길게 연결하여 올려보는 식으로 적다 보니
제 홈에다 미리 글을 올려놓곤
서재엔 하루에 한편 씩 복사해서 옮기는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ㅎㅎㅎㅎㅎ

몸은 하나고 할 일은 많고...
피곤에 쌓여 지친 몸을 이끌고 다녀도
마음이 편해서인지 정신만은 맑아짐을 느끼곤 한답니다.

몇일 전 대구에 올라가면서 기차에서 만난 그 사람이
오늘따라 생각나서 서재엘 잠시 들렀더니
작가님의 고운 글을 반가이 맞이합니다.

추석이 몇 일 남지가 않았네요.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추석을 맞이하실 수 있도록 하세요.

편안한 오후 시간 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 -[09/06-17:06]-

잡곡밥

그해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