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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01_next.gif임정수 수필소설작가 문학서재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12-02-28 13:01
ㆍIP: 58.xxx.46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해야할까? / 임정수



인터넷상으로 만나 서로 마음을 터놓고 얘길하다보니
오랜 지기처럼 속에 담아둔 말들을 다하다 친해지게 되어
우연한 기회에 사이버가 아닌 실제로 만나자고 제안하여 만나게 되었다.

기대반 설레임 반으로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 또한 없진 않았지만,
첫만남이란 단어 그자체만으로도 마냥 좋을 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만나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말해야할까?

은근히 오붓한 만남을 생각하면서 제안하였기에...
사실, 남의 눈을 피해가며 둘이서 만나봐야 그다지 갈 곳도 없을 것 같다.

그녀를 만났다.
일단 가까운 곳에 가서 식사부터 했다.

이젠 어디로 가지?

평소엔 두뇌 회전이 둔하여 아무런 생각없이...
그저 멍~한 상태였었는데...지금은 잘도 돌아간다.

"어디로 갈까?"
"아무데나..."

"<아무데나> 란 곳은 없는데...새로 생겼나?"
그녀가 웃는다.

환하게 웃는 그녀의 치아가 무척 희다는 생각을 하며
움직이는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럽다.

"어서 말해봐, 아무데나는 없으니까.."
"치, 그런건 자기가 알아서 해야지, 나한테 물어..."

"이왕이면 자기가 가자고 하는 곳에 가려고 그러지..."
"그래도..."

"그래도? 제주도, 울릉도, 독도는 있어도 그래도라는 곳은 없는데..."
"호호호..."

어차피 어디로 갈지는 운전대를 잡고 있는 내마음...
운전수 마음인 것이다.

이리저리 둘러보니 모텔이란 간판이 얼른 눈에 들어온다.

"저리로 가자."
"....."

솔직히 첫만남부터 이런다는 건 좀 그렇지만...
어차피 서로가 한가지 생각만으로 만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바람난 남편에 대한 일종의 복수심이랄지...

그녀도 애초에 그런 생각으로 나를 만난 것이고
나또한 진심으로 마음을 터놓고 얘길하다보니...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앞섰기에 이런 만남이 이루어 진 것이다.

그렇기에 서로가 후회는 없다.
오늘 이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배부르게 점심을 먹은 후 소화는 모텔에서 시킨 것 같다.
땀범벅이 된채 온몸 운동으로...

첫만남 이후 단 한번도 그녀에게 만나자고 전화를 하질 않았다.
내가 먼저 그녀에게 만나자고 하면 그녀만 힘들어질 뿐이기에...

나의 이런 점이 너무나 좋다는 그녀...
알게 뭐야, 다른 남자들은 만나자며 자꾸만 전화를 했는지도...

어쨌거나 내가 먼저 전화를 하여 그녀를 힘들게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쩌다 목소리라도 듣고싶다며 그녀에게서 일방적으로 전화가 걸려오기도 하지만,
내자신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 더이상의 금진된 장난을 하지 않으려 애쓰는 편이다.

짧은 만남, 긴 여운...
이런게 좋은것이 아닐까?

단순히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생각보단,
그래도 한때는 좋은 때가 있었다는 걸 추억으로 남길 수도 있을 것이고,
뜨거웠던 두남녀의 한 순간의 꿈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남은 인생을 가늘더라도 길게 바라보며 살아가는게 정답이 아닐까싶다.

오늘은 그녀와 닮은 여인을 보았다.
어쩌면 쌍둥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많이 닮은 여인...

아직도 그녀에 대한 미련이 남을 걸까?
그냥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만지작거려본다.

지금껏 단 한번도 내가 먼저 전화를 한 적이 없었는데...

아직 그녀와 통화를 하지도 않았는데 심장이 콩닥콩닥거린다.
마치, 불륜을 저지르다 들킨 사람처럼...

그냥 친구처럼 지내면 안될까?
어떻게 해야할까?

아니, 안되지...
이대로...지금껏 살아왔던 것처럼 이대로 계속 가는거야.

그것이 그녀를 위한 길이기도 하고 나를 위한 길이기도 하기에...
그냥...마음속에 담아두고 살자...



* 2012년 02월 28일에
구미에서 만난 나의 숙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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