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7-01-1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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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 건빵주면 계속 근무하겠음
충성! 건빵주면 계속 근무하겠음 / 임정수

오래 전 육군 모 학교에서의 추억이 생각난다.
그때는 진급을 하고서 받는 보수 교육이라 어느 누구나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피'자가 붙은 피교육생들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기 마련인 것이다.
늦은 진급이라 그런지 함께 교육을 받는 사람들 중엔 선배들도 있었고 후배들도 있었다.
나처럼 늦게 진급을 한 사람은 선배가 그리 많지가 않았다.
한마디로 함께 교육을 받는 사람들 중에 서열이 높다는 것이다.
주간엔 잘 먹고 교육도 잘 받았지만,
야간만 되면 월담을 하여 술을 먹고 들어오거나 사오기도 하며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를 들여와 나누어 먹기도 하였던 것이다.
그러다 구대장에게 발각이라도 되는 날이면 나무로 만든 야구 방망이로 엉덩이에 피멍이 들도록 두들겨 맞기도 하였다.
군대란 특수한 조직 사회이기에 한 사람이 잘못하면 단체가 연대 책임을 지고 함께 기합을 받는 곳이 군대란 곳이지 않던가.
그렇기에 교육을 받는 내내 온 몸에 피멍이 가시질 않았다.
솔직히 교육 기관에서 먹는 것, 입는 것 모든 게 다 불만족스럽게 지급이 될리는 없는 것이다.
'피'자가 붙은 교육생이기에 배가 고프지 않아도 한 때의 기억에 남는 추억으로 월담도 하고
나름대로의 스릴과 재미를 가져보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사회나 군대나 공통점이 있다면,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우선 쉬는 시간에 짤짤이를 한다는 것이다.
자판기의 컵 라면이나 커피를 뽑아 먹기 위해서 일부러 잔돈을 바꾸기도 하고,
포커나 짤짤이를 하려고 잔돈을 바꾸는 경우도 있다.
물론 자대에선 하라고 해도 안할 사람들이다.
교육을 받는 곳이고 잠깐이나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심심풀이로 하는 것이지,
각자 자대로 돌아가면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도 못할 사람들이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몇 명 되지도 않는 것이다.
가끔 교육 부대의 간부들과도 돈독한 우정(?)을 쌓느라 짤짤이를 하기도 하고 포커를 하기도 하는데,
교육을 담당하는 간부가 돈을 많이 잃게되면 그날의 수업은 조금 골치가 아플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로가 웃으며 농담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일부러 잃어 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는 인정사정 봐주는 것도 없이 왕창 따버리게 된다.
그러면 돈을 잃은 간부는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계속 게임(?)을 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결국엔 많은 돈을 잃게 되어 어떻게든 피교육생들을 골탕 먹이려고 머리를 굴리는 것이다.
하사관이든 위관급 장교든 나름대로의 품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지만,
교육을 받을 때 만큼은 위엄도 권위도 잠시 내려놓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가보다.
딱딱한 육군 규정을 들먹이며 원칙대로 생활하는 것보다는,
어차피 다람쥐 채바퀴 돌듯 돌고도는 일상 업무에서 조금은 융통성있게 생활하는 게 몸에 베인 탓인지
장기 근무를 하는 하사관으로선 그렇게 융통성있게 생활을 하는 게 올바른 군대 생활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흔히들 사회에서 군 입대를 할때 즐겨 듣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군대에선 너무 빨리 가지도 말고 그렇다고 뒤쳐지지도 말고 중간만 지켜라'는 말을 많이들 들었을 것이다.
또한 '요령'있게 생활하라는 말도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나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많이 들었을 것이다.
군대에서의 요령이란 시키는 일을 안하려고 빠지는 사람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을 남에게 미루라는 게 아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얼른 끝내고 쉬는 게 올바른 요령인 때문이다.
그래서 잘못한 일이 있을 땐 '줄을 잘못 섰다'라는 핑계로 원망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잘못된 요령이다.
훈련을 나가더라도 매번 똑같은 길을 가는 것이라면,
굳이 나침판과 지도를 보며 원리 원칙대로 가면서 헤매지 말고 눈을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지형지물을 숙지하라는 뜻이다.
사병이든 하사관이든 대부분 그렇게 생활을 하였지만,
가끔은 고지식한 원칙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야간 훈련을 나가다보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수고로움도 겪게 되는데,
그 역시 잘못 된 것은 아니다.
평소에 독도법을 공부하고 훈련하여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간에 목표 지점까지 정확히 찾아갈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자 하는 것이기에 잘못된 것은 없다.
다만, 군대 생활은 원칙과 요령도 중요하지만 어느정도의 융통성이 있어야 안전사고도 예방되고
부하들을 관리 하는데에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잠깐의 심심함과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며 하게 된 노름일지라도
돈을 잃고 속이 편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와 함께 포커를 했던 0 0 학처 처장은 돈을 잃은데에 대한 분풀이로
학교장에게 더이상은 노름을 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보고를 하였고,
학교장이 순찰을 한다는 명분으로 학교 주위를 돌다 우리를 만나게 된 것이다.
같이 한 판만 해보자며 접근하던 학교장은 돈을 잃었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 유급처리를 해서 쫓아내겠다고까지 하는 것이다.
사실, 앞으로 군생활이 창창한 몇 사람들을 빼곤 유급 처리를 하든 계속 교육을 받던
어차피 전역을 결심한 우리로선 그게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우린 마지 못해 져주기로 했다.
학교장에게 땄던 돈을 모두 돌려 주었다.
그리곤 시간도 남아돌고 해서 학교 주위를 둘러보기로 했다.
목욕탕으로 가서 간단히 샤워을 하고 세탁소와 PX를 둘러보고 교회로 해서 강당으로 가다보니
위병소가 얼마 남지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장난끼가 발동하여 위병 근무자들에게 접근하였다.
위병 근무자는 상병과 이등병이 양쪽에 서 있었는데,
두어 명이 상병에게 말을 거는 사이 나머진 이등병에게 접근하여 있는 말 없는 말 다 섞어가며
공갈을 해대기 시작했다.
자대 배치를 받은 지 얼마되지 않은 이등병은 전국 각 곳의 부대에서 올라온 사람들 중에
가슴에 공수마크를 달고 있는 우릴 보더니 상당히 쫄아있는 듯 했다.
우린 위병 근무를 잘 서는 요령에 대해서 아주 친절히 알려주었다.
이등병은 연신 고맙다고 거수 경례를 하며 허리를 숙이곤 했다.
아직 사회에서의 때를 벗지 못한 이등병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다들 웃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돌아가는 길이 멀어서 연병장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연병장을 반쯤 지났을까,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아뿔사, 부대 밖으로 나갔던 학교장이 돌아온 것이다.
뒤에서 '근무중, 이상무'란 소리가 들려와야 하는데,
위병 근무를 서고 있던 똑똑한 이등병은 우리가 알려준 대로 큰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 충성! 건빵 주면 계속 근무하겠음. "

우리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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