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대한문인협회-수필

ㆍ작성자	임정수
ㆍ작성일	2008-04-21 10:29

ㆍIP:

어떤 동냥인
어떤 동냥인 / 임정수

시장엘 갔다.
장날이라 무척 혼잡한 시장에는 먹을거리도 많고 이것저것 살 것도 많다.
모처럼 시장을 둘러보기로 하고 걸어서 갔다.

길을 건너기 위해 신호 대기 중인 횡단보도에 서서 기다리는데
왠 봉고차가 서행으로 다가오더니 중년의 남자를 내려놓고 가던 길을 간다.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는 없겠지만,
횡단보도에서 내린 그를 보며 주위의 많은 사람들 또한 나처럼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는 듯 했다.

중년의 남자는 제대로 씻지도 못한 사람처럼 꿰째째하고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게
일부러 그렇게 꾸미라고 시켜도 그렇게 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이 없어 보였다.

그는 횡단 보도를 건너더니 어느 건물로 들어갔고,
나는 누굴 만나기로 해서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며 그곳에 서 있었다.

그런데, 잠시후에 나타난 그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멀쩡히 잘 걸어다니던 그가 장애인처럼 고무로 된 바지(?)를 입고
한 손엔 소쿠리를 들고서 건물에서 기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고무로 된 바지를 입었으며 한 손엔 허름한 붕대를 칭칭 감고
다른 한 손엔 소쿠리를 들고서 기어다니는 폼이 동냥을 위해서 일부러 꾸민 듯했다.

호기심도 발동했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쪽에서 지켜 보기로 했다.

횡단보도를 건너 다니는 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지폐를 주기도 하고 동전을 주기도 하였는데,
제법 많은 돈이 모이는 걸 볼 수 있었다.

만나기로 한 친구가 나왔다.
동냥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얘길 했더니 친구는
"저사람 또 나왔네, 저렇게 동냥을 해도 자기가 다 쓰는 것도 아닌 모양이더라."
"왜?"
"누군가가 봉고차로 데려다놓고 동냥을 해놓으면 그돈을 다 가지고 가거든.
들리는 말에 의하면 어떤 사람들은 다리 인대를 끊어버리고 동냥한 돈을 갈취하는 사람도 있다던데..."
"그래? 난 처음 듣는 말인데.."
"저 사람 뿐만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 있어. 오늘은 장날이라 여기저기에 사람들을 내려놓고 갔을거야."

가만히 듣고 보니 그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지 육신이 멀쩡한 사람이 장애인 흉내를 내는 것도 그렇지만,
힘들고 어렵게 동냥한 돈을 고스란히 빼앗길 걸 생각해보니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사람들은 절대로 보태어 주면 안돼, 우리가 도와 줄 수록 자꾸만 저러고 다닌다니까."
친구의 말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저며옴을 느꼈지만 일리있는 말에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하긴, 어쩌면 한푼 두푼 도와주는 인정에 오히려 사람을 망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친구와 얘길 나누는 사이에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려 돌아다 보니 중년의 그사람이었다.
누군가 그사람이 봉고에서 내리는 걸 지켜보고 장애인 흉내를 낸다며 신고를 하여
가까운 파출소에서 출동을 한 듯 싶었다.

"에헤~ 이 양반들! 오늘이 장날 아뇨? 장날인데 좀 봐주면 안돼?
나도 먹고살기 위해서 나온건데...그냥 좀 봐 주쇼."
이미 상황을 짐작하고 있다는 듯한 표정의 경찰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를 말리고 있었다.
"우리도 신고가 들어와서 이러는 것이니 잠시 피했다가 나중에 다시 오지요?
우리 입장도 이해를 해주셔야지요."

그래, 맞는 말이다.
어차피 저런 사람들은 무조건 내 쫓는다고 해서 안 올 사람들도 아니다.
좋은 말로 융통성있게 타이르고 달래어서 해결하려는 경찰관의 노력이 가상했다.

중년의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투덜거리며
자신이 가지고 온 짐가지를 챙겨서 어디론가 간다.

주위에서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은 실없는 웃음을 웃었다.
그가 안되었다는 마음보다는 다 죽어가는 몰골로 엉금엉금 기어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짐가지를 챙겨 걸어서 가니 놀라기도 하고
어이없이 당했다는 묘한 감정에 웃음이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저런 사람들 때문에 정말로 도움을 받아야 될 장애인들이
제대로 도움을 받지도 못하고 온갖 편견에 시달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오늘 장사는 공쳤다며 투덜거리면서 가는 그의 걸음걸이가 내마음을 아프게 하였지만,
세상엔 별별 방법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도 다 있다며 애써 냉정하기로 했다.

仁守/정용하: 아무리 인생이 연극이라고 하지만
병신 흉내를 내면서까지....
그 보다 뒤에서 시키는 주모자들을
엄단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요지경 세상입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중 하나인 듯 싶네요
物에 열 올리며 미처 날뛰는.... 오늘 내가 흥분하네요
세상 인심을 뒤 돌아보게 하는 교훈적이 글밭에
한참 머무르다 갑니다 . 힘찬 한주 되십시요 -[04/21-14:35]-

임정수: 언젠가 티브이에서 보니까
'형사 25시...'던가??
북구에선 채널 22번에서 방영이 되더군요.

거기에서도 범죄자들이 어리숙한 아이를 납치하여
다리 한쪽의 인대를 끊어서 앵벌이(?)를 시키는 장면이 나오던데요,
그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찾았을 땐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끔찍하기 그지없었지요.

말로만 듣던 이상야릇한 일들이 현실에서도 접하게 되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할 뿐입니다.

생각조차도 하기 싫은 서글픈 내용이지만,
조금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항상 조심! 또 조심하면서 살아가자는 의미에서
글로써 나타내어 본 것입니다. -[04/21-22:06]-

임정수: 괜히 열받지 마시고요
진정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난관에 부딪혀도
도둑질과 강도짓 같은 파렴치한 짓을 하지 아니하고,
똥통이나 시궁창 속에서 뒹구는 한이 있더라도
착실히, 열심히 노력하며 ,
참된 삶, 값진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게 저의 인생관이랍니다.

적게 벌면 적게 먹고,
많이 벌면 주위를 둘러보면서
밥상 위에 수저 하나만 더 얹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나보다도 더 어려운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거든요.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는 옛말처럼
꼭 가까이 살아야만 이웃 사촌은 아니잖습니까.

누군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으면
말없이 다가가 손을 내밀 줄 아는 게 바로
우리 민족의 저력이 아닐런지요?
-[04/21-22:15]-

임정수: 지금은 사회가 어수선하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언젠가는 다함께 잘사는 그런 날이 돌아올 것이라 믿으며
근검 절약으로 열심히 저축하면서 살다보면
우리 사회는 보다 밝은 희망과 미래가 보일 것입니다.

새로운 한주를 알리는 월요일 첫날이 다 지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내내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이 가득한 한 주를 열어 가시길 바랍니다.

좋은 시간 되시고 편안한 밤 되세요. *^.^* -[04/21-22:18]-

최 선경: 임 작가님 잘 계시죠? 동냥인의 모습을 보면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어요. 세상이 사람의 진심을 왜곡 시키고 있으니까요. 실제적으로 다른이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도 있을텐데...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선별해야 하는 건지 갈등이 생깁니다. -[04/21-23:54]-

임정수: 안녕하세요. 최선경 작가님! *^.^*
오랫만에 들리신 듯 합니다.

그간 잘 지내시고 계시죠?

바쁘신 중에도 잊지않고 전화를 해주셨는데,
이웃의 손님들이 옆에 있어서
좀 더 얘길 나누지도 못해 안타까웠었습니다.

늘 바쁘게 살아가지만
그동안 열심히 땀흘리며 노력한만큼
제게도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행복한 한 주를 열어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04/22-09:56]-

최 평균: 임정수 작가님의 우려대로 실제로 저도 그런 사람들 때문에
진짜로 불행한 사람들에게 동전 한닢도 주기를 꺼려할때가
많습니다. 직접 당하기도 하였었고요.
참으로 세상은 요지경 이지요.
오랜만에 작가님 서재에 들려 밀린 글들을 즐겨 감상하고 갑니다.
제 분야가 아닌 막일에 뛰어들어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마음은 즐거운데 신체가 힘들어 하니 덩달아 마음도 여유를 안 줘서
서재 방문을 자주 못했군요. 작가님 안부 전화 참 반가웠었습니다.
행복하고 여유로운 오늘 밤 되시고 알찬 내일의 새벽 맞이 하시길....... -[04/28-22:08]-

임정수: 요즘 안하시던 일을 하시려니
낯설고 힘들어 무척이나 고생이 많으시리라 압니다.

그래도 일이 없는 것 보다는
힘든 일이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어디입니까.

직업에는 귀천이 없고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때에 하는 것이지요.

점차 기온이 상승하여 건강이 염려되는 시기입니다.
몸상하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 -[04/29-13:34]-

A씨의 행복

티코 아지매